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풍찻간에서 띄우는 편지/알퐁스도데의 단편모음/남정숙

다림영 2008. 8. 14.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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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란 이름은 어떤뜻일까

'프로방스' 하면 그냥 따스함과 풍차같은것 ...아니면.. 흰 울타리..장미꽃..그 어느 언덕아래

아주 조그맣고 예쁜 집들..그리고 그곳에서 문득

문을 밀고 나오는 흰앞치마를 두른 중년여인과 빵 굽는 냄새와 양치기 소년과 그 언덕과 별... ....

막연히 나는 그런 것을 떠올려 본다.

 

프로방스 는 남동부의 지중해 해안선 지대와 이에 바로 접해 있는 내륙지역으로 대부분 구릉지대이거나 산악지대로 이루어

져 있다고 한다. .. 그러니까 이책의 배경은 그런 곳이다.

얼마나 근사하고 한폭의 그림 같은지 상상만으로도 가슴은 그무엇으로 차오르며 들뜨기도 한다.

평생 살면서 한번 가볼수 있을지 ..

꿈도 꾸지 않지만 이렇게 책속에서 아름다운풍경과 그의 소설 속을 헤엄쳐 들어가는 것 만으로도 나는 행복한 사람일것이다.

 

'마지막 수업'을 생각하면 주인공과 같이 말썽장이 조그만 내가 되어 교실의 문을 밀며  눈물이 핑 돌것만 같다.

마지막 수업은 이곳에 수록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얘기이다.

 

 

'별'..

멀리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별...

별, 별, 별...우리나라 말 '별' 은 참 예쁜 말이다. 무어라 표현을 하지 못하겠다.

입에 넣으면 그 각이진 조그만 하나하나가 터지면서 나를 녹이고 눈물이 날것 같은 ..

다른 별에서 온 사람이 되기로 한 나는 오늘 살뜰한 시간을 살아내야 할 것이다.

참, 어제는 버스를 한 참 기다리다가 밤하늘 달과 그 곁에 가장 가까이 떠있는 '별'을 보았다.

그별 이름은 무엇일까?

소설 '별' 속에 양치기는 이 별 이름을 알터인데 달과 가장 가까이에 머무는 별..

다시 읽으면서도 가슴가득 별들이 반짝이고 나는 눈물이 괜스레 핑 돌고 있다.

 

 

"별"

프로방스의 양치기 이야기

 

류브롱 산 위에서 양을 지키고 있었을 무렵, 나는 목장안에 혼자 개인 라브리와 양들을 상대로 몇 주일씩 사람의 모습을 보지 않고

살고 있었다. 이따금 몽 드 류르의 은자가 약초를 찾으로 이곳을 지나 가거나, 삐에몽 근처의 숯을 굽는 사나이의 시커먼 얼굴을 보는

수가 더러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혼자인 까닭에 말도 않고, 이야기 할 흥미도 잊어버려 아랫마을이나 거리의 소문에 오르는 일은 아무것도 모르는 , 세

상과는 등진 사람이었다.

그랬던 만큼 반달 만에 두 주일분의 식량을 가지고 오는 당나귀 방울소리가 들려 올 때나, 언덕위에 귀여운 미아로<농장의 소년>

의 힘찬 얼굴이라든가, 늙은 노라드 아주머니의 자색모자가 조금씩 보여올 때는 정말 기뻤다.

 

나는 산밑마을의 소식을 세례니 결혼이니 여러가지로 들려 받았다. 하지만 특히 듣고 싶은 것은 주인집 아가씨가 어떻게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이 고장 십리 사방에서 제일 예쁜 스테화넷양의 일이다.

나는 과히 관심이 없는 체 하면서 아가시가 흔히 파티에 초대되거나, 마실을 가느냐, 여전히 아가씨의 비위를 맞추려는 새로운 사나이

들이 찾아오느냐, 이런 질문을 했다.

 

가난한 양치기인 내게 그런것이 무슨 소용이냐고 묻는 다면 나는 스무살이고 스테화넷양은 내가 태어난 뒤로 본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라고 대답해 주리라.

