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풍경

삼성산 삼막사 해우소에 가면

다림영 2008. 9. 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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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산 삼막사 해우소에 가면 그녀를 만날 수 있습니다.

나는 단호히 그녀라고 불러봅니다.

스님들은 분명 그녀의 뜨듯한 알을 드시리라 생각하면서..

아 스님들은 계란을 드시는지요?

아니드시는지요?

갑자기 모호해집니다.

 

삼성산 거북바위에 앉아 막걸리 두어잔 걸치고 흥에 취해 하산하다보면

해우소 말간 창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만나고 싶어집니다.

유리창너머로 너와 나로 나뉘어져서 바라보는 산은 또 새롭기만 합니다.

 

어느날부터인가 그녀와 그녀의 친구가 그곳에 기거하고 있었습니다.

여자들이 들락거릴때마다 그녀가 여자들을 구경하는 것인지

여자들이 그녀를 바라보는 것인지 헷갈리며 웃음가득한 얼굴이 되어버리고.

 

일주일에 한번 무슨수가 있어도 나는 등짐을 지고 산에 오릅니다.

반드시 두병의 막걸리를 챙기고는 ...

 

아 귀품있는 그녀!

매번 보는 그녀입니다만 볼때마다 그녀가 스님들과 기거를 시작하더니

세속을 탈피하여 도를 깨달은듯 보여

취한 나는 네가 신선이냐 나도 잠시 신선이 되었노라 하며

혼자 어떤 감흥에 젖어 겨워하다가
<신선선 :ㅎ 사람이 산에 기거하다보면 신선이 된다?>

 

귀에 익은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잡아채어 본 자리에 서둘러 집어 넣고

손을 흔들면 빤히 바라보는것 같은 그녀를 두고 

나는 하산을 합니다.

그 순간 나는 또 다시 일주일을 기다리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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