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자전거 여행/김훈

다림영 2008. 10. 2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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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장이 뇌리에 박혀 있었다.

가을물든 산을 배경으로 그와 자전거가 산을 바라보는 ..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고 그가 다시 생각났다.

오래전 문학회 수업때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이었다.

다시 읽으니 나또한 그의 자전거 뒤에 실려 한바퀴를 돌아온듯 하다.

 

 창밖은 차갑고 투명하다.

가을비가 그친 후의 바람은 11월을 예고한다.

문을 닫았다. 갑자기 고요해지니 가을음악이 전신을 휘감고

세상과 떨어져 있는듯 하니 두려움이 엄습한다.

 

곱게 물든 사진들은 다른세상같기만 하다.

찬바람이 몰아치기 전에

청계든 어디든 조금 멀리 나서보아야 하겠다.

 

오늘도 신문에 정신을 다 꺼내 놓고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휘청일 사람들을 생각하니 아득하고 캄캄하다.

 

 

 

"소금은 소식처럼 이 염전에 내려온다.

바람이 멎어서 물이 흔들리지 않고 햇볕이 가팔라서 물이 내려앉아야 좋은 소금이 온다.

좋은 소금은 알이 굵다. 햇볕과 바다의 정수가 소금알 속에서 고요히 머물고 있기에."

 

"갈대는 빈약한 풀이다.

바람 속으로 씨앗을 퍼뜨리는 풀은 화려한 꽃을 피우지 않는다.

그것들은 태어날 때부터 늙음을 간직한다. 그것들은 바람인 것처럼 바람에 포개진다.

그러나 그 뿌리는 완강하게도 땅에 들러 부터 있다. "

 

"퇴계의 산행은, 돌아서서 산과 함께, 산을 데리고 마을로 내려오기 위한 산행이고 인간의 마을을 새롭게 하기 위한 산행이다.

마음속으로 산을 품고 내려오려 해도 산은 좀처럼 따라오지 않는다. 휴일 날의 저물고 사람들 틈에 섞여 산을 내려올 때, 성인은

벌써 산을 다 내려가서 마을에 계신다. 천하에 무릉도원은 없다. "

 

"시는 인공의 낙원이고 숲은 자연의 낙원이고 청학동은 관념의 낙원이지만. 한모금의 차는 그 모든 낙원을 다 합친 낙원이다."

 

"겨울에는 찻잎을 주전자 바닥에 먼저 넣고끓인물을 붓는다. 여름에는 끓는 물을 먼저 붓고 물위에 찻잎을 띄운다. 봄, 가을에는

끓는 물을 절반쯤 붓고 찻잎을 넣은 다음 그 위에 다시 붓는다<다신전>"

 

"모든 무덤들은 강물이 흐르고 달이 뜨는 것처럼 편안하다."

 

선암사 화장실 내부의 게시문

"대.소변을 미련없이 버리듯,

번뇌 망상도 미련없이 버리자."

 

"도산서원의 지붕은 가장 단순한 맞배지붕에 홑처마이다. 검박하지만 가난하지 않고, 여유롭지만 넘쳐나지 않는다.

이 단순성은 위대하다. 퇴계가 세상을 떠나던 날 저녁에 내린 눈발처럼. 그의 마지막 말은 "매화에 물주라"는 당부였다."

 

 

"하회마을집들은 서로를 정면으로 마주보지 않고 비스듬히 외면하고 있다. 존재의 품격은 잊 ㅓㄱ당한 외면에서 나온다.

도저히 버릴 ㅅ 없는 자신의 욕망을 비스듬히 껴안고 가는 이의 삶의 품격. 그래서 마릉의 길들은 구부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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