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그 다음부터~

다림영 2008. 8. 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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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사회는 나이로 따져 위아래가 결정되지 않는다. 힘으로 결정된다. 그 사회에서 힘이란 것은 돈과

주먹의 힘이다. 몸은 약하지만 꾀가 많고 돈이 많으면 두목이 될 수 있고, 반면에 싸움재주가 뛰어나면

또한 두목이 될 수가 있다.

 

자유당 시절 시라소니는 싸움재주가 뛰어나 두목 노릇을 했고, 이정재는 꾀가 많아 권력과 밀착해 주먹

사회의 대장으로 군림했었다. 시라소니는 제 싸움재주 하나만 믿고 독불장군처럼 굴었다. 그러나 이정재

는 패거리를 모아 조직을 다지며 구역을 넓혀 갔다. 그러자니 깡패의 조직들끼리 돈줄의 구역을 놓고

벌이게 마련이다.

 

시라소니는 제 구역이 따로 없었던 모양이다. 이 구역 저 구역  가릴 것 없이 돌아다녔다.  이정재 구역

에 들렸다가 시라소니는 이정재의 부하들에게 붙들려 손목을 잘리고 말았다. 피나는 투쟁을 통한 승패는

이와 같은 것이다.

 

패자는 손목을 잘리는 수모를 당해야 하고 승자는 정복자인 양호기를 부리게 된다.

산짐승은 사람만 보면 도망가고 날짐승은 사람을 보면 날아가 버린다.  사람이 깡패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렇지만 인간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면서 다투고 힘을 겨루어 승패를 나누려는 쟁승을 버리지

못하고, 정복하고 항복당하기도 하는 구응을 일삼으며, 호령하고 소환당하기도 하는 구래를 저질러 갖가지

수작을 꾸미는 짓을 부린다.

 

그러니 인간의 만용은 손목을 잘릴 수도 있고 심하면 교수대에서 목을 매이기도 하는 것이다.

 

다투지 않고 이긴다.

사람만 사람끼리 싸운다. 싸움에서 승리하려고 서로 치고 받고 죽인다. 나아가 제 목숨을 제 손으로 끊

는 자살도 해버린다. 전쟁하는 세떼를 보았는가? 구역다툼을 하는 초목을 보았는가. 산토끼가 자살했다

는 소문을 들었는가. 이처럼 천지는 만물과 더불어 다투지 않는다.  오직 인간만이 천지를 정복한답시고

다투려고 한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부쟁이선승의 뜻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응답한다.

콩을 심으면 콩이 나고 팥을 심으면 팥이 난다. 감을 놓아라 대추를 놓아라고 간섭을 하지 않아도 철따라

할 일을 만물은 다한다. 그러나 인간만이 덥다고 선풍기를 틀고 추우면 춥다고 난로를 피운다.  하지 마라

고 하면 숨어서 하고, 하라고 하면 빈둥거리므로, 인간의 세상에는 갖가지 형법이 형벌을 내리고 벌금을 부

과 시킨다. 천지는 만물을 놓고 송사를 벌이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불언 이선응의 참뜻을 살피게 한다.

 

소환하지 않아도 저절로 온다.

과수원에 꽃피는 계절이면 산천에 사는 나비와 벌이 꽃들을 찾아 모여들었다. 꽃은 나비에게 꿀을 마시게

하고 나비는 꽃이 서로 수분하게 하여 열매를 맺게 돕는다. 인간은 열매를 따서 먹기도 했고 팔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과수원을 찾는 나비나 벌이 산천에 없다. 부르지 않아도 저절로 찾았던 나비나 벌들이 농

약의 살포로 다 죽어 버린 탓이다.

 

그래서 지금은 수입한 양봉을 과수원에 풀어놓고 수분을 하게 한 다음 죽어 버리게 한다.이제 나비나 벌에

게 과수원은 독가스실과 같다.  인간이 이렇게 만들었다. 그러나 천지는 만물을 억지로 불러들여 떼죽음

을 하게 하지 않는다.  자유롭게 오고가게 할 뿐이다. 이것이 불소이자래가 환기 시켜 주는 듯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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