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지구별 여행자/류시화

다림영 2009. 1. 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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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젊은 사두에게 더 늦게전에 글을 배울 것을 강조하자, 그는 내게 들으라는 듯 당당하게 말했다.

"글을 모르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영적인 문맹이 되는 일이다. 세상에는 많은 학식을 자랑하지만 영적으로 문맹인 사람들이 갈 수록 많아지고 있다."

 

지름길

남인도 체나이에서의 일이다. 디왈리 축제<신년에 해당하는 축제>를 구경하며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도중에 만난 한 사두에게 길을 잃었다고 하자, 그는 충고하듯 말햇다.

"넌 길을 잃었다고 주장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는 신의 계획에 다라 정확히 어딘가로 가고 있는 중이다. 네가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넌 분명히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중이다. "

그러면서 그는 재차 강조했다.

"신은 지름길로 가게하려고 우리로 하여금 길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내가 찾던 여인숙은 바로 다음골목에 있었다.

 

한마디의 말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의 타르 사막에서 만난 한 사두에게 일생에 남을 '한마디의 말'을 부탁하지, 그는 내 물병을 바라보며 즉석에서 한마디의 명언을 남겼다. "사막에서 한마디의 명언보다 한방울의 물을 나눠 마시는 것이 더 소중하다.!"


 

구다리 바바

구다리 바바란 누더기 천조각으로 옷을 만들어 입고 다니는 사두를 말한다. 푸쉬카르의 성스런 호숫가에서 만난 한 구다리바바는 돋보기 안경까지 쓰고서 열심히 천을 깁고 있었다. 그렇게 허구한날 옷을 만들것이 아니라 위대한 사두들처럼 진리를 전파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자, 그는 바늘로 허공을 찌르며 말했다.

"큰사람과 비교해 작은 사람을 무시하지 말라, 바늘로 할 수 있는 일을 큰 칼로는 할 수없으니까"

 

대가

적선을 청하는 나가바바<평생동안 나체로 수행하는 사두> 의 깡통에 동전 하나를 떨어뜨리며 '지혜의 말씀'을 부탁하자, 벌거 벗긴 했지만 작존심 센 그 사두는 말했다.

"고작 2루피<60원>을 던져 주고서 인생을 바꿀 한마디의 말을 요구한단 말인가"

그러고 나서 그가 들려준 지혜의 말은 이것이었다.

'소중한 것을 얻으려면 적어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라'

 

이가 빠지기 전에

화장터에서 만난, 이가 다 빠진 늙은 사두가 말했다.

"이 없이 태어나서 이가 다 빠지면 죽는다. 그 사이에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빨만 마주치다가 갈 뿐이다.

 

작업실

핑크 시티 특급 열차 안에서 만난 자이푸르 출신의 한 사두와 대화를 나누던 중, 나는 서울 대학로에 있는 내 작업실에 대해 설명하게 되었다. 작업실에서 하는 일과 그곳의 분위기에 대해 듣고 나서 뜻밖에 그 사두가 말했다.

"내게도 작업실이 있소."

내가 놀라서 어디에 무슨 작업실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두손을 벌려 열차 안을 가리켜 보이며 말했다.

"내게는 세상 전체가 다 작업실이요. 이곳에서 난 신과 진리를 발견하고 있소."

 

인생수업

"내가 잊지 않아야 할 것이 무엇일까요?"

북인도 심라도 향하는 버스 안에서 내가 묻자, 히말라야 산중의 강고트리로 가는 중인 고행승 사두가 말했다.

"우리 모두는 인생수업을 받으러 온 학생들이란 사실이지. 그것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하네."

 

죽은 자

적선을 청하는 젊은 청년에게 내가 끝내 한 푼도 주지 않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두가 말했다.

"남에게 구걸을 청하는 자는 이미 죽은 자다. 하지만 구걸을 청하는 자에게 주지 않는 자는 그보다 더 일찍 죽은 자다."

 

어디서 왔는가

"당신은 어디서 왔습니까?"

내가 묻자, 남인도 케랄라에서 만난 사두가 말했다.

"난 아무 데서도 안 왔소, 언제나 여기에 잇었소. 그리고 난 아무데로도 가지 않을 것이오"

그말이 듣기 좋았다. 언제나 여기에 있었다는... 늘 여기 저기 떠돌아다니는 나 같은 여행자에게 그것은 잠언과도 같은 말이었다.

