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다림영 2008. 10. 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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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가 지나서

주사위는 적막 속에 잠겨 있습니다. 내 마음도 조용합니다. 하느님이시여! 이 마지막 순간에 나에게 이런 아늑한 기분과 힘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나는 들창가로 걸어갑니다.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나의 로테여! 나는 바라봅니다. 황급히 지나가는 구름을 통하여 아직도 영원한 하늘가에 반짝이는 별들을!

너희들은 결코 지상으로 떨어지는 일이 없다. 영원하신 분이 너희들을 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큰 곰 자리의 수레채의 별들이 보입니다. 모든 별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별입니다. 밤늦게 당신과 헤어져서 당신의 집을 나서면 언제나 저 별은 하늘가에 반짝이고 있습니다. 나는 그 별을 쳐다보면서 얼마나 매혹되었는지 모릅니다. 나는 가금 두 손을 치켜들고 그 별을 가리키며,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행복의 거룩한 표석으로 삼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역시 나에겐 오오, 로테! 당신을 생각하게 하지 않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나를 에워 싸고 있나 봅니다. 나는 어린아이들 처럼 아무리 보잘것 없는 물건이라도 신성한 당신의 손이 닿은 것이라면 남김없이 내 것으로 만들어 왔지 않습니까!

 

나는 정든 실루엣 그림을 당신에게 나의 유물로 남겨두고 가겠습니다. 로테! 아무쪼록 소중히 간직해 주십시오. 밖으로 나갈 때나 들어 왔을때, 나는 언제나 그것에 수없이 입을 맞추고, 수없이 눈인사를 보냈습니다.

나의 시체는 당신의 아버님에게 거두어 주십사 학 편지로 부탁드렸습니다. 그리고 묘지에 두 그루의 보리수가 서 있습니다. 안쪽 구석밭을 면한 곳입니다. 그곳에 나를 묻어 주십시오. 아버님께서는 나의 이런 부탁을 들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당신도 부탁드려 주십시오. 나는 믿음이 두터운 기독교 신자들에게 내 시체를 굳이 불행 한 사람들의 곁에 묻어 달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는 당신들의 손으로 길바닥이나 외로운 골짜기에 묻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목사나레비 사람들이 묘소 앞에서 내 명복을 빌며 지나가고, 사마리아 사람이 한 방울의 눈물이라도 뿌려 주기를 원합니다.

 

자아 로테! 나는 죽음을 들이킬 이 차디찬 무서운 잔을 겁내지 않고 손에 들겠습니다. 당신이 손수 내어준 잔입니다. 나는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것이, 내 인생으 모든 소원과 희망이 이것으로 채워집니다. 죽음의 쇠문을 두드리면서도 나는 이렇게 냉정하고 태연합니다!

나는 당신을 위해 죽을 수 있는 행복을 누리고 싶습니다. 로테! 당신을 위해 나를 희생시킬 수 있다니! 당신의 생활이 안정되고 즐거움을 당신에게 돌려 줄 수 있다면 나는 용감하게 또 기거이 죽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아, 친애하는 사람을 위해 피를 흘리고 죽음으로써 새로운 백배의 생명의 불길이 타오르게 하는 것은 극히 소수의 고귀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었던 일입니다.

 

로테! 나는 이 옷을 입은 채 묻히고 싶습니다. 당신이 손이 닿아 성스러워 진 옷이니까요. 이것도 아버님께 부탁드렸습니다. 나의 영혼은 벌써 관위를 떠돌고 있습니다. 내 호주머니를 뒤지지 않도록 하십시오. 이 분홍빛 리본은 일찍이 당신이 아이들에게 둘러 싸여 있는 것을 처음 보았을 때, 당신의 가슴에 달고 있던 것입니다. 오오, 그 아이들에게 천 번이라도 키스를 해 주십시오. 그리고그들의 불행한 친구의 운명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주십시오. 귀여운 아이들! 나를 가운데 두고 빙 둘러싸고 놀던 아이들!

 

아아, 나는 얼마나 당신과 굳게 결합되어 있었던가요?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나는 당신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 이 리본도 함께 묻어 주십시오. 내 생일날 당신이 선물로 준 것입니다. 그런 물건들을 나는 얼마나 탐냈는지 모릅니다.  아아, 그 길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올 줄은 몰랐습니다. 진정해 주십시오. 제발 부탁입니다.

탄환은 재어 놓았습니다. 시계가 12시를 치고 있습니다. 그럼 로테여, 안녕!"

 

 

사랑을해 보지 않고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리라.

그 사랑이 혼자인 사랑일 경우엔 더 하리라.

긴 숨이 나온다.

다 아는 내용임에도 절절한 그 사랑을 다시 따라가보며 가슴아려 한다.

한때 유럽에서는 이 책이 발간되지 못했다고 한다.

열렬한독자들로 하여금 자살을 부축였던 것이다.

그녀가 죽고 두명이 따라 목숨을 달리했다.

자살이란 것은 참으로 충동적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책의 마지막을 읽으면서 안도현의 詩 '너에게 묻는다' 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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