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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담 너머에는 세영이네가 살고 있다. 처음 세영이네가 이사 왔을 때는 한동안 서먹하게 지냈다. 그런데 어느날 세영이 엄마가 담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달걀 세 개만 꾸어 주시겠어요?"
나는 달걀 세 개를 담 너머로 넘겨 주었다. 잠시 후 칼국수 한 그릇이 담을 넘어왔다.
-김국자:귀여운 이웃들
이 글을 달걀 세 개는 앞에 말한 달걀 두 개처럼 그렇게 애틋한 것은 아니다. 그저 꾸어 달래서 꾸어 준 것 뿐이다. 세영이 엄마로서도 크게 고마울 게 없는 그저 달걀 세 개가 칼국수 한 그릇을 불러오고 마침내 서먹한 담을 헐었다,
그 후로 지은이와 세영이 엄마는 다른 이웃도 한 사람 더 부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시장도 함께 가고 차도 함께 마셨을 것이다.
-달걀 둘 셋 하나 /정진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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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답고 맑은 그림이 있을까 싶다.
예전엔 이렇듯 정겨운 풍경이 참 많았다.
정말 가난한 시절이었는데 말이다.
계란 하나 얻어먹기가 쉽지 않았었다.
별스럽지 않아도 맛난 음식을 만들게 되면 반드시 옆집으로
쟁반에 얹고 보자기로 덮어 조심스럽게 심부름 하던 기억들이 삼삼하게 떠오른다.
따뜻한 인심이 그리운 시절이다. 삶의 애환이 풍경처럼 그려있는 각별한 분들의 이야기 와 삶의 성찰을 들여다 보며 나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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