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중에서
"모과나무는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 가까이 갔지만 그것을 발견치 못했다. 보지 않으면 그것은 무 그 자체였다. 보지 않으면 모과나무는 없고, 그 향기는 더더욱 없다. 쓸데없는 욕망에 눈이 어두웠으므로 나무를 보았으되 나무로 보지 않고 하나의 형상으로만 보았다. 내가 보았으므로. 그리고 느꼈으므로 그 열매는 모과로 내 곁에 왔으며, 그 향기는 내 곁으로 풍겨온 것이다.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의 곁 곳곳에, 삶의 기쁨은 그곳에 있다. 우리는 눈이 멀어 그것을 보지 못하고 썩은 악취에만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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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천사들은 우리 주변에 있다. 바로 우리 이웃들의 얼굴에, 함께 부대끼며 이 복잡한 속세 지옥을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어깨위에 천사는 언제든지 그 날개를 접고 쉬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조금 마음을 열어 우리 주변을 돌아 볼 수 있다면,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날개를 지닌 천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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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그가 떨리는 손으로 건네준 종이위에 쓰여있는 내가 쓴 글의 한 부분을 읽어 보았다.
....허공에 뱉은 말 한마디도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법은 없습니다. 자신이 지은 죄는 아무리 가벼운 죄라 할지라도 그대로 소멸되어 버리는 법이 없습니다.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은 그대로 씨앗이 되어, 민들레꽃이 되어 날아갑니다. 나쁜 생각과 나쁜행동들은 나쁜 결과를 맺고 악의 꽃을 피웁니다.
마찬가지로 좋은 생각과 좋은 행동들은 그대로 사라지는 법이 없이 샘을 이루고 내를 이루고 강을 이루고 생명의 바다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생각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습관을 낳고 습관은 성격을 낳으며 성격은 운명을 낳습니다. 우리가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 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의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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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서 피는 꽃은 유난히 흔들림에 민감하다고 한다. 하지만 꽃이 아름다운 것은 또 어느 시인의 말처럼 흔들리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나는 오늘도 날마다 세상의 꽃구경을 가는 기분으로 살고 싶다. 그것이 마음의 공부라는 것은 오래전 알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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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의 것이요."
이 구절이야말로 내마음의 어두운 먹구름을 걷어낸 빛의 말씀이었다.
나는 지금도 그때의 감동을 표현할 수 없다. 무엇이, 그 말씀의 무엇이 나를 왜, 어떻게 감동시켰는지 정확히 표현해낼 수 없다.
나는 그 구절을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오만하고 건방지고 편견에 가득 차 있으며 현세의 욕망과 더러운 야망에 가득차 있었는지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질시와 증오에 가득차 잇었으며 적의와 분노에 가득차 있었는가를 깨달앗다. 내가 글을 쓰지 못했던 것은 타인들 탓이 아니라 바로 내 탓이었으며, 내가 노이로제에 걸려 있음은 남이 괴롭힌 탓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그들을 미워하고 증오하고 있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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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하나의 나라와 같다. 누군가 가족에게 불만이 있다고 밖에 나가서 그 불만을 미주알고주알 털어놓는다면 그건 나라의 기밀을 다른 나라에 가서 누설하는 것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가족의 문제는 가족안에서 서로 이해와 사랑으로 끝끝내 극복해야할 문제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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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병을 앓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같은 병을 앓게 된다면 세상에 정녕 무섭고 혐오스런 병이란 없을 것이다. 사랑은 모든 병을 이기는 힘이 아니라 , 어떤 병도 두려워 하지 않게 되는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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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돼지처럼 먹고 마시고 쾌락에 신음하고 있을 때 그들은 자신의 조그만 거짓말, 조그만 욕망을 부끄러워하고 슬퍼하고 미안해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차피해하는 환자들인 것이다. 나는 그래서 사제들이 좋다. 술을 고래처럼 마시는 신부님들도 좋고, 고기를 먹는 스님들도 나보다는 훨신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잇다. 어떤 면에서건 직업은 최선을 다하는 자의 몫이고 수많은 이름으로 불리는 직업은 모두 고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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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오래전 살았던 모든 주소는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주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면 어떠랴. 그 주소들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 갈 때, 사실 우리는 그 주소들에 깃들어 있던 풍경들마저 이삿짐속에 싣고 갔던 것을. 그러므로 우리가 살았던 고향의 풍경들은 사라진 게 아니다. 오래전 우리들 마음속으로 이사를 온 것이다. 사람이 이사를 하면 그 사람이 살았던 풍경들도 그 사람을 따라 이사를 간다. 모름지기 풍경과의 인연이 모두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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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난다. 그러고 나면 우리가 살았던 흔적은 모조리 없어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군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풍경 한 조각을 지키고 우리를 기다려준다면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지 않을 수 있으랴. 그 돌담아래서, 그 노파의 주름진 눈망울에 어른거리는 지난시절의 풍경을 앞에 두고 우린 주섬주섬 과거 우리가 살았던 시절의 이야기를 꺼낼 것이다. 우리는 모두 다시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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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스스로 가진 것을 버리고, 스스로 낮은 곳으로 내려가며, 스스로의 몸을 헐벗게 하는 일로 다른 사람들의 눈물과 고통에 연연할 수 있다면 이 슬프고 고통스런 세상에서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같은 몸을 지니고 있다. 당신이 지구 반대편 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또 다른 지구의 반대편에서그 누군가가 당신을 위하여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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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이 봄들녘처럼 온기를 전해줍니다.
굉장한 작가도 너무나 어려운 시절이 있었드랬습니다.
그러한 이들은 어느날 갑자기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모든 고난이 오늘의 그를 있게 한 것을 기억하며 책을 덮습니다.
오늘은 비가 내렸고 사람들은 너무나 조용했습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일들이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나는 평화로울수 있었고 웃을 수 있었습니다.
작은 책 한권의 힘은 위대합니다.
어느새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왔습니다.
텔레비젼에서는 종일 안타까운 여자스케이팅 선수들의 눈물을 보여줍니다.
그들의 수많은 노력이 허사로 돌아갔습니다.
어떤 말로도 그들을 위로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그저 운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텔레비젼의 소리를 안들리도록 줄였습니다.
음악 '할아버지의 오래된 시계'를 오래토록 듣습니다.
오늘도 나는 잘 살아냈습니다.
책한권의 힘으로 참 잘 살아냈습니다.
이제 저녁을 먹으며 창밖을 살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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