그런데 어느 일요일 날, 기다릭 잇던 반달치 식량이 매우 늦게 닿은 일이 있었다. 아침 나절에는 미사 때문일 테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낮쯤에 심한 폭풍우가 몰아닥쳤다. 그래서 길이 나빠 당나귀가 올 수 없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가까스로 3시 경 하늘은 깨끗이 씻기우고, 산은 이슬과 햇살에 빛나고 있을 때 나뭇잎 물방울과 물이 불어난 골짜기의 넘치는 소리 속

에 당나귀의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부활제날에 울려퍼지는 종같은 빠르고 힘찬 방울 소리였다.

 

그런데 당나귀를 끌고 온 것은 미아로 꼬마도, 노라드 아주머니도 아니엇다. 그것은...누구라고 생각하나?.. 아가씨다!

아가씨 바로 그사람이다.

버드나무 망태기 사이에 곧바로 앉아, 산의 기운과 소나기가 갠 상쾌한 기운으로 볼을 장미빛으로 물들이고.

꼬마는 병이 낫고, 노라드 아주머니는 휴가로 아이들한테 가 있다고 아름다운 스테화넷양은 당나귀에서 내리면서 내게 알려 주었다.

중간에 길을 잃는 바람에 늦어졌다는 이야기도 해 주었다.

 

그러나 꽃무늬 모양의 리본이며 눈부신 스커트며 레이스 따위로 장식한 것을 보면 , 숲속에서 길을 찾아헤맸다기보다는 어디선가

춤이라도 추다가 늦어진 것처럼 보였다.

아아, 아름다운 아가씨! 나는 언제까지나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이지 이제껏 그녀를 이렇게 본일 은 없었다.

 

겨울에, 양이 평지로 내려갈 때 저녁나절 식사를 하러 돌아가면, 이따금 아가씨가 호올을 가로지르는 수가 있다. 활발하게, 심부름꾼에

게는 거의 말도 걸지 않고 , 늘 아름답게 차려 입고는 좀 거만하게...

그 아가씨가 지금 바로 앞에 있는 것이다. 나 혼자 앞에. 이래도 제정신을 차리고 있을 수 있겠는가?

망태기에서 먹을 것을 꺼내자마자 스테화넷 아가씨는 신기한듯 이 주위를 보았다. 더러움을 타기 쉬운 아름다운 새옷자락을 살며시 잡

고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서 내가 자는 곳이며, 양털이 깔려 있는 짚으로 된 침상,  벽에 걸려 있는 비옷, 지팡이 따위를 살펴 보았다.

 

이런것들은 모두 아가씨를 기쁘게 만들었다.

<어머나, 그럼 당신은 여기서 살고 있어요? 늘 혼자 지루해서 어떻게 지내죠?>

나는 <당신의 일을 >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 그렇게 말해도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완전히 흥분해 버려 숫제 한 마디도

말을 못했다.

아가씨는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짖궂은 아가씨는 나를 더한층 난처하게 만들며 재미 있어했다.

 

<그래 당신의 좋은 친구는 가끔 만나러 오나요...? 아마 그건 금으로 된 양일거야. 아니면 산봉우리만 뛰어다니는 선녀 에스테레르일거야>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아가씨야 말로 올려다보며 웃는 모습하며 이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방문객 같은 태도 하며 에스테레르의 선

녀와 꼭 같았다.>

<그럼 잘 있어요>

<안녕히 가세요, 아가씨>

이리하여 아가씨는 빈 망태기를 들고 떠났다.

언덕의 작은 길로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당나귀의 굽으로 굴러 떨어지는 돌멩이 하나하나가 나의 마음 위로 떨어질 것 같이 생각되었다.

 

나는 그 소리를 언제까지나 듣고 있었다. 그리고 날이 저물 때가지 꿈을 흐트러뜨리지 않도록 꼼짝 않고 황홀해하고 있었다.

