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땐 무슨 생각을 했어요?"
"20대가 되길 바랐어"
"20대 때는 30대가 되길 바랐나요?"
"그래, 그랬어, 어떻게 알았어?"
"....."
"10대땐 20대가 되면, 20대 땐 30대가 되면 막막하고 불안한 마음이 치유되리라, 생각했거든. 무엇인가 든든한 것이 생겨서 아슬아슬한 마음을, 늘 등짝에 멍이 들어 있는 것 같은 마음을 거둬가 주리라, 그렇게 부질 없이 시간에 기댔던 것 같다. 20대 의 어느 대목에선가는 20대가 참 길다고 생각하기도 했지. 격정은 사라져도 편안해 지리란 이유로 어서 나이를 먹었으면 했어.
서른이 되면, 혹은 마흔이 되면 수습할 길 없는 좌절감에서는 빠져나오지 않겠는가. 그때쯤이면 어느 소용돌이에도 휘말리지 않고 조용한 생활을 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지지 않겠는가,"
"어리석었어. 무슨 생각으로 흘러가는 시간에 기댔을까. 시간은 밤에 문득 잠이 깨서 그저 가만히 누워 날을 새게 하거나, 현재 진행형의 일들을 문득 지워버리고 집으로 돌아와 자버리게 하거나 했을 뿐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평화로워지기는 커녕 이제는 무슨 일을 시작해서 실패의 영향이 내내 앞으로의 인생에 상처로 작용하게 될 것 같아 살얼음판을 딛는 것같이 조심스러워. 어쩌면 인간이란 본래 이런 것일까? 본래 어느 구석이 이렇게 텅 비어 있고, 평생을 그 빈 곳에 대한 결핍을 지니고 살아가게 되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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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친구가 염려의 전화를 해 주었다.
괜찮다고 했다.
괜찮으냐고 나도 물었다.
했더니 요즘 괜찮은 사람이 많지는 않을 거라면서 한 십년 훌쩍 지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네는 것이다.
나도 그런 생각이 든다고 웃으며 얘길 했다.
나 늙는 것은 염두에 두지 않고 말이다.
그렇다.
정말 평화로워지기는 커녕 모든 것이 살얼음판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어제는 버스에 오른채 다만 감사하다고 ...그렇다고... 모든일이 조용히 흘러가길 소망했다.
큰녀석이 중학때 내 생일에 선물 한 책이다.
그때엔 사실 별다른 감정없이 글만 읽었던 것 같다.
그녀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다시 들여다 보고 싶어졌다.
사실 그전에도 한번 읽었드랬다.
친구중 그녀의 글을 참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
친구가 좋아하는 글이 이제서야 깊게 스며든다.
풋풋한 봄의 들판 같은 그녀의 마음밭 속으로 걸어들어가기로 한다.
다음 차례는 그녀의 산문 '아름다운 그늘' 이고
이번주 도서관에서도 그녀의 책을 선택해야 하겠다.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내내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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