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월요일 . 종일 비 .
비가 온다는 얘긴 들었다.
그런데 종일 올줄은 몰랐다.
책'마음사전'에 마음을 빼앗겨서 내내 필사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면 허리에게 무리가 갈 것이므로 더이상 쓰지 않기로 했다.
오늘 나는 다른 책은 더 이상 필사를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겨우일기와 편지를 쓰면 다행이다.
옆에 포장마차에서 드디어 9월1일 가을의 시작으로 붕어빵을 굽는단다.
구수한 냄새가 가을바람따라 금새 날아온다.
남편을 좋아하는 동네 큰 음식점 할아버지께서 붕어빵을 들고 오셨다.
따끈따끈한 그 마음과 붕어빵의 온도가 느껴졌지만
고맙단 인사만 전하고 나는 내려 두었다.
벌써 저녁을 먹었고 이까지 닦아버린 후였다.
그저 인사만 꾸벅 또꾸벅 했다.
남편은 우산을 씌워드리고 그분을 바래다 드렸다.
술한잔 걸친 할아버지와 남편은 뭐가 그렇게 좋은 것인지 팔짱을 끼고
할아버지는 마냥 즐거운 얼굴이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혼이 날까봐 다른 고깃집에서 남편에게 술을 사주었다고 한다.
웃음이 났다.
그곳은 내가 세들어 있는 건물 한귀퉁에 있다.
겨울엔 호떡을 만들어 팔고
여름엔 내내 옥수수와 찰도너츠 팥빙수등을 팔았었다.
매일마다 나는 옥수수 하나씩 먹었드랬다.
내가 가면 특별한 것으로 몇번이나 뒤적이며 큰것으로 그녀는 골라주곤 했다.
남편은 어느새 그여자와 친구가 되어 버렸다.
그러더니 너무 많은 ...내가 전혀 모르는 얘기들을 알아버렸고 집에 돌아가면서
때때로 그여자 얘길 해준다.
그러고 보니 불쌍하기도 하고 그렇다.
여자는 혼자 있을때 성경책을 들고 있고 항상 웃고 인사또한 참 잘하는 사람이다.
어떤 교회를 다닌다고 했다.
그곳도 그녀의 남편이 사업에 실패를 해서 모두 다 잃었는데
교회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그들의 일자리를 마련해 준 곳이라 했다.
그곳은 마치 옛날옛적 동네 주막처럼 오후이거나 저녁이면 남자들이 모이곤 한다.
주변 상인들이 손님이 없을 때 잠시 잠시 모여
여자의 얘기를 듣거나 또는 자신들의 얘기를 쏟아내는듯하다.
어찌되었든 그곳이 있어 남편은 심심하지 않다.
일주일에 세번정도 나와 함께 종일 있어야 하는 그는 아마도
팔다리 허리 머리까지 쥐가 나고 그랬을 것이다.
그곳이 없었다면..
이곳 가게들은 하나둘 헐려가고 있고 또 옆가게는 부동산하는 가게여서 일찍 들어간다.
그리하여 어두운 거리를 그래도 그나마 지켜주는 포장마차이다.
나의 남편의 위안이 되어주니 내게도 도움을 주는 곳이다.
서울 공장 다녀오는 일 말고는 그가 할 일은 별반 없다.
문방구도 아니어서 종일 잔손님이 드나드는 곳도 아니니 말이다.
그녀의 붕어빵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생전 먹지 않던 팥빙수도 자주 먹고 남편은 오늘 붕어빵을 몇개나 먹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절대 몸에 좋지 않은 것은 잘 안먹는데
남편은 이웃을 생각해서 그렇게 나쁜것이든 아니든 제 주머니를 털어 웃음을 나누며 먹어준다.
남편은 착한 사람이고 그여자는 참 좋은 사람이다.
좋은 친구가 주변에 많아 나의 남편은 이곳에 내려오는 즐거움이 생겨 다행이다.
비가오니 손님이 없다.
포장마차도 그러하리라.
비오는 날은 원래 공치는 날!
상인들은 어둔마음이지만 얼굴은 서로 웃음을 보이며 세상을 이야기 한다.
남편은 월요일 부터 무슨 술을 저리 많이 마셨는지 모르겠다.
술이란 것이 어울리다보면 그런 것임을 알지만..
앉아있다가는 다시 포장마차로 향하는 남자..
걱정스럽기만 하다.
그녀가 좋은 얘길 해 주었으면 좋겠다.
비는 밤새 올 모양이다.
이러면 안된다.
추석은 멀지 않았고 햇볕은 쨍쨍 해야 한다.
그래야 곡식은 여물고 들판은 황금색물결로 춤을 추어야 하고 그것을 지켜보는 나도
그들과 함께 알차고 단단하게 여물어 가야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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