해질 무렵이 되어 골짜기 밑이 파래지기 시작햇을 때, 양이 음메음메 울면서 서로 밀어대며 울타리 안으로 들어올 때 누군가가 언덕길에

서 나를 부르고 있는 소리가 들려 왔다.

이윽고 아가씨가 아까의 웃는 얼굴과는 딴판인 추위와 두려움에 떨면서 나타났다. 산 밑 소그르 개울물이 소나기로 불어있는데 무리하게

건너려다가 빠졌던 모양이다.

 

이렇게 어두워서는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무서운 일이다. 아가씨 혼자 샛길을 찾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는

나대로 양들을 놓아두고 떠날 수 없었다. 산위에서 밤을 새우게 되면, 무엇보다도 가족들이 근심할 것이라 생각하고 아가씨는 몹시 고민

했다. 나는 되도록 그녀를 안심시켰다.

<칠월은 밤이 짧답니다. 그저 조금만 참으시면 된다구요>

 

나는 아가씨의 발과 소그르 물에 젖은 옷을 말리기 위해 서둘러 불을 마구 피웠다. 그리고는 양젖과 치즈를 가져왔으나, 가엾게도 그녀

는 불을 쪼이려고도, 먹으려고도 하지를 않았다. 눈에 고인 눈물을 보니 나도 울고 싶었다.

그러는 사이에 완전히 밤이 되어 버렸다. 산마루에 어렴풋한 햇살이, 서쪽에 안개 같은 빛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나는 아가씨를 울타리 안으로 옮기게 하고 쉬도록 부탁했다.

 

새 짚위에 깨긋한 양가죽을 펴고 편히 쉬라고 했다. 그리고는 대문 앞에 앉았다.

하나님이 알고 계시지만 나의 생각은 피를 끓일 정도로 격렬 했으나, 나쁜 마음은 조금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주인집 아가씨가 울타리 안 한 구석, 이상한 듯이 바라보고 있는 양들 곁에서- 그 어느 양보다도 소중한, 어느양보다도 순결한 양

으로서- 내게 지켜져 안심하고 자고 있다고 생각하니 큰 긍지가 일 뿐이었다.

 

하늘은 이렇게도 깊고, 별이 이렇게도 빛나 보인 일은 일찌기 없었다....

그러는데 갑자기 오두막 문이 열리고 아름다운 스테화넷양이 나타났다. 아가씨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양들이 짚소리를 내거나 꿈을

꾸고 울거나 했기 때문이다. 아가씨는 불 곁이 그리워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가씨의 어깨에 양털을 덮어 주고 불을 피웠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말없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만일 당신이 밖에 서 밤을 새운 일이 있다면, 모두가 잠을 자고 있을 때 어떤 이상한 세계가 조용함 속에서 눈을 뜨고 사실을 아실 것이다.

그 때 샘은 더한층 명랑하게 노래하고, 연못이나 늪은 작은 불길을 일으킨다.  온갖 산의 정이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한다. 그리고 공중

에는 나뭇잎 소리, 귀에 들리지 않는 것 같은 울림이, 가지가 커지고 풀이 자라나듯이 들린다.

 

낮은 생물의 세상이지만, 밤은 물체의 세계이다. 익숙지 못한 사람에게는 무섭다. 아가씨도 몹시 겁을 먹어, 조금만 소리가 나도 내쪽으로

몸을 기대는 것이었다.

어떤 때는 아래쪽에 빛나고 있는 연못에서 나온 슬픈 긴 외침이 물결을 두드리면서 두 사람 쪽으로 올라왔다.

마침 그 때 하나의 아름다운 유성이 두사람의 머리 위를 그것과 똑 같은 방향으로 흘렀다. 마치 지금 들은 탄식이 하나의 빛을 데려간 것

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저게뭐죠?>

이렇게 스테화넷양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천국으로 들어가는 넋이라구요>

그러면서 나는 십자를 그었다.

