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상도 5

다림영 2008. 12. 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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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는 조릉의 밤나무 밑 울타리를 거닐고 있었다. 그때 예사롭게 생기지 않은 한마리의 새가 남쪽에서 날아오르는 것을 보았다. 나개의 너비는 7척이나 되고 눈의 크기는 직경이 한 치나 되어 보였는데 그 새는 장주의 이마를 스치고 날아가더니 밤나무 숲에 앉았다.

 

장주는 무의식중에 중얼 거렸다.

"이것은 어찌된 새인가. 날개가 큰 데도 제대로 날 줄을 모르고 눈이 크면서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것이로구나."

장주는 바지자락을 걷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서 새를 잡는 화살을 들고서 새를 엿보았다. 가만보니까 그나무 시원한 그늘에서는 한 마리의 매미가 자기 몸도 잊은채 울고 있었다. 그리고 한 마리의 사마귀가 잎사귀에 몸을 숨기고서 이를 잡으려 하고 있는 중이었다. 사마귀는 매미를 잡는 데만 열중하여 자신의 몸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 본 이상하게 생긴 새는 사마귀를 노리고 있었는데 이처럼 눈앞의 이익에 혹하여서 장주가 자기를 잡으려고 활을 들고 겨누고 있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장주는 몸서리를 치면서 중얼거렸다.

 

"아 생물들은 서로 해치고 이해利害는 서로 상대를 불러들이고 있구나"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장주는 활을 버리고 되돌아서 밤나무 숲길을 빠져 나왔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밤을 훔쳐 가는 줄 알고 관리인이 쫒아오면서 욕을 퍼부었다. 장주는 새를 잡는 데 정신이 팔려 남의 밤나무밭에 들어간 사실도 몰랐던 것이다.

 

장주는 돌아와 집으로 들어간 후 사흘이나 꼼짝도 아니하고 심기가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스승 장주의 모습을 본 제자 인저가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요즘 왜 그렇게 심기가 불편하십니까"

제자의 질문에 장주가 대답하였다.

 

"외부의 사물에 정신이 팔닌 나머지 나는 진정한 나자신을 잃고 있었다.  마치 흐린물에 반해 맑은 물을 잊은 격이다. 나는 예전에 선생님으로 부터 '그 풍속속에 들어가면 그 풍속을 따라야 한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거니와 처음부터 금지구역인 그런 밤나무 밭 속에는 들은 적이 잇거니와 처음부터 금지구역인 그런 밤나무 밭 속에는 들어가지 말았어야 옳았다.  이번에 나는 조릉을 산보하다가 자신을 망각한 탓으로 들어가지 않아야 할 밤나무 밭에 들어가 나 자신을 상실한 탓으로 관리인으로 부터 모욕을 받았다. 내가 마음이 편치 않은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

p154-155

 

 

"이와 같이 천하만물은 반드시 있어야 할 제자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장사도 이와 같다.  장사란 사람이 하는 것인데 모든 사람에게도 대소귀천大小貴賤이 없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큰사람도 작은 사람도 없고, 날 때부터 귀한 사람도 천한 사람도 없는 것이다.

사람을 부릴 때 있어 차별하지 말고, 살마을 대할 때 크고 작음을 논하지 말아야 한다."p160

 

 

"현명한 사람은 지붕에서 한 방울의 낙숫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는 순간 얼마 안가서 지붕이 새고 마침내는 지붕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미리 짐작하여 알게 되느니라."

아무리 잘 지은 집이라도 언젠가는 무너지게 되어 있는 것이다.

아무리 튼튼한 집도 결국 한 방울의 낙숫물에서부터 부너지기 시작하는 법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천하의 권력도 언젠가는 망하게 되어 있으며, 하늘 아래 제일의 거부도 언젠가는 망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천하의 구중궁궐도 한 방울의 낙수에서 무너짐이 비롯되듯이 천하재물의 무너짐도 결국 미미한 손실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p164

 

 

"못을 빼도 못구멍은 남는 법이오. 마찬가지로 아무리 이름을 지워버렸다 해도 문부가있으면 구멍, 즉 흔적은 남기 마련이오. 흔적을 없애려면 마음에서 지워버려야 하오. 마음에서 지워버려야 한다면 처음부터 無로 돌아가야 할 것이 아니겠소. 태워버리는 것이야 말로 소신공양燒身供養인셈이어서 아예 있지도 않았던 한 처음으로 돌아가는 셈이오."

p168

 

 

"재물은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p179

"노자는 이렇게 말하였소.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선하여 만물을 이롭게 하나 다투지 않으며 여러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처신한다. 고로 도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나는 이제야 깨달았소. 재물이란 바로 물과 같은 것이오. 흐르는 물은 다투지 않소이다. 물은 일시적으로 가둘수 있지만 소유할 수는 없는 것이오. 물은 높은 데서 낮은 곳을 따라 흐를 뿐이오. 물을 소유하려고 고여두면 물은 생명력을 잃고 썩어 버리는 것이오. 그러므로 물은 그저 흐를 뿐 가질 수 없는 것이오. 재물도 마찬가지요. 재물은 원래 내것과 네것이 없소이다.

 

이는 물이 내것과 네것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내것과 네것이 아닌 재물을 내 것으로 소유하려 하고 있소이다. 내 손안에 들어온 재물은 잠시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이오. 흐르는 물을 손바닥으로 움켜쥐면 잠시 손바닥 위에 물이 고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곧 그 물이 사라져버려 빈손이 되어버리는 것가 마찬가지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외다. 태어날 때부터 귀한 사람, 천한 사람, 가진 사람없는 사람, 아름다운 사람 추한 사람, 높은 사람 낮은 사람은 없는 법이오. 아무리 귀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는 잠깐의 현세에서 귀한 명예를 빌려 비단옷을 입은것에 불과한 것이오. 그 비단옷을 벗어버리면 그는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버리는 것이외다.

 

그러므로 사람은 누구나 저울처럼 바른 것이오. 저울은 어떤 사람이건 있는 그대로 무게를 재고 있소 아무리 귀한 살마이라 하더라도 더도 덜도 아닌 정확한 무게로 저울은 가리키고 있는 것이오."

p180

 

"죽고 죽으며 나고 났다가 다시 죽나니,

금을 쌓으며 죽음을 기다림 어찌 그리 미련한고,

부질없는 이름 위해 얼마나 이 한 몸을 그르쳤던가.

인간의 껍질을 벗고 맑은 하늘로 오른다.-임종게臨終偈"p242

 

 

- 이제사 다읽다. 무릇 상도를 읽었으니 읽기전과는 다른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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