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과 사색

지난여름 끝무렵

다림영 2009. 11. 2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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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내가 아주 잘 하는 아이다. 이제 그러니까 몇살이 된 것인가....맞다! 열여덟인가 그럴 것이다. 하지만 녀석의 정신나이는 너무나 어리다. 겨우 다섯살인 것이다. 커다란 덩치에 언제나 코를 훔치며 다니는 해맑은 영혼이어서 처음보는 이도 그것을 금새 눈치 챌 수 있다.

 

여름이 끝나가는 어느 저녁무렵이었다. 녀석이 대장인 거리에 해병대 아저씨들이  구름을 뿜어내며  왕왕 내달리고 있었다. 마침 녀석은 동네를 누비며 유유히 자전거를 타고 있었고 아주 어린 아이처럼 소리를 르지 않을 수 없었고  꿈처럼 날개를 단듯 가볍게 구름속으로 날아들어간 것이다.

 

'이모!' 하고 느닷없이 가게문을 밀어제치며  친구가 때렸다고 눈물을 훔치며 내게 고해받치는 녀석! 그날,녀석의 꿈에는 몇년이나 소식이 없던 아빠를 만났으리라.  가슴엔 한 가득 선물꾸러미를 안고,그밤 내내 입을 해죽거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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