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과 사색

때로 그냥 가만히

다림영 2009. 11. 23. 21:09
728x90
반응형

 

 

 

제법 뜨거운 가을 볕이었고 우린 지치기도 했다.  친구는 성산일출봉 언덕에 그냥 누워버렸다. 어떠한 말도 없이 깊은 잠에 빠진 듯 했다.

 간간히 바람은 살갗을 간질였고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는  자장가가  되어주고도 남았을 것이다.  잠든 친구의 모습이 예뻐서 곁에 나도 누워보았지만  금새 반 자동기계처럼 앉기를 거듭했고 우왕좌왕 사진을 찍어댔고  가만히 앉아 바다와 마주하지도 못했다

꿈처럼 날아갔던 제주도에서  가만히 누워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마음 바쁜 내겐 차마 하지 못 할 일이었고 잠이라니 그것은 더군다나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의 소망은 편안한 미소가 깃든 얼굴을  소유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음이 평화스러워야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이리라. 그러한 것을 알면서도 그림 같은 제주도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했다.

 

  파도 소리를  베개 삼아 누워버린  아름다운 친구처럼 가끔 나도 나를 가만히  놓아두는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자연의 모든 것처럼, 가끔은 느린 순간에 몸을 맡기며 그때 그 하늘의 구름처럼 바다처럼 유유히 흘러야 하겠다.  그것은 어느 책에서 본 인디언의 말씀처럼 멈출 줄 모르고 달려가는 몸을 따라 오고 있지 못하는 지친 영혼을 기다리는 일일 것이다.  

 

반응형

'풍경과 사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너의 배경으로   (0) 2009.12.03
지난여름 끝무렵  (0) 2009.11.24
어느 휴일에   (0) 2009.10.01
성자의 모습   (0) 2009.09.29
맨발의 가을 운동회   (0) 2009.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