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뜨거운 햇볕/ 금요일/
Arve Tellefsen(아르베 텔레프센)크로스오버 앨범 을 듣고 있어서인가
오늘은 특별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하루였다.
그러고 보니 종일 이 음악들 속에서 온전히 살았다.
필사도 하지 않았고 운동도 하지 않았다.
손님이 오시면 웃으며 귀를 기울였다.
참말로 좋은 마음이었다.
물건 팔기에 급급해 하지 않았다.
그져 이야기에 웃고 나누었다.
금요일은 다른 평일과는 다르게 보내야지 했었드랬다.
오후엔 정말 자전거라도 빌려 타고 호숫가로 달려 나가고 싶었다.
코앞에 있는 호숫가도 나가지 못하는 데
어느결에 나는 여행을 하며 밖의 세상을 구경하겠노라 마음먹는가.
지금 그곳엔 코스모스가 가을 바람결에 춤을 추고 있으리라
사람들은 저마다 호숫가 언덕에서 커피를 들고 노을속 풍경으로 저녁을 맞이하리라.
늦기 전에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나다.
그러나 언제나 돈이 문제다.
오늘 아침 둘째의 일기에 보니 녀석도 '돈이 아까워서' 라는 글이 씌여 있는 것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너무 '돈돈 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선은 책속에서 사는 시절로 해 둔다.
배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다 접어둔다.
아이들이 먼저가 아닌가.
어제는 마트에 정말 오랜만에 가보았다.
남편의 다 떨어진 지갑을 사기 위해서였다.
눈에 들어 오는 옷들 ..모두 구천 구백원이었다.
그중 하나를 들었다.
그러면서도 넣었다 뺐다를 몇번씩 하는 나를 보며
그냥 사라는 남편의 말에 성큼 카트에 담는다.
아이들 먹을것, 휴일에 산에 가져갈 것, 부모님 드실것 기타등등의 반찬꺼리들을 챙기니
십만원이 훌쩍 넘고 말았다.
아, 나는 그돈을 벌려면 얼마나 마음고생을 해야 하는것인가.
...
인터넷으로 지감 하나 달랑 주문하면 될 것을
그렇게 많은 돈을 써버리고 후회속에서 간신히 밥을 넘긴다.
다시는 가면 사람이 아니다.
비싸도 슈퍼에서 하나씩 사야 할 것이다.
일주일 동안 무엇을 사면 사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