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야간열차 /꿈꾸는 여행자의 산책로<에릭파이/김민정>

다림영 2009. 6. 2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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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속담에 "떠나는 건 자신을 죽이는것" 이라는 말이 있다. 여행을 자주 할 수록 명이 짧아진다는 얘긴데, 내게는 흰소리로만 들린다. 왜냐하면 나는 열차에 올라탈 때마다 되살아나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데죄 코스톨라니.

 

"이 이야기는 여행기 아닌 여행기다. 길 따라 이어지는 이야기. 아리아드네의 실을 붙잡고 미로를 헤쳐 나가는 이야기다. 실은 마구 뒤엉켜 있을 때도, 팽팽히 당겨져 있을 때도 있다.

 

내가 이런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오래전에 시작했지만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을 끝맺기 위해서다. 남아 있는 세상의 신비를 캐내고 그 자기장 속으로 끌려 들어가 시간의 정수, 즉 '금쪽 같은 시간'을 <세상사에서 금맥을 발견할 줄 알았던 어느 현명한 이가 이렇게 말했다지>되찾기 위해서다.

 

 

그 몇몇 이야기들을 모아 놓으니, 다른작가의 표현을 잠시 빌리면 '꿈꾸는 문명인들을 위한 모호한 역사 및 지리개요'가 되었다. 드넓은 잔디밭에 잘 손질 된 나무들이 차려 자세로 버티고 서 있는 프랑스식 정원이 아니라, 조그만 잔디밭들이 물 위에 섬처럼  드문 드문 흩어진 채 구름다리로 이어져 있는 일본식 정원이랄까."

 

..

 

"새벽녘에야 주변 풍경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는 그루지야 북쪽 대카프카스 산맥이다. 하지만 트빌리시는 분명히 아시아가 아니라 유럽이었다.

 

 

느낌으로 와 닿는 유럽, 인간적인 면에서 가깝게 느껴지는 유럽말이다. 비록 지정학적으로 볼 땐 아시아라 하더라도. 새벽에 눈을 떠보니 열차가 바닷가를 따라 흔들 흔들 달려가는 가운데 나는 아시아에 와 있었다.

 

 

하늘을 보니 온종일 날씨가 화창할 것 같았다. 우리는 아침 대신 차를 마셨다. 하지만 세수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우리는 복도 창가에 기대서서 시커멓고 거대한 물체들이 장단 맞춰 움직이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카스피 해 연안의 황량한 벌판 가운데 펼쳐져 있는 오래된 유전을 지나고 있었다. 열 군데도 넘는 유정들이 똑 같이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단순한 리듬에 맞춰 그렇게 시간을  베어내고 있었다. 서로에게 무심한 채, 아니 모든것에 무심한채 열차며 그 안에 타고 있는 우리들이며 드문드문 물구덩이가 파인 초원이며 전선이 마구 잡이로 엉켜 휘감겨 있는 전신주며 그 모든 것에 무심한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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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여행은 그 어느여행보다 으뜸이다.

생각만으로도 미소가 퍼지는 여행인 것이다.

 

깊어가는 여름, 늦은밤, 우리는 종종 기차에 오르곤 했다.

쌀과 라면, 찌게거리, 버너 .. 기타등등의 먹을것들을  베낭에 넣고  삼삼오오 떠나곤 했다.

 

주말이면 청량리역 광장은 젊은이들의 물결로 넘실거렸다.

여기 저기에서 즐거운 노래가 흘렀고 싱그러운 얼굴들은 들떠 있었고 소란스러웠다.

 

사실 그때 우리는 부자가 아니었다.

다만 떠날수 있는 힘만 지니고 있던 가난한 청춘이었던 것이다.  

마음한번 꾹 먹으면  무엇이든 해 내기도 하던 때였다.

 

낯선곳으로의 기차 여행은 설레임 그자체였다.

잘 하면 굉장한 친구들을 사귈 수도 있었고 함께 여정을 나눌수도 있었던 것이다.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때, 기차안의 환한 풍경들...

불현듯 기타 소리가 울려 퍼지면  흥을 좋아하는 청춘들은 노래를 따라 불렀다.

너도 나도 우리모두가 모르는 사이  어느새  손뼉으로 리듬을 맞추고

웃음지으며 급기야는 친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참으로 순수했던  청춘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던 것이다.

 

 

삶의 굴레에 단단히 묶여진 나는 언제나 여행을 그리워 하지만 먹고 살기조차 급급한 실정이다.

이제는 나와는 너무나  멀어진 여행이 되고 만 것이다.

모든 것이 여유로운 사람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겠지 하며 아련한 추억만을 가슴에 묻어두고

체념을 했다.

 

그러나 엊그제 하루 반나절을 내게 할애해서 다녀온 짧은 서울여행은 정말 좋았다.

여행이라고 이름붙이기도 쑥스럽지만 나는 기꺼이 여행이라 이름한다.

 

혼자 훌쩍 집을 나설 수 있는 내가 되어서 기뻤다.

 

한달에 최소한 한번은 가까운 어느곳이든 혼자 떠나기로 다짐해 본다.

만천하에 이렇게 공포해야 나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게 될 것이다.

 

세상은 급변한다. 그것에 맞추어 살아가기가 참 쉽지 않은 우리세대일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노력해야 할 것이다. 변하고자 ...발 맞추고자..

언제 어느때 나에게 어떤 기회가 주어질지도 모른다.

행운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준비된 사람에게만 날아드는 것이리라.

준비를 해야 하겠다. 짧은 영어단어라도 외우는 열정을 지니고

청춘의 모습을  잊지 않으며 살아야 하겠다.

여행은 생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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