 

지금하라

남인도 고대 도시 마두라이에서의 일이다. 유명한 힌두 사원스리 미낙시 앞에 앉아 있는데, 한 사두가 다가와 짜이 한 잔을 사줄것을 청했다.  장거리 여행에 지친 난 귀찮아져서 그에게 말했다.

"내일 사드리겠소. 내일 이 시간에 여기서 만납시다. "

그러자 독수리눈을 한 그 사두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당신에게 내일이 먼저올지, 아니면 다음생이 먼저올지 누가 아는가?"

 

시 읽어주는 사두

한 도공이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진흙을 반죽하고 있엇다. 그는 도티를 걷어붙이고 두 다리로 힘껏 진흙을 짓이겼다.

그러자 진흙이 말했다.

'당신의 다리도 머지 않아 진흙이 될 텐데 어찌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나를 짓밟는가? 나 역시 한때는 다른 사람의 다리였다네.

나를 밟는 건 좋지만 그것을 잊지 마시오.'

 

한겨울인데도 완전히 벌거벗은 사두 한 사람이 노천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내가 오돌오돌 덜면서 이런 날씨에 그렇게 벌거벗고 있으면 춥지 않느냐고 묻자, 그가 자신의 몸을 가리키며 말했다.

"난 벌써 옷을 입엇다네. 이 옷이 보이지 않는가? 그가 자신의 몸을 가리키며 말했다.

"난 벌써 옷을 입었다네. 이 옷이 보이지 않는가? 추운건 오히려 자네 같은데!"

육체를 흔히 옷에 비유하지만 , 그 사두만큼 그 사실을 생생하게 일깨워준 이는 드물었다.

 

무거운것

발꿈치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한 손에 들고 걸어가는 사두, 갠지스 강에 머리를 감고 햇볕에 말리고 있는 중이었다. 노끈처럼 꼬임 머리채가 제법 무거워 보여 내가 한마디 던졌다.

"당신은 세상의 무게를 다 벗어던졌지만, 그 긴 머리의 무게만은 죽을 때까지 갖고 다니겠군요."

그러자 그가 한마디로 응수했다.

"본래의 자기것은 무겁지 않다네. 자기것이 아닌 걸 들고 다닐 때 무거운 법이지."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물이 마시고 싶어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한 사두가 물이 마시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다. 내가 놀라며 어떻게 그걸 알았느냐고 묻자

, 배고픈 눈을 한 그 사두가 말했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당신의 입보다 당신의 눈이 먼저 말하기 때문이다."

 

절실하라

"어떻게 하면 신을 체험할 수 있습니까?"

내가 묻자, 사람의 머리뼈를 갖고 다니는 사두가 말했다.

"어린 아이가 죽었을 때 엄마가 울듯이 그런 절실한 심정으로 신을 갈망한다면, 당신은 그 자리서 곧바로 신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사두의 주장

당신들은 시간속에서 살지만/ 우리는 공간 속에서 산다/당신들은 항상 움직이는 가운데 있지만/우리는 언제나 휴식속에 있다/

종교가 우리모두의 첫사랑이다/우리는 형이상학속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하지만 당신들의 기준은 과학/당신들은 물리학 속에서 기쁨을 찾는다/당신들은 언어의 자유를 믿으며/언제나 분명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반명에 우리는 침묵의 자유를 믿으며/언제나 명상에 의지한다/당신들에게는 자기주장이 성공의 열쇠/하지만 우리에게는 자기 부정이 생존의 비결/ 당신들은 날마다 더 많은 것을 원하도록 자극받지만/ 우리는 요람에서부터 더 적게 원하도록 가르침을 받는다/당신들의 이상은 삶의 기쁨에 있지만/

우리의 목표는 욕망을 뛰어넘는 것에 있다/ 인생의 황혼녘에 이르렀을 때/당신들은 노동의 결실을 즐기지만/우리는 속세를 떠나 이곳 다음의 생을 준비한다/

 

 

더러운 것고 깨끗한 것

한 서양인 여자가 갠지스 강으로 내려와 샌들을 신은 채로 발을 씻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장에 근처에 있던 인도인들이 그녀를 나무랐다. 성스런 강에 신발을 헹구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불만에 찬 목소리로 항의했다.