아가씨도 십자를 그었다. 그리고 잠시 하늘을 열심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들 양치기들이 마법을 알고 있다고들 말하고 있는 것은 정말?>

<아뇨, 전혀. 그렇지만 이곳에 있으면 별이 가까와 평지에 있는 사람보다 별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알고 있죠>

아가씨는 여전히 위를 향하고 있었다. 머리를 한 손으로 받치고 양털가죽에 싸여 . 귀여운 하늘의 목동처럼 보였다.

<어머나 많기도 해라! 정말 예뻐. 이렇게 많이 본 건 처음야. 당신 저 이름을 알고 있어요?>

<네, 그야...들어보세요. 우리들 바로 위에 있는 것이 저게 <성야곱의 길><은하>. 저건 프랑스에서 곧장 이스파니아로 가있죠.용감한

찰즈대제가 사라센을 토벌했을 때 갈리스 성야곱이 저걸 만들어 임금님한테 가르쳐 준 거죠.

더 먼 곳에 있는 것은 <넋의 수레><큰곰>이고, 네개의 수레바퀴가 빛나고 있어요. 그 앞을 가는 세 개의 별이 <세마리의 짐승>이고

그 세번째 저쪽의 작은 놈이 <수레끄는 자>입니다.

그 둘레에 줄곧  비가 오듯 흩어져 있는 별이 보이나요? 저건 하나님이 곁에 두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넋이랍니다. 그 조금 밑

의 것은 <갈퀴>라고도 하고 <세사람의 임금님><오리온>이라고도 하죠. 우리에겐 시계의 역활을 해주고 있지요. 저걸 보기 만 해도

지금 한밤중이라는 걸 알수 있답니다.

 

조금 밑쪽, 역시 남쪽입니다만<장드 밀랑><실리우스>이 빛나고 있어요. 별 안의 곤솔 불이죠. 이 별에 대해선 양치기들이 이런 얘기

를 하고 있답니다. 어느날 밤<장드밀랑>이 <세 사람의 임금님>과 <북극성좌>와 가장 먼저 떠나 높이 올라갔다는 거예요. 보세요. 저

높은 곳. 하늘 꼭대기요.

 

<세사람의 임금님>은 아주 낮은 곳을 가로질러<북극성좌>를 �아갔다는 군요. 그런데 이<쟝>의 게으름뱅이는 그만 늦잠을 자다가 늦

어 버렷다는 거예요. 그래서 화를 내며 앞의 두사람을 막으려고 들고 있던 지팡이를 집어 던졌어요. 그래서 <세사람의 임금님>은 또

한 <쟝드밀랑의 지팡이>라고도 하죠.

 

뭐니 뭐니 제일 아름다운 것은 우리의 별<양치기의 별>이죠.

새벽녘에 우리가 양을 데리고 나올 때도 빛나지만, 저녁때 우리에 넣을 때도 빛나거던요. 우리는 이걸 <마그론느>라고도 말하고 있죠.

아름다운 <마그론느>는 <삐에르 드 프로방스<토성>의 뒤를 �아 칠년마다 삐에르 한데 시집을 간답니다.>

 

<어머나! 그럼 별한테도 결혼식이 있나요?>

<그럼요. 있고말구요>

이리하여 내가 그 결혼식이 어떤 것인가를 설명하고 있느라나. 어깨에 무언가 부드러운 것이 가볍게 걸려옴을 느꼈다. 그것은 졸려서

무거워진 머리가 기댄 것이었던 것이다. 리본이며 레이스 며,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내게 밀어대면서.

아가씨는 이렇게꼼짝도 않고 하늘의 별이 아침해에 꺼져 엷어 질때까지 그대로 있었다.

 

나는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아름다운 생각만을 보내준 이 맑은 하늘에 정갈하게 지켜져서 아가씨의 잠을 지켜보고 있었다.

두사람을 둘러싸고 별은 양 떼처럼 여전히 조용한 걸음을 옮겨갔다.

그리고 나는 거듭 이 별 가운데에서 가장 예쁜, 가장 빛난 하나의 별이 길을 잃고 나의 어깨에 멈추러 와서 잠을 자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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