책 만권을 읽으면..

알아주알아주지 않는 삶/조선조 후기 傳과 記事모음집/전재교 편역

다림영 2010. 5. 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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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몸 안에 약이 있다

 李同傳

 

이동은 그 본명을 알지 못하는데 사람들이 소자小子로 불렀다. 그는 눈으로 한 글자도 알지 못였지만, 종기를 치료하는 의원으로 당대에 이름을 떨쳤다. 그의 치료 방법은 침과 뜸 외에는 손톱, 머리털, 오줌 , 똥, 침, 때 따위에 지나지 않았다. 비록 이동은 풀, 나무, 벌레, 물고기 등을 약재로 사용하였는데, 모두 한 푼 어치도 안 되는 것들이었다. 항상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한 몸에 저절로 좋은 약을 갖추고 있는데 무엇 대문에 바깥으로 자료를 구하겠소?"

일찍이 정조 임금이 치질을 앓아 이동에게 명령하여 그것을 살피도록 하였다. 이동은 갓을 벗고 엎드려서 상처를 살폈는데, 머리털이 다 빠져서 상투를 만들 수 없었다. 임금이 웃으면서 탕건을 주어 머리를 덮게 하였다. 임금은 치질이 다 아문후에 호조戶曹의 돈 십만을 이동에게 내려주니 사람들이 모두 영광으로 생각하였다.

 

 

일찍이 이동이 어느 집에 이르러 주인과 함께 말을 하다가 부인의 기침 소리를 듣고 말하였다.

"이는 안으로 종기를 앓고 있는 사람이 내는 기침소리로세."

주인이 놀라 물었다.

"이는 나의 누님이오. 아직도 건강한데, 무슨 병인가요?"

"그 소리를 들어보니 종기가 바야흐로 많이 곪아 있습니다. 며칠만 지나도 치유할 수 없을 듯합니다."

 

 

 

주인이 시험삼아 그를 인도하여 누님을 보였다. 이동이 겨드랑이 사이에 침을 놓으니 과연 고름 몇 되를 쏟아내고 나서 병이 나았다. 그의 신묘한 솜씨들이 대부분 이와 같았다. 이동은 늙어서 눈이 흐려지자 손으로 상처를 더듬어 치료했는데도, 백 번에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았다.

 

 

호산거사는 말했다.

"일찍이 들으니 이동의 젊었을 때에 가난하고 의지할 데가 없어서 임국서林國瑞의 마부가 되었는데 임국서로부터 그 실마리만 듣고도 그 기술을 터득하였다고 한다. 국서는 과연 어떠한 의원이던가? 그는 옛처방을 읽어 종신토록 행하였으나 끝내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소문은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동과 같이 배우지도 못한 사람이 비록 그 의술을 터득하였으나 국서는 그를 깔보았으니, 어찌 능히 국서가 자신의 의술을 신통하게 할 수 있었겠으리요? 소오줌, 말 똥, 찢어진 북의 가죽조각으로 옥찰玉札,단사丹沙,적전赤箭,청지靑芝의 쓰임을 대신하니 아아! 신기하도다!

 

 

 

사람들이 간혹 그러한 것을 '옛 것이 아니라서 천한 것이다'라 비웃는다. 그러나 허윤종의 방풍防風,조경趙卿의 겨자와 초산, 전을錢乙의 황토黃土,갈가구葛可久의 오동잎 등이 어찌 옛 것이며 또 귀한 것이겠는가?

 

 

남들이 이동이 쓰는 약재를 간혹 써 보고 잘 듣지 않으면 문득 그를 비난했다. 옛사람들이 증세에 따라 처방을 내렸는데, 그 책들은 집마다 가득 차 있다. 지금 옛 것을 따라서 그대로 시술施術하는 데도 천하에 병이 다시 옛날 그대로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곧 증세는 같아도 병은 다르고 병은 같아도 증세가 다른 것이니, 오직 의원이 뜻<意>으로 터득하는 여하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만약 옛사람이 말하지 않은 증세가 있다면 또 장차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의意는 박博하기가 어렵고 박博은 이理에 맞기가 어렵다고 했으니, 의원은 그 뜻意를 얻어야만 바야흐로 일굴의 명의가 될 것이다. 가탐價耽이 슬하蝨하,서사백徐嗣伯이 침달針疸,서지재徐支才가 합정질蛤精疾,주고周顧가 교룡하蛟龍하를 고친 일 등이 이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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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의 이야기외 조선조 후기 특별한 분들의 삶이 흥미롭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확고한 자신만의 신념으로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이들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닮으려 노력해야 하겠다.  

지금도 그러한 모습으로 자신만의 길을  걷는이들이 있을 것이다.

도무지 내세울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작은 것이라도 의미를 부여하고 세상에 휘둘리지 않으며 곧은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나에게도 주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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