"강물에 시체도 버리고 쓰레기도 버리는 판에 신발을 씻으면 안된다는 것이 말이 되나요? 지금 이 강물은 내 신발보다도 더 더러워요"

그러자 한 사두가 그녀의 무지를 나무라며 말했다.

"강물이 더러운 것이 아니라 강물에 던져진 쓰레기들이 더러울 뿐이다. 어머니 강은 절대로 더럽혀지지 않는다 강은 언제나 순수 그 자체다"

 

말해야 할 것

바레일리 출신의 한 사두는 내가 가난한 인도인 가장에게 병원에 갈 돈 300루피를 적선한 이야기를 하자. 내게 충고했다.

"선한 행위를 한 것을 남에게 말하지 말라. 한 번 말할 때마다 그 공덕이 절반 씩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는 공덕이 전부 사라지고 만다. 그 대신 당신이 나쁘게 행한 것을 사람들에게 말하라. 그것이 진정으로 참회하는 길이다."

 

신의 눈

한 외국인 여행자가 인도인에게 빨랫감을 맡겼는데, 흰옷을 다른 색깔의 옷들과 함께 세탁하는 바람에 소매에 붉은 색 물감이 들었다. 그 여행자는 ㄱ냥 입어도 될 것을 인도인에게 거액의 옷값을 물어내라고 생 떼 를 썼다. 결국 경찰까지 와서 그 가련한 인도인은 천루피를 물어내야만 했다. 그의 한 달 벌이에 해당하는 거금이었다. 다음날 그 여행자는 기차역으로 갔다가 수중에 갖고 있던 돈을 모두 소매치기를 당했다.

인도인 도비왈라<세탁부>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은 한 사두가 말했다.

"신은 '빅아이<매우 큰눈>'을 갖고 있어서 모든 것을 다 내려다 본다."

 

세상을 다 본다 한들

푸쉬카르에서 만난 한 나가 사두에게 나의 인도 여행에 대해 말하던 중, 내가 인도 대부분의 지역을 가봤다고 하자 그 사두가 말했다.

"세상을 다 본다 한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신을 볼 수 없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인가!"

 

세개의 인형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 보시오."

데칸 고원 남쪽 후불리의 한 아쉬람에서 만난 사두가 말했다.

"돌로 만든 인형, 헝겊으로 만든 인형, 소금으로 만든 인형이 있다. 이 세개의 인형이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돌로 만든 인형은 아무 변화가 없었으며, 헝겊으로 만든 인형은 물을 흡수해 잔뜬 부풀었다. 그리고 소금으로 만든 인형은 바닷물에 녹아 사라져 버렸다."

그는 벌거벗었지만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리에 대한 추구도 이와같다.  어떤 사람은 돌로 만든 인형과 같아서 진리의 세계에 살면서도 전혀 진리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다. 또 어떤 사람은 헝겊으로 만든 인형처럼 진리의 체험으로 자신의 에고를 채워 자만심이 더커진다.

진정한 추구자는 소금으로 만든 인형과 같아야 한다. 진리를 체험하는 순간 진리 안에서 자신의 존재가 녹아 없어져야 한다."

그 사두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훗날 나는 <소금인형>이란 제목의 시를 썼다.

 

 

신의 안내

다음행선지로 가기위해 푸쉬카르의 노천 찻집에 앉아 여행가이드북을 뒤적이고 있는데, 지나가던 사두가 말했다.

"힌두스탄을 여행하면서 그까짓 안내 책자에 의지하지 말라. 신으로 하여금 그대의 여행을 인도하게 하라."

 

내가 아닌것

"나는 누구 입니까?"

내 질문에 한 사두가 말했다.

"네가 아닌것을 하나씩 부정해 나갔을 때최후에 남는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너 자신이다."

 

나 자신

북인도 무갈사라이로 가는 밤 기차안에서, 나는 앞에 앉은 한 늙은 사두에 게 많은 것을 질문했다.  그의 이름과 고향과 나이, 지금까지 살아온 내력, 모든것이 내게는 궁금한 사항이었다. 그런데 그는 내 질문에 대답만 할 뿐, 한번도 나에 대해선 묻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당신은 나에 대해 알고 싶지 않습니까? 당신은 심지어 내가 어느나라에서 왔는지조차 묻지 않는군요"

"난 당신에 대해 알고 싶지 않소. 난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소. 난 죽기 전에 나 자신에 대해 알아야만 하오. 지금가지 난 나 아닌 사람들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아왔소. 당신도 늦기 전에 다른 사람이 아니라 ,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오."

