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에게 용서를 비는 건 쉬운일이지. 그러나 진정한 승리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 있는 거야. 내게 그런 말을 한 것에 대해 스스로에게 화가 난 걸 느끼지 못하겠나?"
"화가 나다니, 아닙니다. 어리석은 말을 했다는 걸 알았을 때는 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지긴 했지만 나를 용서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언동을 보였으니까요."
"바로 그게 문제라고. 우린 너무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생각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니까! 그래서 자기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야. 하지만 또 마음속으로는 자기가 그렇게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 그때 자기 부정을 하게 되는 거라고. 본래의 자기 모습을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지. 그 순간이야말로 자비가 필요한 때인데 말이야.
타인에 대해 자비심을 보이기 전에 먼저 자신을 용서해야 한다 이말이지. '나는 신이 아니다. 오직 한 사람의 인간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한 실수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내가 인간임을 일깨워주었으니까' 그러면 불에 기름을 붓는 식의 오류를 범하지 않게 되거든.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괴롭히는 일을 멈추게 된다, 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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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아프리카에 한 작은 마을이 있었네. 그곳 사람들은 마을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샘에서 물을 길어다 쓰며 행복하게 살았지.
여자들은 함께 샘으로 가 솟아나는 물을 보며 커다란 기쁨을 느꼈어. 매일매일 그런 식으로 삶을 함께 나눈거야.
그마을에는 살로메라는 매우 솜씨 좋은 일꾼이 한 명 있었네.
그는 물동이 두 개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모양도 좋고 튼튼한 완벽한 물동이였고, 다른 하나는 금이 가 조금씩 물이 샜어. 금 간 물동이는 자기 자신을 무척 부끄럽게 생각했지 그러던 어느 날 금 간 물동이가 살로메에게 물었네. '왜 좀 더 튼튼한 물동이를 가지고 가지 않는 거지요?
내가 물을 낭비하는게 보이지 않나요? 난 내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어요. 애써 길어 온 물이 마을에 도착하면 반밖에 남아 있지 않잖아요. 그게 보이지 않나요? 난 반이 비어버린 물동이예요.'
가만히 금 간 물동이가 하는 말을 듣던 살로메가 말했어. '그게 아니라 반이 찬 물동이겠지. 네게 보여줄 게 있구나. 같이 가보지 않겠니?' 금 간 물동이를 들고 샘으로 간 살로메는 도착 즉시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올랐네.
길을 걸으며 살로메가 말했지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언제나 난 이렇게 네 친구를 오른쪽에 들고, 너는 왼쪽에 들고 다녔단다. 네가 얼마나 훌륭한 일을 했는지 보고 싶지 않니? 아래를 한 번 보렴.' 살로메의 말에 따라 바닥을 내려다본 물동이는 깜짝 놀랐어.
왜 인줄 아나? 오른쪽 물동이 아래에는 먼지만 풀풀 날릴 뿐 아무것도 없었지만, 매일 애써 길은 물을 뚝뚝흘리고 다닌 물동이 아래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해 있었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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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신을 질책하는 금 간 물동이 말이야, 그런 여건에서는 평화로운 마음을 얻을 수 없어. 그러니 그보다는 자신이 피워낸 꽃에 대해 생각하는 편이 훨씬 더 낫지 않을까? 생의 철학은 다른 데 있는게 아니라네. 바로 이런게 생의 철학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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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개의 이름은 싸제스<Sagesse, 지혜>야, 알다시피 매우 순하고 사랑스러운 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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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은 적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알아. 현재를 사는 법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증명해 보이기도 하거든, 지혜란 게 바로 그런 것 아니겠나? 그런 점에서 '개'와 '지혜'라는 말 사이에는 유사점이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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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동물들은 인간처럼 생각을 하진 않아. 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그들에겐 다행스런 일이지! 밖으로 나가기 전에 비가 올 것인지, 암컷을 유혹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인지, 혹은 다리를 다칠 우려는 없는지 개가 미리 생각하고 걱정부터 한다고 생각해보라고! 끔찍하지 않을까? 개는 밖으로 나가고, 그게 전부야, 그리고 밖으로 나간 것에 만족하지. 또 집으로 들어오면 돌아온 것에 만족하고 말이야. 그저 다가오는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 자기 운명에 대히 한탄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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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와도 비교하지 않으며 마음 가득한 부자로 살기를
그저 오늘에 최선을 다하게 되기를
나를 사랑하기를
나를 용서하기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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