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소중히 하는 마음은 하늘이 무서운 줄안다. 하늘이 무섭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본분에 어긋나고
이치에 어긋나는 짓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죽음을 두려워 하면 결국 생을 소중히 하는 것이고 생을 소중히 하면 사는 일을 사랑하는 것으로 된다.
이러한 사랑을 못하게 하는 것을 살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살기를 스스로 부리는 자이든 살기를 청부받아 부리는 자이든 악한이요, 무뢰한들이다. 살인을 자행하는
자나 살인 지시를 받고 자행하는 자는 모두 제 목숨을 해치는 짓을 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생명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다 같기 때문이다. 천명의 입장에서 보면 내 목숨과 네 목숨이 다를 바가
없고 사람의 목숨과 고슴도치의 목숨이 다를 바가 없다.
그러므로 살기를 부리지 마라. 살은 사람이 목숨을 해치는 짓이고 사는 하늘이 하는 일이다 . 살이 목숨을
죽이는 것은 사를 범하는 것이고 사를 범하면 하늘을 범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치를 노자는 다음처럼 비
유해 주었다.
항상살인을 맡아 하는 자가 있으며 살인 청부업자의 소행 또한 죽이는 짓이다. 이를 이러 도목수를 대신
해서 나무를 베는 짓이라고 한다. 도목수를 밀쳐내고 나무를 베는 자는 제 손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
<원문의역>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죽임 따위로 백성을 두려워 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만일
인간으로 하여금 목숨을 위협하여 못된 짓을 시키는자가 있다면, 내가 그런 놈을 잡아 죽이고 싶다.
하지만 누가 감히 죽이는 짓을 하겠는가.
항상살인을 맡아 하는 자가 있으며, 살인 청부업자의 소행 또한 죽이는 짓이다. 이를 일러 도목수를 대
신해서 나무를 베는 짓이라고 한다. 모목수를 밀쳐내고 나무를 베는 자는 제 손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경우
가 거의 없다.
<도움말>
제 74장은 세상을 다스리는 사람이 죽임을 앞세워 백성을 두렵게 하지 마라는 이치를 말하고 있다. 덕치
와 학정이 왜 다른 가를 살피게 하는 장이다.
불외사으 외는 더할 바 없이 감사하는 마음이다.
그러므로 불외는 감사하는 마음을 버리고 경멸하는 마음의 짓이 된다.
위기자는 못되고 어긋나는 짓을 말한다. 여기서는 인간의 살기가 빚어내는 짓 따위라고 보아도된다.
오득이집이 살지에서 살지의 지는 목숨을 경멸하게 상유사살자의 사는 일을 맡아하는 자를 뜻한다. 살인
청부업자 따위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대장장착의 대장은 도목수를 뜻하며 착은 톱같은 연장을 써서 나무를 베는 짓을 뜻한다.
제 75장 부정부패는 백성을 굶주리게 한다
백성의 삶을 꺽지 마라
어느 사람이든 잘 살고 싶어한다. 이것은 생존의 본능이다. 누가 굶기를 바랄 것이며 누가 행복을 마다할
것인가. 아무도 없다. 세상을 다스리겠다는 살마은 무엇보다 이러한 진리를 잘 알아 두어야 한다.
만일 치자가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고 속셈을 차리면 그 나라른 거덜나고 만다 . 나라가 도둑을 키우고 법
망이 도둑의 피신처를 제공해 주는 까닭이다. 권력형 부정. 권력형 부조리와 같은 말이 신문에 자주 오르
내리면 그 나라는 도둑이 관청을 넘나들고 도둑질이 관청안에서 이루어 진다.
권부가 썩으면 관리들의 눈에 백성의 세금은 마치 도둑질해 온 장물인 것처럼 보이고 나라는 도둑의 장물
아비처럼 되어 버린다. 고금에 걸쳐 망해간 나라는 모두 권부가 썩은 탓이지 국민이 잘못한 적은 없다.
금술잔의 맛있는 술은 백성의 피요.
옥소반의 맛있는 안주는 백성의 기름이라.
촛불이 눈물 질 때 백성도 눈물 짓고
노래 소리 질펀한 곳에 원성만 쌓이네.
<춘향전>에 나오는 이러한 시구를 누구나 다 알것이다. 권부가 높은 곳이 되어 잔치를 벌이면 백성은 낮은
곳에서 굶주리고 허덕이게 된다. 그러한 권부는 마치 참깨를 넣고 참기름을 짜내는 기름특과 같게 된다.
백성을 돌보는 나라는 백성이 간지러워 하는 곳을 찾아 긁어주지만 백성을 등치는 권부는 백성의 곳간을
뒤져 빼앗아간다. 조선조 5백년은 양반이 상민을 울렸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조선조의 권력
층은 놀고도 배불리 먹었지만 상민은 뼈빠지게 일하면서도 허기진 몸으로 피땀을 흘려야 했다.
그래서 위와 같은 시귀가 나온것이 아닌가!
조선조의 권부가 보인 마지막을 보면 흉하기 짝이 없다. 싸우다 힘이 모자라 패망한 나라는 있어도 사직
을 통재로 얼마의 사례금을 받고 팔아 먹는 나라는 조선을 제하고는 천하에 찾아보기가 어렵다. 결국 조
선의 백성은 사대부 벌열의 부정부패 탓으로 나라를 도둑질 당했던 셈이다.
나라란 무엇인가. 백성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터전과 같다. 그러나 백성의 마음이 불편하고 삶의 터전을
불안하게 하면 그것은 오로지 못난 정치의 탓이라고 보아도 된다.
