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유럽의 걷고 싶은길/글 사진 김남희

다림영 2010. 5. 5.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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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중에서

 

걸을 때  세계와 나 사이의 거리는 좁아진다. 걷는 동안 나는 세계의 관찰자가 아니라 세상의 일부가 된다. 풍경속으로 들어가 풍경이 된다. 걸을 때 내 몸은 진화한다.

 

걷다보면 발이 절로 나아가는 순간이 온다. 내 의지로 몸을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몸이 나를 이끌고 간다. 땅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 모든 동작에 어떤 무리도 따르지 않는다. 몸과 마음, 육체와 영혼이 하나가 되어 조화롭다.

 

 

흐르는 물과 같다. 최고의 선善이다.내 몸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다. 무엇이든 제자리에 놓이면 미美아닌 것이 없다고 했던가. 어긋나는 것 없이 모두가 제자리에 있다. 내가 이 세상의 아름다운 생명으로 살아있다. 길 위의 들꽃 한 송이처럼, 저기 우둑 선 산처럼, 나도 그렇게 빛나고 있다. 

 

..

 

그 시절 나는 철없이 어리기만 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바닥까지 다 들여다볼 수 있도록 투명해야 하는 거라고 믿엇다. 몸과 마음을 더불어 나누는 사이에도 저마다의 강물이 흐르고, 때로는 건널 수 없는 강도 잇다는 것을, 그때는 왜 미처 알지 못했을까.

오래도록 함께 늙고 싶었던 사람이 떠나고 나서야 눈이 밝아지다니. 인생은 때때로 잔인하고, 깨달음은 늘 뒤늦게 찾아온다.

 

..

 

그래 중요한 건 내 방식대로 살아가는 거야. 남들과 나를 비교할 필요는 없어. 지금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길이니까. 나는 이대로 계속 가면 되는 거야. 그러다 보면 길 끝에서 내가 찾던 모든 것을 얻게 되겠지. 노래는 지친 나를 따스하게 어루만져 준다. 어느새 산 너머가 환해지고 있다. 보름달이 뜨려나 보다. 내 마음도 덩달아 환해진다.

 

 

그렇다. 안간힘이 힘이듯 견디는 힘도 힘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견디다 보면 어떻게든 다시 봄 앞에 서게 된다는 것을 저 나무들도 알고 있겠지. 그래서 마침내는 어느 소설가처럼 "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라고 고백할 수 있는 날이 온다는 것을. 나도 고백하듯 중얼거려본다.

"비에는 견뎠고 햇살에는 기쁘다"

 

 

"군산에 내 첫사랑의 여자가 살고 있다는 얘길 들었어요. 어디 사는지는 모르지만"


"어디 사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만나려구요"

"만나려고 온 거 아니에요. 그저 그 여자가 사는 길을 나도 걷고 싶고, 그 여자가 보는 바다를 나도 보고 싶었어요"

"근데 이렇게 비가와서 어떡해요"

"괜찮아요. 그 여자랑 나랑 같은 비를 맞고 있는 거니까. 그 여자가 보고 있는 비를 나도 보는 거니까"

영화<박하사탕>중에서

 

 

당신에게도 남몰래 품은 도시가 있는지? 저릿한 통증과 함께 먼 과거의 시간 속으로 당신을 돌려세워 놓는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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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사랑보다 가슴 아픈 건 말하지 못한 사랑이 아닐까. 아무도 보아주는 이 없이 저홀로 잎내고 꽃 피고 열매 맺고 져버린 작은 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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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로 남은 추억은 때로 살아갈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실패한 사랑이 삶을 긍정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실패와 상처 속 절정과도 같은 생의 한 순간을 지나온 사람들은 그 순간의 영원성에 기대어 남은 생을 견뎌갈 힘을 얻기도 하는 법이다.

 

 

노먼의 죽음이 그녀에게 독립적인 새 삶을 시작할 계기가 되었던 것처럼, 고독한 어린 시절이 그녀에게 그림을 그리고 동화를 짓게 만들었던 것처럼. 외로움이 무언가를 낳기도 하는 법이다. 내 외로움도 무언가를 낳을 날이 오리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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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걷고 싶은 길에 대한 안내가 착하게 부록으로 달려있다.

모든 형편과 용기와 그 어느것도 내겐 없지만 책을 읽으며 작가의 길을 부지런히 쫒는다. 그녀가 느끼는 모든상황들을 십분 함께 하며 나의 지난날도 회상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고되고 힘든 여정 그러나 아름다운 인간들의 만남과 아름다운 곳 그리고  고요한 발자취... 그 자연 속에 깊은 영혼의 울림이 깃들어 있다.

 

걷는 것은 나의 각별한 에너지이다.

책속의 것과는 비교할 수없는 것이지만, 소박하기 이를데 없지만, 작은 그 속에서 삶의 질서와 깊이를 나는 깨닫는다. 나 자신을 정화하기에 충분하다.

이번주에는 어디로 나서볼까, 걷기 좋은 길, 아름다운 길을 서둘러 찾아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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