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나무를 심는 사람/장지오노

다림영 2009. 9. 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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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이래 나는 1년에 함 번식은 엘제아르 부피에를 찾아갔다. 그동안 나는 그가 실의에 빠지거나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의심을 품는 것을 전혀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가 겪은 시련을 잘 아실 것이다. 나는 그가 겪었을 좌절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러나 그와 같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야 했을 것이고, 그러한 열정이 확실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절망과 싸워야 했으리라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한때 엘제아르 부피에는 1년 동안에 1만 그루가 넘는 단풍나무를 심었으나 모두 죽어 버린 일도 있었다. 그래서 그 다음 해에는 단풍나무를 포기하고 떡갈나무들보다 더 잘 자라는 너도 밤나무를 심었다.

 

 

하지만 이런 뛰어난 인격을 가진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려면 우리는 그가 홀로 철저한 고독속에서 일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는 너무나도 외롭게 살았기 때문에 말년에는 말하는 습관을 잃어버리기까지 했다. 아니 어쩌면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1933년엔 숲을 보고 깜짝 놀란 산림감시원이 엘제아르 부피에를 찾아왔다. 이 관리는 '천연' 숲이 자라는 것을 위태롭게 할지도 모르니 집밖에서 불을 피워서는 안 된다고 이 노인에게 경고했다. 그 관리는 순진하게도 숲이 혼자 저절로 자라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 무렵에 엘제아르 부피에는 집에서 1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너도밤나무를 심으러 다니곤 했다. 그때 그는 이미 일흔다섯 살이었으므로 매일 오고 가는 수고를 덜기 위해 나무를 심는 곳에 조그만 돌집을 하나 지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다음 해에 그 집을 지었다.

 

1935년 에는 진짜 정부 대표단이 '천연숲'을 시찰하러왔다. 산림청의 고위관리와 국회의원, 전문가 들이 함께 왔다. 그들은 쓸데없는 말들을 많이 했다. 그들은 무엇인가를 하기로 결정했는데 , 그러나 다행히도 단 한가지 유익한 일을 빼고는 아무일도 하지 않았다. 즉 그 숲을 나라의 관리 아래 두고 나무를 베어 숯을 굽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그들 역시 건강이 넘치는 젊은 나무들의 아름다움에 매혹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아름다운 숲은 국회의원까지도 사로잡았던 것이다. 대표단의 산림전문가들 가운데는 내 친구가 한 사람있었다. 나는 그에게 이 숲의 비밀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그 다음 주에 우리 두 사람은 엘제아르 부피에를 찾아갔다.

 

 

부피에는 대표단이 시찰한 지점에서 2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한창 일하고 있었다. 산림전문가인 내 친구는 역시 그다웠다. 그는 가치 있는 것을 알아 볼 줄 알았고 입을 다물줄도 알았다. 나는 선물로 가져간 달걀 몇 개를 내놓았다. 우리는 함께 점심을 나누어 먹고 말없이 경치를 바라보면서 몇시간을 보냈다.  우리가 지나온 곳은 6~7미터 높이의 나무들로 뒤덮여 있었다. 1913년에 보았던 이곳의 모습이 생각났다. 황무지가 떠올랐다.....

 

 

평화롭고 규칙적인 일, 고산지대의 살아있는 공기, 소박한 음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음의 평화가 이 노인에게 놀라우리만큼 훌륭한 건강을 가져다 주었다. 그는 하느님이 보내준 일꾼이었다. 나는 그가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땅을 나무로 덮을 것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떠나기 전에 내 친구는 노인에게 이곳의 토양에 알맞을 것 같은 몇몇 나무의 종류에 관해 짧게 말해 주었다. 그러나 그것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내 친구는 "당연히 그분은 나무에 대해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어" 라고 나에게 말했다. 그 생각이 계속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았는지 내 친구는 한 시간쯤 걷고 나서 다시 이렇게 덧붙였다. "그는 나무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아 그는 행복해질 수 있는 멋진 방법을 찾은 사람이야"라고.

 

 

이 산림전문가 덕분에 숲만이 아니라 엘제아르 부피에의 행복도 지켜질 수 있었다. 내 친구는 숲을 보호하기 위해 산림감시원 세 명을 임명했고, 이들에게 겁을 주어서 숯을 굽는 사람들이 뇌물을 주어도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히 일러 두었던 것이다.

 

 

엘제아르 부피에의 숲은 1939년에 일어난 2차 세계대전 때에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그 당시에는 많은 자동차들이 목탄가스로 움직였기 때문에 나무가 항상 모자랐다. 그래서 사람들은 엘제아르 부피에가 1910년 에 심은 떨갈나무들을 베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숲은 도로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경제적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숲을 포기했다. 그러나 부피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는 그곳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평화롭게 자기 일만을 묵묵히 계속하고 있었다. 그는 1914년 의 전쟁에 마음을 쓰지 않았던 것처럼 1939년의 전쟁에도 마음을 쓰지 않고 자기 일을 계속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엘제아르 부피에를 만난 것은 1945년 6월이었다. 그때 그는 여든일곱 살이었다. 나는 그 옛날읳 ㅘㅇ무지로 가는 길을 다시 찾아갔다. 전쟁이 나라를 황폐하게 만들었는데도 이제는 뒤랑스 강 계곡에서 산으로 버스가 다니고 있었다 . 나는 옛날 내가 걸어갔던 곳이 어디인지 더 이상 알아볼 수 없었다. 버스가 비교적 빨리 달렸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곳은  처음와보는 곳 같았다. 마을 이름을 듣고 나서야 내가 그 옛날의 황량했던 땅에 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베르공 마을에서 버스를 내렸다.

1913년에는 이 마을에 열 집인가 열 두집이 있었고, 사람이라고는 단 세명만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난폭했고 서로 미워했으며, 덫으로 사냥을 해서 먹고 살았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거의 원시인에 가까운 삶이었다. 버려진 집들을 쐐기풀이 덮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죽음을 기다리는 것밖에 희망이 없었다. 하물며 선한 일을 하며 사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공기마저도 달라져있었다. 옛날의 메마르고 거친 바람 대신에 향긋한 냄새를 실은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물 흐르는 소리 같은 것이 저 높은 언덕에서 들려오고 있었다.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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