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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뜨거운 가을 볕이었고 우린 지치기도 했다. 친구는 성산일출봉 언덕에 그냥 누워버렸다. 어떠한 말도 없이 깊은 잠에 빠진 듯 했다.
간간히 바람은 살갗을 간질였고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는 자장가가 되어주고도 남았을 것이다. 잠든 친구의 모습이 예뻐서 곁에 나도 누워보았지만 금새 반 자동기계처럼 앉기를 거듭했고 우왕좌왕 사진을 찍어댔고 가만히 앉아 바다와 마주하지도 못했다.
꿈처럼 날아갔던 제주도에서 가만히 누워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마음 바쁜 내겐 차마 하지 못 할 일이었고 잠이라니 그것은 더군다나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의 소망은 편안한 미소가 깃든 얼굴을 소유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음이 평화스러워야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이리라. 그러한 것을 알면서도 그림 같은 제주도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했다.
파도 소리를 베개 삼아 누워버린 아름다운 친구처럼 가끔 나도 나를 가만히 놓아두는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자연의 모든 것처럼, 가끔은 느린 순간에 몸을 맡기며 그때 그 하늘의 구름처럼 바다처럼 유유히 흘러야 하겠다. 그것은 어느 책에서 본 인디언의 말씀처럼 멈출 줄 모르고 달려가는 몸을 따라 오고 있지 못하는 지친 영혼을 기다리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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