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들어오는 그림을 바라보며/
한때 그림에 정신을 잃었던 때가 있었다.
생각하고 보면 내게 있어 굉장한 청춘의 시절이었다.
지금과 똑같은 가족을 이루고 있었지만
어떠한 삶의 염려는 조금도 없이 그저 그림에만 몰두 할 수 있었다.
화실문을 열면 훅 하고 달겨들던 기막힌 물감냄새와 예사롭지 않던 사람들의 영혼...
그 근사함에 매료되어 당시 나의 몸과 마음안엔 오로지 그림만이 거주하고 있지 않았나 싶다.
집안은 온통 물감냄새로 휩싸여 있었다.
가족은 서둘러 챙겼고 언제나 그림만 생각했다.
깊은예술에 빠져 있는 이처럼 시간 관념조차 없이 그림속에서 살았다.
끼니도 가끔 거르고 얼굴은 엉망인채...
새벽.. 아니 하루를 꼬박 새우면서까지 붓을 드는 날이 비일비재했다.
미래에 나는 각별한 화가가 되어 있으리라는 설익은 꿈을 꾸기도 했다.
추운 겨울 좁은 나의 마음속으로 성큼 걸어들어오는 그림을 만났다.
긴시간 그림을 들여다 보며 오래전 그 시절을 잠시 추억해 본다.
친구가 전한 말이 생각난다.
'팔자는 타고날 수 있지만 운명은 만들어 가는 거야'
가끔 그녀의 말을 떠올리는 나는 팔자얘기를 이따금 드러내고
아직도 운명에 밀려다니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나를 돌아보며
신년에 들어 다짐하고 또 다짐하던 계획들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헷세의 글을 읽으며/
그의 글은 몰두하지 않으면
무엇을 읽고 있는지 읽고 있는 그 순간에도 잊게 된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섯손가락을 펼치고
마음을 들여다 보듯이 조심스럽게 읽어야 한다.
그의 수필은 그림같이 선명하게 그려있다.
풍경화라면 편안한 그림일진데 나는 평화스럽게 읽지 못하고 아주 어렵게,힘들게 읽고 있다.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는 모자란 구석이 많아 쉽지 않은것이고
둘째는 책을 들고있는 와중에도 세상의 온갖 일들이 창칼을 들고 마구 나를 짓밟으며
쳐들어오기 때문이다.
안간힘을 쓰며 방패로 막고 성문을 굳게 닫아도 보지만 그들을 이기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가슴이 터질것 같은 느낌도 이따금 들기도 하는데 예전엔 그런 글을 만날때면 과감히 덮어버리곤 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다 읽어야 한다는 다부진 결심을 했으므로 끝까지 읽어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책을 읽어 무슨 득을 보려하는 것인가.
..
낙숫물 한방울 한방울이 모여 땅을 패이게 한다는 진리를 알고 있으므로
각별한 내가 되기 위한 그 무엇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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