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아름다운 우리 고전수필/이덕무 외 지음/고전문화연구회

다림영 2008. 12. 2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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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바로 잡는 공부

 

선비는 마음 밝히기를 거울 같이해야 하고 몸 규제하기를 먹줄 같이 해야 한다. 거울은 닦지 않으면 먼지가 끼기 쉽고 먹줄이 똑바르지 않으면 나무가 굽기 쉽다. 마음을 밝히지 않으면 쓸데없는 생각이 저절로 가득차게되고, 몸을 자제하지 않으면 게으름이 저절로 생겨나게 된다.

 

마음이란 서쪽으로 몰아가면 서쪽으로 쏠리고 동쪽으로 몰아가면 동쪽으로 쏠린다. 그래서 이익을 쫒으면 이익을 따르게 되고 의리를 쫒으면 의리를 따르게 된다. 그러므로 쏠리고 따른것 모두 처음을 조심해야 한다.

 

물건이 적당하면 저울대가 반듯하지만 물건이 적당하지 못하면 저울 대는 기운다. 돛이 순풍을 만나면 배가 순항하지만 돛이 순풍을 만나지 못하면 배는 전복된다. 저울대가 반듯하고 기우는 것과 배가 순항하고 전복되는 것은 모두 그것을 다루는 사람에게 달려 있지. 저울대나 배에 달린 것이 아니다.

 

마음도 이와 같다. 마음이 차분한 사람은 말도 차분하고 마음이 조급한 사람은 말도 조급한 법이다. 그 사람말이 차분하지 조급한지를 들어보면 그 사람 마음이 어떤지 알수 있다.

 

남에게 작은 선행이 있다면 반드시 기록해 두고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반성하고 사모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 주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허물이 있다면 반드시 가려주고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아야 할 뿐아니라 자신의 마음도 경계해야 한다.

충고를 들을 때는 풍류소리를 듣는 듯이 하고, 허물을 고칠 때는 도둑 다스리듯이 해야 한다.

 

의복은 아무리 누추해도 그것으로 추위를 막을 수 있지만 행실이 올바르지 못하면 마을에서도 용납되지 못한다. 음식은 아무리 형편없어도 그것으로 굶주림을 면할 수 있지만 마음이 나쁘면 방안에서도 편안 할 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 공손히 대하면 욕됨을 면할 수 있고, 일을 처리할 때 욕심없이 하면 재앙을 면할 수 있다. 인내로 노여움을 제어할 수 있다면 무슨일인들 실패하랴! 부지런함으로 게으름을 이길 수 있다면 무슨일인들 이루지 못하랴!

 

간결함으로 번거로움을 누르고 고요함으로 흔들림을 막을 수 있다. 이말을 평생 마음에 새겨 잊지 말아라. 왜냐하면 이것이 바로 <마음을 바로 잡는 공부> 인 것이다.

 

사람의 허물은 항상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데서 더 심해지고, 사람의 재앙은 항상 남을 업신여기는 데서 생겨난다. 스스로 옳다고 하면 남을 업신여기게 되고 남을 업신여기게 되면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서로 끝도 되고 처음도 되어 모두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되는 것임을, 군자는 언행을 조심하고 삼가 중도를 얻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아이가 울고 있는 것이나, 시장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을 보면서도 무언가를 느낄 수 있고, 사나운 개가 서로 싸우는 것과 약아빠진 고양이가 재롱부리는 것 역시 조용히 관찰해보면 그 속에 지극한 이치가 있다. 봄 누에가 뽕잎을 갉아 먹는 것과 가을 나비가 꿀을 모으는 것에도 천기가 움직이고 있다.

 

개미떼가 진을 이루며 행진할 때는 깃대와 북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절도 잇게 저절로 가지런해져서 균형을 이루고 있고, 천마리 별들의 방은 기둥과 대들보가 없는 데도 칸 사이가 저절로 고르게 되어있다.

 

이것들은 모두 아주 미세한 것들이지만 거기에는 지극히 오묘하고 무궁한 조화가 깃들어 있으며, 천지의 높고 넓은 것과 고금의 오고 가는 것 또한 장쾌하고 기이하기 그지 없다.

 

번뇌에 휩싸일 때 가만히 눈을 감고 앉아 있으면 눈 속에 형형색색의 별천지가 펼쳐진다. 붉으락푸르락 검으락 희락하는 광채가 어른대서 무어라 형용할 수 없다. 그러다 눈 깜작할 새 뭉게구름 피어나고 또 잠깐이면 밀려드는 파도가 되며, 또 금세 무늬 고운 비단이 되고, 또 부서진 꽃송이가 된다.

 

어느 때는 구슬이 번쩍이고 어느 때는 좁쌀이 흩어진다.이렇게 변했다 없어졌다 하는 잠깐마다 새로운 것이 생겨나니, 한바탕의 번뇌를 없애기에 충분하다.

 

망상이 쏟아질 때는 머리를 들어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하늘 빛을 쳐다보는데, 그렇게 하면 그 바른 기운 덕분에 온갖 잡념이 단번에 깨끗이 씻긴다.

또 정신이 좋을 때는 꽃 한송이, 풀 한 포기, 돌 한덩이, 물 한그릇, 새 한마리, 고기 한마리를 고요히 관찰한다. 그렇게 하면 가슴속에 안개가 피어오르고 구름이 이는 듯하여 마치 흔쾌히 스스로 터득되는 것이 있는듯 싶다가도 그 터득한 것을 다시 이해해 보려 하면 도리어 아득해지고 만다.

 

아! 천하의 일 가운데 꼭 해야만 하는 것도 있고 부득이한 것도 있고, 감히 하지 못하는 것도 있고,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도 있고, 어찌 할 수 없는 것도 있다.

그런데 보통 이하 사람은 마음 속에 갈등이 없는 사람이 없어서 대체 그것들 사이에서 어찌해야 좋을 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또 조급한 사람은 급히 서둘다가 빗나가게 되고 , 느긋한 사람은 더디 하다 때를 놓친다. 이는 모두 이치에 따라 형세를 살피고 마음을 편히 먹고 기운을 차분히 가라앉히지 못해서인데, 끝내 실패하고는 길이 탄식할 다름이다.

 

행실은 지금보다 더 윗단계로 옮겨갈 것을 생각해야 하고, 생활은 지금보다 더 아랫단계에 있게 될 것을 생각해야 한다. 행실면에서는, 만약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착한 사람이 되기를 생각해야 하고 ,착한 사람이라면 군자와 큰 현인이 되어 성인에까지 생각해야 하는데, 이는 건실하게 사는데 달려 있다.

 

생활면에서는, 만약 내가 큰 집에 살며 고량진미를 먹고 지낸다면'앞으로 초가집에 살며 거친 음식을 먹고 지내더라도 원망하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해야 하고, 또 초가집에 살며 나물밥을 먹고 지낸다면 '앞으로 토담집에 살면서 굶주려 죽더라도 원망하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이는 겸허하게 사는 데 달려 잇다. 이와 같이 한다면 어디를가든지 편안하고 태평할 것이다.

 

*******

알수 없는 풍랑을 만나 대양의 한가운데에서 견디고 있다.

다 두고 그분의 맑은모습을 떠올려 본다.

그분을 만났으니 나는 매일마다 그분의 글을 읽고 또 읽으며 평화로운 이가 되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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