 

어느 사두와의 대화

"그대는 왜 여기에 있지?"

불교 유적지로 이름난 북인도 산치의 뜨거운 태양아래 앉아 있는데 한 사두가 다가와 물었다.

내가 말했다.

"버스를 타려구요."

"버스를 탄다? 어디로 가려고?"

"어디로든 가려구요. 델리나 자이푸르로"

"델리나 자이푸르로 간다?"

"그러는 당신은 왜 여기에 있나요?"

"나? 난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가를 알기위해 여기에 있지"

 

빵과 약

기차안에서 배가 고파 빵을 꺼내 잼을 발라 먹는데 앞에 앉은 사두가 자꾸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에게 빵을 좀 나눠 주고 싶어도 그 옆에 앉은 모든 사람들에게까지 나눠 줘야겠기에 나는 사두에게 들으라는듯 말했다.

"이것은 내가 몸이 아파 먹는 약입니다."

그러자 그 사두가 정곡을 찌르며 말했다.

"나도 그 약이 필요하다네!"

 

말뚝에묶인 염소의 비유

내가 염소를 바라보며 앉아 있는데, 한 사두가 말했다.

"말뚝에 묶인 염소처럼 세상에는 과거에 묶여 사는 사람들이 많다. 묶인 밧줄을 끊으면 , 보라, 나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지 않은가. "그렇게 말하고는 그 사두는 자유롭게 가버렸다.

 

나무

노천 찻집에 앉아 있는데, 늙은 사두가 작은 북을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벗이여, 내가 한 가지 노래를 불러 주겠네.

인생에선 나무가 가장 중요하다네.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는 나무로 만든 요람에 아이를 눕히고 흔들어 주네.

좀더 자라면 아이는 나무로 만든 장난감을 갖고 놀지.

학교에 들어가서는 나무로 만든 연필로, 나무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네.

공부를 게을리 하면 선생이 나무 회초리로 혼을 내지.

결혼해서 집을 지으려면 나무가 있어야 하고

명상이 필요하면 나무 아래 앉아야 하네.

그리고 늙어서는 나무 지팡이에 의지하고

결국에는 두개의 대나무 막대기에 얹혀 화장터로 간다네.

벗이여, 그대는 지금 나무의 어느 단계에 와 있는가.'

 

 

아유 해피?

인도를 여행하던 어느날, 나는 하루에 한 무장식 힌두어를 배우기로 마음먹고 그날 처음으로 만난 한 방랑승 사두에게 문장하나만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수첩을 꺼내 들고 적을 준비를 하고 있는 내게 그 사두가 말했다.

"당신이 맨 먼저 배워야 할 문장은 바로 이것이오."

그는 발음도 분명하게 다음의 문장을 가르쳐 주었다.

'아즈함 바후트 쿠스헤!'

그것은 '오늘 난 무척 행복하다'라는 뜻이었다. 그 문장은 산스크리트어 주문처럼 어떤 힘을 갖고 있엇다.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자꾸만 반복해서 말하니까. 정말로 행복해지는 것이었다.

 

인도여행중에 내가 인도인들로 부터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아 유 해피?"라는 말이다. 원하는 방에 투숙을 해도 여인숙 주인이 "아유해피?"하고 묻고 , 기차표 한 장을 구입해도 역무원이 "아 유 해피?" 하고 물었다.  나중에는 사원 지붕위의 얼굴오목한 원숭이들도 나를 빤히 쳐다볼 때는 마치 "넌 행복한가?"하고 묻는 것처럼 보였다.

 

'당신은 행복한가?당신은 편안하고 만족스러운가?'삶에서 어떤 문제를 느끼거나 내가 나 자신을 잃어간다고 느낄 때면 나는 곧잘 북인도 바라나시의 한 여인숙에가서 한동안 머물다 오곤 했다.  여인숙 바로 앞으로는 갠지스 강이 흐르고 강가엔 조그만 다바<노천찻집>가 있었다.

