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여행

제주 올레 1코스 네번째

다림영 2009. 10. 1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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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조리...

우린 오조리에서 이렇게 사진을 찍으며 좋아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고 떠났다.

비행기에 오르면서까지도 난 예쁜 긴머리의 그녀를 잊을 수 없었다.

길이란 그런것이리라. 인생길처럼 .. 늘 좋은 길만 있는 것은 아닌...

답답하고 마음에 안드는 시멘트 길을 꾿꾿하게 걷다보면  어느 끝자락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의 길을

만나게 되는 것을...

 

 

 

성산포 항이다.

배들도 휴일은 있다.

쉬어야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성산포는 끊임없이 '이생진'님의 시가 생각나는 곳이다.

한마디 이쯤해서 해 주어야 하는데 외운 것은 다 잊어버리고

시집을 찾아 적어본다.

 

설교하는 바다

 

성산포에서는

설교를  바다가 하고

목사는 바다를 듣는다.

기도보다 더 잔잔한 바다

꽃보다 더 섬세한 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 바다가 더

잘산다.

 

..

너무 근사한 시..

한동안 그분의 시에 묻혀 있을 것 같다.

 

 

이른 아침에 바다로 출근하는 해녀들을 보았드랬는데

이 때는 점심무렵이었다. 

퇴근길이신가 했더니 친구는 시간이 몇신데 한다.  

 

 

우리도 시멘트 긴 길을 걷다가 성산포항을 건너뛰고 성산일출봉으로 발길을 돌렸다.

 

 

 

 

언제나 포즈가 비슷한 우리.. 웃음이 난다.

 

 

 

바다를 본다/이생진

 

성산포에서는

교장도 바다를 보고

지서장도 바다를 본다

부엌으로 들어온 바다가

아내랑 나갔는데

냉큼 돌아오지 않는다

다락문을 열고 먹을 것을

찾다가도

손이 풍덩 바다에 빠진다

 

성산포에서는

한 마리의 소도 빼놓지 않고

바다를 본다.

한마리의 들쥐가

구멍을 빠져나와 다시

구멍으로 들어가기 전에

잠깐 바다를 본다

평생 보고만 사는 내 주제를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나를 더 많이 본다.  

 

 

 

 

이곳에서 보니 우리가 걸어야 했던 길이 보였다. 그랬다. 우린 저 길을 놓쳤다. 시멘트 길을 길게 걷다가 치지고 그녀는 그렇게 가버리고 저 빨간 등대그리고 흰 등대를 돌아와야 했었던 것이다. ..멀리 보고만 있어도 참 근사하게 걸어들어오는 등대길... 성산포를 돌아서 일출봉으로 향하는 ..아득한 못내 아쉬운 그 길..

 

 

 

 

신발을 다 벗어던지고 누웠다. 제법 발이 아팠다.

난 자꾸만 누웠다 일어섰다 가만있지 못했고 친구는 열심히 눈을 부치려 했고 나중엔 자는듯도  싶었다.

따끈따끈한 햇살덕으로 조금은 습기가 남아있었을 마음은

꾸덕꾸덕 한치처럼 잘 말라갔을 것이다.

 

 

 

잠시 사진을 부탁했던 젊은새댁이 ..'잠깐만요''잠깐만요' 하면서 방향을 틀어가며 친절한 사진 찍어주기 한다. 그  덕으로 사진을 부탁한 내가 더 멋적었다. 열심히 그녀가 stop을 할때까지 나는 가만 있어야 했으므로..

 아마도 친구는 재가 도대체 왜저러나 했을 것이고 그녀는 조용히 그렇게 파도 소리를 들으며 지친몸을 뉘이고 싶었으리라.

 

 

 

성산일출봉은 오르지 않았다. 멀리서만 바라보았다. 멀리서만 보아도 충분히 아름다웠고 그렇게 햇볕에 몸을 맏기고 누워 있는것고 굉장히 근사한 일이었다. 친구에게 사진을 보내려고 애썼는데 눈이부셔서 핸드폰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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