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장독대가 길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집으로 들어가는 좁다란 길에는 채송화들이 소근거리고 있었다.
착한 이모처럼 개구쟁이 조카를 부르며 들어가고 싶었다.
바위위에 집이 앉아 있다.
비가 많이 오면 굉장하겠다.
빗물은 바위를 타고 길 저 아래로 모르는 동네로 흐를 것이다.
세월도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곳으로
알 수 없는 곳으로...
담배가게엔 아가씨가 없다.
할머니 할아버지만 있을 것 같다.
나는 스물다섯살에 담배를 팔던 아가씨였다.
송창식의 '담배 가게 아가씨' 란 노래를 아시는지?
파란 하늘엔 그들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풍경이 허허롭지 않다.
집집마나 그들이 건너다니는 소리가 보이는 듯하다.
불이켜지고 다시 불이 꺼지고
한쪽에선 웃음이 폭발하고
또 다른 쪽에선 나이든 여자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나는 '솔약국집 아들들'을 벌써부터 기다린다.
둘째아들이 마음에 든다.
그는 순수한 사람이다. 아름다운 남자다.
그의 사랑에 가슴이 많이 아팠다.
나도 그처럼 멍이 들고 말았다.
볕 좋은 동네엔 항아리가 참 많았다.
항아리 마다 각별한 것들이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평화로운 휴일 오전이었다.
불현듯 나타난 이상한 나그네가 있었다.
항아리가족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녀처럼 그들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다.
우리 모습도 방향에 따라 혹은 가깝고 먼 거리에 따라
집의 풍경처럼 전혀 다른 모습일 수 있다.
언제나 똑 같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한 것을 짐작하고 있어야 한다.
잘못하면 다칠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그러나 저 오래된 집처럼 자신만의 향기는 절대 버리지 말아야 한다.
인간적이고 참으로 순정한 ..
주인장은 집 한쪽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손보고 있었다.
바위아래 깔끔하고 예쁜집 하나 있었다.
흰 벽을 만나면 예쁜 그림을 상상하며 그려넣고는 한다.
내가 저 집 주인이라면 어느 한가한 휴일 갖가지 페인트를 구하러 집을 나설 것만 같다.
..
창문 큰거 하나 창문 작은거 하나..
참 잘 어울린다.
그리고 연통까지..
돌담위에 예쁜 나무담장..
희고 깨끗한 벽이 오래된 집을 맑게 만들었다.
상처난 마음도 저 맑은 집처럼 때마다 하얗게 칠을 해야 한다.
번거롭고 고된 작업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부러라도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세월이 가파르게 흐르고난후
어느날 문득 돌아보면
고즈넉한 향기를 지닌 집처럼
그러한 사람 되어 있으리라.
누군가와 이곳에서 가위 바위 보를 하며 계단을 올라야 할 것 같았다.
어릴때는 자주 그랬던 것 같다.
계단만 만나면 우리들은 순간 멀어졌다.
나는 마냥 잘 졌고
상대편은 언제나 이겼다.
가위, 바위, 보..
또 나는 지고 말았다.
이젠 친구 뒷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
갑자기 눈물이 돈다.
저위 전봇대에 다다르면 너른 포도밭이 있을까
아니면
바다라도 불현듯 자자잔 하고 나타나줄까
그냥 생각해 보았다.
언덕을 넘어서면 언제나
푸른 바다가 우리 앞에 광활한 모습을 보여주며 눈부시게 펼쳐져 있을 것만 같다.
'소박한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화문의 네거리의 여름 (0) | 2009.08.10 |
---|---|
홍제동 개미마을 3 (0) | 2009.08.10 |
홍제동 개미마을을 찾아서 (0) | 2009.08.10 |
서대문형무소와 경복궁/아이들 숙제로 다녀온 (0) | 2009.07.27 |
성북동에는 (0) | 2009.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