못난 정치는 백성에게 세금을 턱없이 훑어내지만 제대로 하는 정치는 백성들이 납득할 만큼의 세금
을 받아 나라 살림을 꼼꼼하고 알뜰하게 꾸려가는 것이다.못난 정치는 백성이 낸 세금을 전리품이나 장물
처럼 여겨 패거리들끼리 착복하고 횡령하면서 부정 축재를 하고 특권층이나 신흥세력을 만들어 신종양반
의 계층을 만들어 낸다.
백성이 믿는 정치는 튼튼하고 백성이 믿지 않는 정치는 바람앞의 촛불과 같을 뿐이다. 백성이 싫어하는
정치일 수록 특권층을 양산하고 권력의 비호세력들이 세금을 축내는 기생충으로 서식하게 한다. 권력의
비호를 받는 쪽이 마음놓고 특혜를 받아 백성� ㅗ세부담을 비웃는 꼴이 되는 세상은 못난 정치의 수작들
때문이다.
못난 정치 밑에 있는 백성일 수록 별의 별 수단을 다 동원해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수작을 부리게된다. 나
라가 백성의 것을 훔쳐 먹는다는 근심 때문에 그렇게 한다. 그러므로 백성이 세금을 내기가 억울하다고 여
기는 세상이라면 정치권은 먼저 노자의 다음과 같은 말을 경청해야 한다.
백성이 굶주리는 것은 치자들이 너무 많은 세금을 받아먹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백성은 굶주리게 된다. 백
성을 다스리기가 어려운 것은 치자들이 못할 짓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스리기가 어렵게 된다. 백성
들이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치자들이 자기네들만 잘 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백성은 죽음
을 가볍게 여긴다.
전라도 고부땅에서 전봉준이 동학군을 일으켜 조정에 반기를 들었을 때 죽지 못해 살았던 백성들은 벌떼
처럼 일어나 동학군에 들어갔다. 참다못한 상것들이 봉기를 한 것이다. 전봉준의 외침이 백성의 눈을 뜨
게 했던 까닭이다.
'어디 양반상놈이 따로 있느냐? 없다. 사람은 다같다. 어디 사대부가 나라의 주인이냐? 아니다. 백성이 주
인이다. 세상이 이대로는 안되겠다. 반상이 따로 없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야 한다.
이렇게 전봉준은 허덕이는 백성을 향해 절규했다.
일소처럼 코뚜레를 걸어놓고 일만 시키면 시키는 대로 될줄 알았던 상것들이 몽둥이, 죽창, 괭이나 삽을
들고 일어서자 패싸움과 노략질에만놀아났던 조정의 무리들은 질겁했다. 막다른 골목에서도 쥐도 고양
이을 공격하는 것이 아닌가.
양반의 등살에 빌붙어 삶을 구걸하느니 차라리 죽는것이 낫다는 생각을 백성은 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동학군은 봉기했다.
동학군은 관군과 맞붙어 싸우는 족족 이겼다. 그럴 수록 조정은 몸둘 바를 몰랐다. 드디어 전주가 함락되
고 동학군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자 조정은 일본군을 끌어 들여 동학군을 무찔러 달라고 구걸하
기에 이르렀다. 이 얼마나 흉칙한 일인가. 남의 나라 군대를 빌려 제나라 백성을 죽이라고 하는 나라가
어디 있단 말인가.
관군에게 조총이 있었찌만 그 총은 동학군의 몽둥이만도 못했다. 관군은 죽음을 무서워했지만 동학군은 죽
음을 내 놓고 있엇던 까닭이다. 굶주려 죽으나 맞아 죽으나 다를 바가 없다고 여긴 동학군은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일군의 신식 총이 쏟아 붓는 총알은 동학군을 가을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쓰러지게 했다.
주먹밖에 없는 주인이 권총을 든 강도에게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동학군은 산산히 흩어지게 되었고
전봉준이 생포되어 한양으로 압송되는 비운을 맞게 되었을 때 백성들은 피눈물을 삼키며 노래를 불렀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녹두밭에 앉지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청포장수 울고간다/
전봉준은 키가 작았다. 그래서 그를 녹두장군이라고 불렀다. 잡혀가는 녹두장군을 보고 백성은 청포장수
울고간다고 노래를 불렀다. 절망의 한이 맺혀 절규하는 백성의 노래는 치자들이 도둑 떼로 둔갑할 때 불려
진다. 그러면 나라는 망하는 법이다.
세금을 많이 받아 집어 먹는다.
세금을 내는 족은 백성이고 세금을 받는 쪽은 정부이다. 정부가 받은 세금을 맡아 백성이 원하는 대로 일
면 백성 돈을 제대로 쓴 셈이다. 그러나 받은 세금으로 정부가 별의별 구실을 달아 잘라먹으면 백성은 도둑질을 당하는 것과 같다. 관리가 뇌물을 받으면 백성을 등치는 것이고 급행료를 요구하면 백성을 들
치기 하는 것이요, 치자가 이권에 놀아나면 백성은 강도를 만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러한 꼴들을 두고
상식세라고 하는 것이다.
p208
'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은 버려진 신발짝과 같다/윤재근/노자 (0) | 2008.09.06 |
---|---|
인간은 버려진 신발짝과 같다.~ (0) | 2008.09.04 |
그다음부터~ (0) | 2008.08.28 |
그 다음부터~ (0) | 2008.08.27 |
p187 (0) | 2008.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