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空의 매혹인 뜀박질로 인도하게 되고, 우리가 한 발을 딛고 뛰듯 껑충껑충 이것저것에로 뛰어가게 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공포심과 매혹이 한데 섞인다-앞으로 다가서면서도 <동시에 도망쳐>뒤로 물러나는 것이다. 제자리에 가만히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그칠 사이 없는 움직임의 대가를 받는 날이 찾아오는 것이니 말없이 어떤풍경을 고즈넉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욕망은 입을 다물어버리게 된다. 문득 공空의 자리에 충만이 들어앉는다. 내가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면 그것은 다만 저 절묘한 순간들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렇게 하기로 굳게 마음먹은 것은 저 투명한 하늘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내 어린시절, 반듯이 누워서 그리도 오래도록 나뭇가지 사이로 물끄러미 바라보았던 하늘, 그리고 어느 날 싹 지워져 버리던 그 하늘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겨울 숲속의 나무들처럼 적당한 거리는 떨어져 서서 이따금씩만 바람소리를 떠나보내고 그러고는 다시 고요해지는 단정한 문장들. 그 문장들이 끝나면 문득 어둠이나 무無, 그리고 무에서 또 하나의 겨울 나무 같은 문장이 가만히 일어선다. 그런 글 속에 분명하고 단정하게 찍힌 구두점.그 뒤에 오는 적막함, 혹은 환청, 돌연한 향기, 그리고 어둠, 혹은 무, 그 속을 천천히 거닐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 산문집을 번역했다. 그러나 전혀 결이 다른 언어로 씌어진 말만이 아니라 그 말들이 더욱 감동적으로 만드는 침묵을 어떻게 옮기면 좋단 말인가?/ 김화영"
책을 읽지 못하게 되는 날이 간혹 있다.
그러면 나는 그냥 화가 난다.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가끔 한적하고 느릿느릿 세상속에서 그냥 쉬어보면 안되는 일일까
어제는 종일 집안정리를 하느라 책도 빌리지 못하고 읽지도 못하고 산에도 다녀오지 못하고 늘 일정하게 해오던 것들을 하지 못했다. 특별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동안 나는 그렇게 살아야 할 것인데
벌써부터 마음이 가만잊지 못하고 길을 잃었다.
그냥 모든것을 흐르는 시간속에 맡기고 평화로워지면 안돼는 것인지
그 공空속에 머물면서 마음이 차오르면 안돼는 것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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