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자유인의 풍경/김민웅의 인문학 에세이

다림영 2009. 12. 1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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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의 온도

 

본래 이수호가 국어선생님이었다가 운동의 최전선에 나왔음을 알면, 그리고 <까치가족>이라는 동화를 낸 작가라는 사실을 눈여겨 본다면, 그가 시를 쓴 것은 고개가 끄덕여지는 일이다. 그래도 치열한 운동현장을 헤쳐나가면서 시를 남긴다는 것은 쉽지 않을 터이다.

 

더군다나 그의 시는 따뜻한 성찰의 온도를 지니고 있다. 자신의 내면을 정직하게 응시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대>라는 시는 그가 2006년 다시 교단에 선 지 3개월이 지난 시기에 쓴 글이다.

 

가르치는 일도 몸 닦는 일이지요.

말씀하시고 그대

먼 산사 이름 없는 암자로 드셨다.

머리를 깎았다는 말

암자를 지나온

솔바람이 전해 주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힘겨워 자칫 첫마음이 흐려질 낌새를 스스로 감지하자 그는 마음을 어디 먼 산속의 암자로 훌쩍 떠나보낸다. 스스로를 닦고  일깨워나감이 없는 교육은 위선과 허풍이라는 것을 잘알고 있는 까닭이다.

 

이수호는 맑은 마음을 지켜내는 수도승과 같은 의지 없이 교단에 서는 일을 부끄러워 한다. 그러기에 그는 <다시 눈물의 시대를 꿈꾸며>라는 시에서 "눈물이 필요하다/이렇게 더러워진 내 안에/그렇게 맑은 샘이 있을까" 하고 자신에게 묻는다.

 

그 시의 첫 줄은 "역시 /눈물이 필요한 시대다"라고 되어 있다. 이시대가 아파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의 눈길은 떼어지지 않았다. 사랑이 깊은 사람이다. 이렇게 말하면 그는 분명 온화한 표정으로 수줍어하고 또한 민망해할 것이다. 그의 시 <사랑> 은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다. "내가/계곡을 사랑한다는 것은/계곡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이다./내가/ 그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현실에 대한 관여가 깊으면 성찰이 약해지고 성찰이 강하면 관여의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시를 통해 그 두가지를 잇는 고리를 찾아 나선다. 그건 자칫 현실의 무게에 그대로 눌려 , 아차 하다가 잃어버릴 수 있는 자신과의 약속을 일깨우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수몰된 충주호를 지나며 그가 읊은 시의 한 대목은 이러하다.

"어제는충주호를 다녀왔다/수몰되어 물 속에 갇힌 학교며 동네 위를/유람선을 타고 지나갔다/누구도 그 깊은 물속에 그런 마을이 있었다고 기억하지 않았다/ 세월의 흐름에 시대의 변화에/깊이 잠겨 있을 뿐이었다/두려웠다/우리도 그렇게 잠겨가고 있지나 않는지."

 

유람선을 타고 지나면서 물 밑 저 깊은 곳을 바라보다가 자신을 발견하는 이의 영혼은 투명하다. 잠언이 따로 없다.

'초심初心이라는 말은 초심처럼 사용하는 이가 몇이나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현실을 핑계로 내세워 본래 품었던 의로운 용기가 차츰 둔감해져가고, 그렇게 변질되어가도 도리어 편안해하며, 자신의 몰골이 덩달아 추해지고 있어도 이를 두려워하고 있기나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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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직업인 친구가 몇 있다.

그렇지만 그들에게선 각별한 사명의식을 찾아볼수가 없다.  다만 직업으로 학교에 머무는 것이다.  세상이 어찌 그러한 순수함만으로 살 수 있겠냐만 나는 평소에 선생님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선생님처럼 맑은마음을 지닌 분들이 곳곳에 계시리라 믿고 싶다. 그리하여 우리의 아이들이 한명이라도 더 아름다운 심성으로 훌륭히 자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너무나 평범한 나는 이책을 읽으며 아득하기만 한 무엇을 절절히 느껴야 했다.

지은이께서 언급한 책이나 인물에 대해서 메모하여 순차적으로 빌려 보아야 하겠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빌렸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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