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새해 주말의 일기

다림영 2009. 1. 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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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려가는 기온

 

분주한 아침 종종거리다가 더운기를 느끼고 옷을 얇게 입고 나왔다.

저녁이 되니 다시 기온은 곤두박질 친다.

난로 앞에 앉으니 내자리로 돌아가고 싶질 않다.

춥고 또 추워 나는 오버를 무릎위에 덮고 일기를 쓴다.

오늘하루도 무사히 지나간다.

감사한 일이다.

아들놈이 연신 할머니 옆을 지키고 있고

옆지기는 집안식구들의 저녁을 차린단다.

아이들이 착해졌다고 전한다.

누구는 설거지를 하고

또 누구는 밤시간에 심부름을 하고

저는 막걸리 한병을 해치우고 있다는  통보를 들으며

나는 오지않는 손님을 기다린다.

그래 저마다 성숙해지고 있다.

 늘 행복하고 가볍고 즐거우면 어디 성장이 있을까.?

시간은 분명 흐를 것이고 우리는 이시간을 뛰어넘으면 각별해 지리라.

 

 

 

화장실얘기

우리화장실은 이층에 있고 그곳을 이용하는 가게는 세 곳이다.

청소하는 일정은 화장실 문 앞에 단단히 적혀 있다.  그런데 어느날 그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아

큰소리가 나게 되었다.  지하에 있던 술집사람이 큰소리를 하며 나의 옆가게사장과 대판싸우고 나가버렸다.

이러한 얘길 듣자 건물주인은 그럼 모두  청소를 관두고 저희가 관리를 한다며 일정금액을 내라는 것이다.

나는 반기를 들었다.

돈한푼이 나가는 것이 두려운 나는 아무도 청소 하지 않아도 좋으니 돈은 못내겠다고 내가 청소를 다 하겠다 했다.

 

지하 술집사람이 바뀌고 열심히 청소하는 사람이 들어왔으나 그곳은 장사가 전혀 되지 않는듯 느껴졌고 불이 켜 있는날이 많지않았다.

한번의 소동이 있고 난 후 세집이 그곳을 이용하지만 나는 아뭇소리 없이  시시때때 청소를 하곤 했다.

언제나 보름을 더 청소를 하든 일주일을 더하게되든 별다른 마음을 갖지 않게 되었다.

그저 지저분하면 비를 들었고 휴지통을 비웠다.

 

어느날이었다.  휴지통을 비우려 올라갔더니 말끔히 치워져 있는 것이다.

..

눈부신 화장실!

불을 켠것처럼 마음이 밝아졌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도 하기 싫은 것이고 내가 좋은 것은 남도 좋은것이다.

이 생각만 가끔  돌이킨다면 얼굴붉힐일은 없을 것은 분명하거니와 

추운 겨울이지만 싱그런 향기가 흘러나오는 우리가 되리라.

 

 

 

이러한 모든 것은

이상한 날이었다.

시계건전지를 바꾸러 왔다가 눌러 앉은 손님의 얘길 한시간 넘도록 듣고 보내니

애기반지반돈을 사러온 할머니 손님이 다시 눌러앉아 그시간만큼 또 기막힌 얘기를 꺼내고

오늘은 이 저녁까지 몇분의 손님이 한참을 앉아 거친인생 얘기를 쏟아붓고 가시는 것이다.

 

빚을져서 형제지간에 나누어 갚아준얘기

젊은날 이틀을 굶고 거리를 걸으니 온통 사람머리가 밥으로 보였다는 눈물나는 얘기

큰형이 맘을 열고 동생네 돌을 휘어지게 차려준 얘기

나이많은 할아버지 목디스크 수술얘기

야무진 딸 남자친구가 멋진 한정식집에서 근사한 밥을 사준 얘기...

 

오늘은 사람들의 인생얘길 듣다가 하루해가 지고 말았다.

 

류시화의 책을 마악 덮은 후여서인가 열심히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니

오래전 혹은 지금 마음이 춥고 시려웠던 사람들은 실타래 풀어내듯 고달픈 생의 여정들이  술술 풀어져 나왔다.

그런 힘든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나는 갑자기 큰 부자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책에서 처럼

오늘 만난 이 모든 이들은 그 오래전 영혼끼리 어쩌면 약속하여 오늘 이렇게 만나게 되었을 지 모르겠다.

그들은 나에게 어떠한 배움을 주려고 오늘 나타났으며 나의 영혼을 치유하고 떠난 안내자 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점심을 놓치기도 하고 오랫동안 서 있어 다리도  아팠지만 다른때보다 마음을 활짝 열었던 나는 후회가 일지 않았다.

 

물건 바꾸러 온 손님 도 있었다.

그녀의 비유맞추는 것이 참 힘들었었는데 활짝 웃고 떠나는 그녀를 보니

마음을 미리 비웠던 내게 나는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멎지 않는 기침

떨어지지 않는 기침. 기침에 좋은 음식을 찾아보았다.

열심히 비타민 C를 벌써 몇개째 먹고 있고

오늘은 집에가자마자 소금을  넣은 뜨건물에 족욕을 해야 하겠다.

 

 

 

 

하루가 이렇게 갔다.

내일은 병원당번을 내가 서야 할 것 같고

오늘은 종일 수잔잭슨의 그 옛노래에 머물렀으며

예정한 책 세권을 다 읽지 못했고,

난 소설책에 마음이 쉽게 가질 않고. 고골리의 단편을 한편밖에 읽지 못했다. 간신히 ..

아직도 울리고 있는 수잔잭슨의 그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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