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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시골 운동회는 동네 잔치였다. 손자, 손녀,삼촌,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가 함께하는 굉장한 행사였다.
대부분 운동회는 추석무렵에 펼쳐지곤 했다. 햇과일 햇곡식을 한 보따리에 싸서 머리에 이고 들고 어머니들은 한복까지 챙겨 입기도 하며 학교로 서둘러 향했다. 동네가 온통 운동회로 시끌시끌했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남루하던 시절 일년 중 먹을 것들이 그래도 풍성하여 나눌수 있는 때였다.
흰 연기를 내며 '팡' 울리는 총소리, 100미터 달리기를 시작으로 갖가지 웃고 즐기는 행사가 지나가면 맨 마지막으로 5.6학년 마스게임이 펼쳐졌던 것 같다.
아마도 한달열흘쯤 가을 볕 아래에서 땀흘리며 내내 연습했을 것이다. 목소리가 카랑카랑 한 무용을 담당하던 선생님의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이무렵 나는 동네 자전거포에서 자전거를 빌려타며 다리에 상처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라앉지 않은 무릅의 심한 상처로 고약이 붙여져 있었다.
사진이 칼라로 나왔다면 무릎에 붙여놓았던 고약의 모습도 확연히 드러났을터이고 청군의 청색 스카프도 제법 근사하게 보여졌을 것이다.
두번째 줄에 목이 길고 훌쩍 올라온 아이가 육학년때의 내 모습이다. 그때의 여자아이들도 셈이 많아 줄을 설때 조금이라도 앞에 서려고 발꿈치를 올리고는 했는데 나는 가만 있다가 뒤로 뒤로 밀려나 버렸다. 그들을 밀쳐내고 원래의 내 자리로 나는 다시 올라가지 못했고 지금도 그런 성격이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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