 

사방 1 미터 밖에 안되는 , 양철과 나무판자를 이어붙여 만든 그 찻집은 무려 열 명이 넘는 한 가족의 유일한 수입원이었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고, 할머니와 어머니, 열명의 자식, 게다가 시집간 큰딸은 아이까지 데리고 와서 얹혀 살고 있었다.  한 잔에 고작 2루피하는 짜이와 비스킷, 담배등이 전부인 구멍가게의 벌이로는 겨우 입에 풀칠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 산자이네 구멍가게는 밤이면 도둑들의표적이 되었으며, 경찰은 갠지스 강의 환경 보호를 빙자해 걸핏하면 뇌물을 뜯어갔다. 악어조차도 눈물을 흘린다는 인도의 가난속에서, 산자이네 식구의 생존자체가 내 눈에는 하나의 기적처럼 보였다,

 

더 불가사의 한 기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언제나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른 아침마다 나는 여인숙 계단을 내려와 산자이네 구멍 가게로 가서 짜이 한잔을 마시곤 했다. 그러면 어김없이 열다섯살 짜리 산자이게 뿌욱뿌욱 가스 버너로 짜이를 끓이다 말고 소리쳐 묻는 것이었다.

'아 유 해피?'

 

 

그것이 산자이 식 아침 인사였다. 나는 그 특별한 아침 인사를 듣기 위해서라도 눈만 뜨면 그 구멍가게로 나가곤 했다. 그리고 날마다 그 인사를 듣다보니, 차츰 나 스스로 묻게 되었다.

'난 행복한가?'

짜이를 마시든, 뱃전에 앉아 명상을 하든 , 아니면 근처 자운푸르나 파이자바드로 무슬림 음악을 들으러 가든 '난 행복한가?'하고 묻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인도에 갈 때면 만나는 나의 스승 스리수크데브바바는 '어떻게 하면 삶에서 행복할 수 있는가?'라는 내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대 자신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매 순간 기억하는 일이다."

베단타의 현자들은 삶에서 일어나는 기븜과 슬픔을 뛰어넘어 , 진정한 행복인 '아난드<지복>'을 발견하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자신이 과거에 행한 일들의 결과로 일어나는 것일 뿐이므로. 그것들에 집착해 슬퍼하거나 기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아카샤 우파니샤드>

 

희랍의 철학자 에픽테투스도 말하고 있다.

 

"삶에서 잃을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우리는 잃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난 이러이러한 것을 잃었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제자리로 돌아갔다'고 말하라. 그러면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충고한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세상이 허락했기 때문에 넌 현재 이러저러한 것을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들이 네 곁에 있는 동안에 그것들을 소중히 여기라. 여행자가 잠시 머무는 여인숙의 방을 소중히 여기듯이"

 

돌이켜 보면, 나의 인도 여행은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가에 대한 의문을 풀기위한 과정에 다름아니었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인도로 떠난 나는 차츰 어떤 결론에 이르렀다.

'자신이 행복한 일을 하라. 그것이 신이 네게 준 사명이다."

이것은 어느덧 내 가슴에 새겨진 첫번째 계명이 되었다.

 

행복을 잃는 다면 모든것을 잃는 것이다. 동인도 벵갈 지방의 성자 라마크리슈나는 말했다.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집과 돈과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리고 당신이 이미 행복하다면 그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별 하는 일 없이 그저 유쾌하게만 사는 한 바라문 남자는 내게 말했다.

"난 행복한 사람이오. 가진게 많지 않을 뿐, 반면에 당신들은 가진게 많을 뿐이지 행복한 사람들은 아니잖소?'

 

인도에서 내가 배운 '행복론'은 다름아닌 이것이었다. 우리는 다만 행복해지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는 것, 행복해져야 한다는 것을 자신에게 자주 일깨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행복해지는 단 하나이 길은 우리 자신이 행복해 지는 데  필요한 많은 것들을 이미 갖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지금 이 순간을 살라는 것. 삶을 사랑하고, 상처받기를 두려워 하지 말라는 것, 행복은 때때로 놀라움과 함께 찾아오며, 자기 자신이 완전히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 곧 행복임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인도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곧잘 서로에게 "아유해피?" 하고 인사를 한다. 이 행성에 여행을 온 우리들 역시 하루에 한번씩은 자기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난 행복한가?'하고

'노 프라블럼!' 이라는 말과 함께 그것은 내 인도 여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마치 인도 대륙전체가 내게 묻고 잇는 것

같았다.

"아 유 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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