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가을일기 2

다림영 2008. 8. 2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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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맑음/ 멋진흰구름/ 괜찮은 바람/ 가벼운 마음/

 

 

'한양발꾸락' 체... 이름도 귀엽기만 하다. 한양에 사는 어떤 발꾸락을 가진이가 이런 체를

만들었을까. 신기하고 즐겁고 나는 개구장이 한 오학년쯤에 머무른듯 이어져 나오는 글씨가

정겹기만 하다. 그래서 일기는 이 한양발꾸락체로 쓰기로 한다. ㅎ

한양발꾸락... 한양발꾸락.. 이름도 맘에 든다.

손꾸락..음..그러니까 앞의 지역을 어디로 넣어야 어울릴까..

한양손꾸락.. 그건 발꾸락이 있는거니까 그렇고

... 천안손꾸락체!..안양..이건 그렇구..병점손꾸락체..ㅎㅎㅎ

재밌다. ㅎㅎㅎㅎ

혼자 주름을 마구 만들며 웃는다.

혼자도 나는 잘 웃는다.

울기도 잘하구 웃기도 잘한다.그래서 주름이 많다.

ㅎㅎㅎ

웃음이 나오다니 시간이 약이다. 세월이 약이란 말씀을 누가 하셨을까..

자꾸 시간이 흐르면 나는 아주 잘 웃는 아낙이 될 터이다.

 

나는 자연인이다. 나는 자연속의 한사람이다. 그러므로 풀처럼 나무처럼 꽃처럼 계절에 순응해야 한다.

계절을 거부하며 데모를 하면 아니되는 것이다. 사람은 식물과 동물과 새들과 바람과 땅과 그리고 바람

기타등등의 하늘과 땅사이 모든 것들처럼 자연의 일부인 것이다.

그러하므로 나는 순응하고 흘러야 하는 것이다.

죽을 것 같았던 순간들이 흐르니 웃음도 나오는 것을 보면 그래도 많이 배워지고 익혀가는 것들인가보다.

 

책속에 길이 있다는 말씀은 진실이다. 가슴에 굵고 크게 새겨 넣는다.

그 좁다란 길을 따라 나는 각별 한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새 나의 남자는 이 촌동네에서 친구를 사귀었다.

모두 상인들이다.

70대부터 40대까지.. 대단하다.

사람사귀는 데는 뭐 있다.

오늘은 네명이 저녁식사를 하겠다고 한다.

나는 놀렸다. '그 친구?... 78살 되는?.." ㅎㅎㅎ

그랬더니 아니라며.. 웃는다.

 

중요한 일이 많았는데 정말 차분히 잘 처리해주고 개선장군처럼 돌아온 남자에게 나는

박수를 쳐주었다.

사실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감사한 마음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한강이니 북한산이니 하고 술독에 빠져서  내게 소리질러댔다.

7식구를 거느리고도 세상과 싸우는데도 마음약해 지고다니는 사람이 어찌 죽음에 도전한단 말인가.

 

 

나의 가까운 친구들이 모두 응원을 해 준다.

사뭇 달라진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다.

열심히 사는 사람에겐 아무도 덤비지 못한다.

그저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리라.

 

 

 

나는 늘 그만큼의 복이 주어지는 것 같다.

돈을 많이 벌었는가 싶으면 그새 손해를 보는 일이 생기곤 한다.

그래서 나는 돈을 조금 더 벌고 신나는 일이 생겨도 입을 굳게 다물고 말하지 않는다.

그 무엇들이 숨어 보다가 느닷없이 나타나 내게 손해를 끼치게 할 것 같아서이다.

그런데

그런 말들을 누구에게도 건네지 않아도 금방 마이너스 되는 일이 생긴다.

때마다 그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참으로 신중하게 묵직하게 일을 보고는 하는데 오늘도 영락없다!

..

그런말을 하니 나의 남자는 그것도 얼마나 다행이냐고 한다.

손님이 다른 곳으로 걸음을 돌릴 수도 있고

더 손해를 볼 수도 있었는데 그만큼이라도 손에 쥐어졌으니 얼마나 좋은일이냐 한다.

정말 그렇다.

그저 감사한 일이라고 나는 결론을 내린다.

 

 

 

어제저녁엔 매우 우울했다.

그래서 일찍 이불을 덮고 잠에 들어갔다.

그냥 눈물 몇방울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감고 냇가를 걸었다. 팔을 벌리고 걸어보았다.

풀밭에 귀뚜라미가 아침인줄도 모르고 난리였다.

눈을 감고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냇물은 쉬지도 않고 어디론가로 흘러가고  흰새들은 그아침에  비상을 하고

아이들은 흰교복을 챙겨입고 징검다리를 건너 서둘러 학교에 가고

자전거 족들은 똑같은 옷을 차려입고 줄을 지어 어디론가로 달려가고

나는 눈을 감고 팔을 벌리고 귀뚜라미 소리에 귀를 적시며 걷고

모두 자연스러웠다. 한폭의 그림..풍경이었다.

풍경속에 머물다 돌아온 나는 노래를 흥얼 거렸다.

아차, 핸드폰 벨 소리를 바꾸어야 하겠다.

그것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실린..웃으면서 부르는..그 노래.. ㅎ

 

 

 

출근을 하고 나는 마음이 사뭇 가벼워졌고 오후에 들어서는 모든것에서 떠나게 되었다.

나와 관련된 모든것에서 아무런 마음없이 노래에 마음을 싣고 흐르고 있었다.

어느새 저녁은 몰려왔고 남자는 친구들과 술한잔 기울이러 갔고

나는 조용히 시간의 강을 타고 흐르고 있다.

특별한 가을이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큰 마음 깊은사유로 아름다운 내가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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