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서 부는 바람소리였다. 그런데 놀랍겓 못 속으로 흘러들어 오는 진짜 물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나는 만들어진 샘에 물이 넘쳐 흐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를 가장 감동시킨 것은 그 샘 곁에 이미 네 살쯤 되어 보이는 보리수가 심어져 있는 것이었다. 벌써 잎이 무성하게 자란 이 나무는 분명히 부활의 한 상징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더구나 베르공 마을에는 사람들이 희망을 가져야만 할 수 있는 공동작업을 한 흔적이 뚜렷이 보였다. 희망이 이곳에 다시 돌아와 있었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망가진 집과 담을 모두 허물어 버리고 집 다섯 채를 새로 지었다. 그 후로 마을 사람들의 수는 스물여덟 명으로 늘어났는데, 그 가운데는 젊은 부부도 네 쌍이 끼어 있었다.
산뜻하게 벽을 바른 새 집들이 채소밭에 둘러싸여 있었다. 채소밭에는 양배추와, 장미, 파와 금어초, 셀러리, 아네모네 등 채소와 꽃들이 어울려 가지런히 자라고 있었다. 그곳은 사람들이 살고 싶은 마을이 되어 있었다.
그곳에서부터 나는 다시 조금 더 걸어갔다. 이제 막 전쟁이 끝난 터라 그곳은 아직은 삶을 활짝 꽃피우지 못하고 있었지만 , 라자로는 이미 무덤밖에 나와 있었다. 나지막한 산기슭에는 보리와 호밀이 자라고 있었고, 저 아래 좁은 골짜기에는 풀밭이 파랗게 물들어 있었다.
이 고장 전체가 건강과 번영으로 다시 빛나기까지는 그로부터 8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1913년에 보았던 폐허의 땅위에는 잘 단장된 아담하고 깨끗한 농가들이 들어서 있어서 행복하고 안락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비와 눈이 숲속으로 스며들어 옛날에 말라 버렸던 샘들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샘물로 물길을 만들었다. 단풍나무 숲 속에 있는 농장들은 모두 샘을 갖고 있었는데, 맑은 샘물이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한 싱싱한 박하 풀잎 속으로 흐르고 있었다.
마을들이 조금씩 되살아났다. 땅값이 비싼 평야지대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이주해 와 젊음과 활력과 모험 정신을 가져다 주었다. 건강한 남자와 여자들, 그리고 밝은 웃음을 터뜨리며 시골 축제를 즐길 줄 아는 소년 소녀들을 길에서 만날 수 있었다.
즐겁게 살아가게 된 뒤로 몰라보게 달라진 옛 주민들과 새로 이주해 온 사람들을 합쳐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엘제아르 부피에 덕분에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한 사람이 오직 정신적, 육체적 힘만으로 황무지에서 이런 가나안 땅을 이룩해 낼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는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주어진 힘이란 참으로 놀랍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위대한 혼과 고결한 인격을 지닌 한 사람의 끈질긴 노력과 열정이 없었던들 이러한 결과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엘제아르 부피에, 그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신에게나 어울릴 이런 일을 훌륭하게 해낸 배운 것 없는 늙은 농부에게 크나큰 존경심을 품게 된다.
엘제아르 부피에는 1947년 바농 요양원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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