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그리스 인 조르바/니코스카잔차키스 .이윤기옮김

다림영 2010. 4. 27. 21:25
728x90
반응형

 

 

본문중에서

 

나는 행복했고,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행복을 체험하면서 그것을 의식하기란 쉽지 않다. 행복한 순간이 과거로 지나가고, 그것을 되돌아보면서 우리는 갑자기<이따금 놀라면서>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깨닫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이란 이런 것인가. 야망이 없으면서도 세상의 야망은 다 품은 듯이 말처럼 뼈가 휘도록 일하는것.... 사람들에게서 멀리 떠나,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되 사람을 사랑하며 사는것..... 성탄절 잔치에 진탕 먹고 마신 다음, 잠든 사람들에게서 홀로 떨어져 별은 머리에 이고 뭍을 왼쪽, 바다를 오른쪽에 끼고 해변을 걷는것.... 그러다 문득, 기적이 일어나 이 모든 것이 하나로 동화되었다는 것을 깨닫는것....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하는가? > <잠자고 있네.><그럼 잘 자게.><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하는가?><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조르바. 잘해 보게. 키스 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나는 어느날 아침에 본 , 나무 등걸에 붙어있던 나비의 번데기를 떠올렸다. 나비는 번데기에다 구멍을 뚫고 나올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나는 잠시 기다렸지만 오래 걸릴 것 같아 견딜 수 없었다. 나는 허리를 구부리고 입김으로 데워주었다. 열심히 데워 준 덕분에 기적은 생명보다 빠른 속도로 내 눈앞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집이 열리면서 나비가 천천히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날개를 뒤로 접으며 구겨지는 나비를 본 순간의 공포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엾은 나비는 그 날개를 펴려고 파르르 몸을 떨었다. 나는 내 입김으로 나비를 도우려고 했으나 허사였다. 번데기에서 나와 날개를 펴는 것은 태양아래서 천천히 진행되어야 했다. ..

 

오늘날에야 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가를 깨닫는다. 서둘지말고, 안달을 부리지도 말고, 이 영원한 리듬에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그루지야 국경에 이르렀네. 용케 쿠르트에서 탈출한셈이지. 나는 마침내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 버리고 말았네. 왜 그런고 하니. 내가 <행복이란 의무를 행하는 것. 의무가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행복은 그만큼 더 큰 법>이란 옛말을 제대로 실감한 적이 있다면 그게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네.

 

 

 

재수없는 사람은 자기의 초라한 존재 밖에도 스스로 자만하는 장벽을 쌓는 법이다. 이런 자는 거기에 안주하며 자기 삶의 하찮은 질서와 안녕을 그 속에서 구가하려 하는게 보통이다. 하찮은 행복이다. 만사는 정해진 순서를 따라 진행된다.

 

험한길, 신성한 길을 따르다 안전하고 단순한 법칙에 따르기도 한다. 하지만 미지의 세계로부터의 공격이 차단된 하찮은 확신의테두리 안에서 지네처럼 꼼지락 거리다 보면 아무 도전도 받을 수 없다. 숙명적인 공포와 증오의 대상이 되는  강력한 적은 오직 하나, 터무니없는 확신뿐이다. 확신은 내 경험의 벽을 허물고 내 영혼을 덮치려 하고 있었다.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가.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처럼 만났다가는 헤어지면서도 우리의 눈은 하릴없이 사랑하던 사람의 얼굴모습. 몸매와 몸짓을 기억하려고 하니... 부질없어라. 몇 년만 흘러도 그 눈이 검었던지 푸르렀던지 기억도 하지 못하는 것을.>

 

 

 

<아니오 당신은 자유롭지않아요. 당신이 묶인줄은 다른 사람들이 묶인 줄과 다를지 모릅니다.그것뿐이오. 두목, 당신은 긴 줄 끝에 있어요. 당신은 오고 가고, 그리고 그걸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그 줄을 잘라버리지 못해요. 그런 줄은 자르지 않으면....>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이므로....

 

 

------

참 긴 시간 읽었다. 정말 잘 읽히지 않았다. 선생님께서 숙제를 내주신듯이, 반드시 읽어야 할 것처럼 그렇게 읽었다. 머릿속엔 무엇이 그렇게 많이 담겨있는지 도무지 글을 담을 수가 없었다. 비워야 채울수 있는데 도무지 채워지지 않았다. 조르바의 영혼을 생각하며 푹 빠져 들여다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끝까지 읽었지만 실패였다. 언젠가 나는 또다시 읽게 될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