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애리얼포드엮음/송은경 옮김

다림영 2009. 9. 2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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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닦는 무용수

겉모습이야 어떻든 우리는 저마다 함께 나누고 표현할 수 있는 신비한 것을 가지고 있다.

 

 

내 영혼을 끌어당기는 음악의 힘을 처음으로 느낀 것은 네 살 무렵이었다. 나는 지금까지도 이른바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들<가사, 곡조, 화음, 리듬>의 무한한 조합에 경탄을 금하지 못한다. 음악이란 결국 우리의 고막을 때리는 진동의 집합에 지나지 않지만 제대로 진동하는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나는 그것을 영혼이 내 귀에 음악의 메시지를 속삭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시대에 음악을 직업으로 삼자면 심약해서는 안된다 냉혹한 헌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나만의 소우주인 밴드의 일원으로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예술가로서 인생의 많은 날들을 보낸 것은 굽힘 없는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는 곧 나 자신을 일종의 '회원 전용' 클럽의 일원으로 생각했다.

 

 

하루는 클럽에서 공연을 마치고 나오는데, 노숙자로 보이는 남자가 달려와 내 자동차의 유리창을 닦게 해달라고 애걸했다. 추운 겨울날 로스앤젤레스 중심가, 게다가 축축한 안개까지 끼어 있었지만 나는 그의 청을 들어주었다.

 

 

뒷자석에 가방을 놓으면서 남자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마에 주름이 한 줄 잡힌 것 빼고는 젊은 얼굴이었다. 그는 기름걸레와 분무기를 꺼내들고 작업을 시작햇다. 청소를 그렇게 확실하게 하는 사람은 정말 처음 보았다. 차 유리창에 자신의 인생이 달려 있기라도 한 것처럼 힘차게 문질렀다.

 

 

그의 정성에 감동한 내가 20달러 지폐를 한 장 주었더니 그는 깜짝 놀라 고맙게 받아들더니 눈물까지 보였다. 내가 그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티미 영입니다"

그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당신의 진짜 생업은 뭡니까?"

"실은 , 춤을 춥니다."

"춤을 춥니다.'

"춤을 춘다구요?"

 

 

남자가 갑자기 얼굴이 환해지며 당당한 태도로 말했다.

'전 세인트루이스 예술학교에서 현대무용을 배웠습니다. 여러 해동안 각종공연에도 출연했죠!"

다시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그가 말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운명이 꼬여버렸어요. 로스앤젤레스의 친척 집으로 갔지만 그분도 집을 잃게 될 처지란 걸 알게 되었죠. 결국 오갈 데가 없어진 저는 이렇게 거리에서...차를 닦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가 얼마나 차분하게 얘기하던지 진실을 얘기하고 있다는 걸 의심할 수 없었다. 비록 도중에 포기해버렸지만 나와 같은 예술가인 그에게 나는 입고 있던 윗도리를 불쑥 벗어주었다. 그가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가만히 악수를 청했다. 따뜻한 악수를 나눈 뒤 그가 즉석에서 아름다운 이중회전을 보여주었는데 러시아의 유명한 무용수 바리시니코프도 대견해했을 법한 솜씨였다. 우리는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고속도로에 들어섰을 때 나는 어느새 울고 있었다. 오늘의 만남으로 선물을 받은 것은 남자가 아니라 바로 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만나는 모든 사람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었다.

이제 나는 우리 모두가 무한한 재능을 가진 예술가라는 것을 안다. 겉모습이야 어떻든 우리는 저마다 함게 나누고 표현할 수 있는 신비한 것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내면에는 모두 예술가가 들어 있는 것이다. /프레디 라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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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언젠가 읽은 것 같다. 표지가 아주 낯이 익다.

찾아 보아야 하겠다. 이렇게 기억력이 좋지 않는 나다.

어쨌거나 사람사는 얘기여서 기적같은 글이어서  책장은 하루만에 다 넘겨지고 말았다.

 

기적같은 얘기들이 너무 많다. 우주얘기를 하는 첨단의 시대에 과학으로는 도저히 밝힐 수 없는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얘기 중에서 나는 가장 기적 같지 않은, 굉장히 인간적인 이 아름다운 얘기가 오래토록 가슴에 남아 한번씩 나를 돌아보게 할 것 같다. 나는  아름다운 사랑을 베푼 '프레디라벨'의 마음을 닮아야 할 것이다.  

 

 

명절무렵이어서인지 갈수록 태산인 날들이다.

그러나 알수 없는 운명속에서  기막힌 현실 속에서  재능있고 아름다운 한 무용수가 거리에서 차를 닦고 있었다.

...

나는 아직까지 따뜻한 전등불 아래서 거리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음악의 광활한 평야에서  책을 뒤적이며  손님을 기다리고 잊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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