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시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으며,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며, 오는 것도 아니며 가는 것도 아닌 것을 네가 괴로워하는 것은 진흙덩어리에 불과한 네가 소유하려 하기 때문인 것이다. 가질 수 도 없고 버릴 수도 없는 욕망이 진흙덩어리에 불과한 너의 실체인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고통과 괴로움은 너의 욕망 때문이며 너의 애욕 때문인 것이다. 보아라, 네가 도대체 무엇을 그토록 고통스러워하고 있음이냐, 고 고통은 바로 너의 욕망 때문이 아닐 것이냐'
'늘 곁에 두고 보는 그릇, 이를 유좌지기有坐之器라고 부른다. 유좌지기란 마음을 적당히 가지라는 뜻을 새기기 위해 늘 곁에 두고 교훈을 삼는 그릇을 말함인데 이 그릇에 대해서 말 한 사람은 공자였다.
일찍이 공자는 주나라 환공桓公의 사당에 간 일이 있었다.
환공의 사당안에는 의식에 사용하는 의례용 기구인 의기儀器가 있었다. 그것은 자유로이 기울어질 수 있도록 그릇을 매달아 놓은 기구였다. 공자가 사당을 지키는 이에게 물었다.
"이것은 무엇을 하는 그릇입니까."
그러자 사당지기가 대답하였다.
"늘 곁에 두고 보는 그릇, 즉 유좌지기입니다."
그 말에 공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하였다.
"나도 들은 적이 있거니와 유좌지기는 속이 비면 기울어지고, 적당하게 물이 차면 바로 서 있고, 가득 차면 엎질러진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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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망 , 그 끝간데를 모르는 욕망의 한계를 깨우쳐줄 수 있는 그릇, 단지 그 안에 무엇을 담아 먹고 마시는 그릇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을 꾸짖고 경책警責하는, 곁에 두고 보는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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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도덕경>에서 말하였다.
'적당히 채워라 . 어떤 그릇에 물을 채우려 할 때 지나치게 채우고자 하면 곧 넘치고 말 것이다. 또한 칼은 쓸수 있을 만큼 날카로우면 되는 것이지 예리하게 갈고자 하면 날은 지나치게 서서 쉽게 부러지고 만다.금은보화를 지나치게 가진 자는 남의 시기를 사게 되며, 또한 부귀해져서 지나치게 교만해지면 상황이 어지러워져서 결국 이 모두를 탕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적당히 성공한 후에는 그곳에 영원히 머물러 있을려고 노력해서는 아니되며 적당히 때를 보아서 물러감이 바로 하늘의 도리인 것이다. 하늘은 만물을 낳되 소유하지 않으며, 또한 무리하지도 않고 공을 이루어도 관여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천도, 즉 자연의 도리인 것이다. '
"아홉을 가지면 하나를 더 가져 열을 채워서 소유하려 하였으며, 마침내 열을 채워도 마음을 충족시킬수가 없었던 것이다. 열을 채워도 마음 하나가 항상 부족하였다. 어차피 인간은 그 열을 채우려 하는 마음이 열을 더 가질 수 있다 하여도 스스로 만족 할 수 없는 '천층맘장千層萬丈'의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존재인 것이다."
"아래층도 없이, 이층도 없이 허공에 떠 있는 누각은 공중누각으로 바로 신기루인것이오. 나는 바로 그 신기루를 좇는 어리석은 부자였으며 또한 적호가 말하였던 '언행이 허구에 찬 사람'인 것이외다. 그러므로 내가 이제 무슨 공중누각이 필요하겠소이가. 이 새집과 이 큰집과 이 호화로운 대우가 무슨 의미가 있겠소이까. 진실로 큰 집은 밖에 있는 공중누각이 아니라 내안에 있는 집이 아니겠소이까. 내 안에 아직도 땅도 고르지 못하였고 아직 아래층의 벽돌도 제대로 쌓지 못하였는데 어떻게 삼층 누각을 지을 수 있겠소이까."
"사람이 애욕에 얽매이면 마음이 흐리고 어지러워 도를 볼 수 없다. 깨끗이 가라앉은 물을 휘저어 놓으면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그림자를 볼 수 없는 것과 같다. 너희들은 반드시 애욕을 버려야 한다. 애욕의 때가 씻기면 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도를 보는 사람은 마치 횃불을 가지고 어두운 방안에 들어갔을 때 어두움이 사라지고 환히 밝아지는 것과 같다. 도를 배워 진리를 보면 무명無明은 없어지고 지혜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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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부처는 <법구경>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지 말라. 미운사람도 가지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만나 괴롭고, 미운사람은 만나서 괴롭다. 그러므로사랑을 일부러 만들지 말라. 사랑은 미움의 근본이 된다. 사랑도 , 미움도 없는 사람은 모든 구속과 걱정이 없다."
"가까이 사귄 사람끼리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연정戀情에서 근심이 생기는 것임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애욕은 그 빛이 곱고 감미로우며 즐겁게 한다. 또한 여러가지 모양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산산이 흐뜨려 놓는다. 관능적인 애욕에는 이와 같은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사슴을 쫒는 사람은 산을 보지 못하고, 금을 움켜쥐려는 자는 사람을 보지 못한다."
逐鹿子不見山축록자불견산
攫金子不見人확금자불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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