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회심곡을 들으며

다림영 2008. 8. 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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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만해도 그분은 병환중이었지만 기원에 나가곤 하셨다.

나의 남편인 셋째 아들이 효자인탓에 평생 빠져 지내시던 것에

마음이라도 부치시라고 늘 기원에 모시고 가곤 했던 것이다.

 

며칠전부터 그는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인간이 아닌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퇴근하여 현관을 열면 고개가 저절로 흔들어지고 나는 인상을 쓰고 들어간다.

그러나  종일 집에 있는 세 아이들은 아뭇소리가 없고

어머니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주무신다.

어찌 잠을 취하시는지 모를 일이다.

 

집안의 크고 작은 걱정의 곳간을 안고 사는 집안의 가장인 나는 매일마다 그곳을 들여다 보며

문제와 씨름하고 받아치며 하나씩 해결해나가며 살고 있다.

우리집 가장은 언제부터인가 자격을 상실하였다.

그 역시 정신적인 환자인것이고 나는 그의 보호자인셈이다.

그때문인지 나는 살가운 모습을 잃은지 오래되었고 어떠한 상냥함도  솟아나지 않는다.

 

딸하나 생산하지 못한 부모님은 이렇듯 쌀쌀맞은 며느리에게  귀한 당신들의 딸처럼 위하셨는데

오십을 코앞에 두고도 타고난 성격을 버리지 못하는 나는 차갑기가 이를데 없기만 하다.

따뜻한 말한마디 환한 미소 한번 제대로 맞추어 드리지 못했다.

맞이도 아니며 모든것을 떠안고 사는 무거움으로만 받아들였던 것이다.

 

며칠전만해도 거실에 나와 막내 녀석에게 이것 저것 심부름도 시키며 용돈도 주고 하셨는데

하루아침 노인의 기력은 사라지고 인간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고 계신다.

생활이나 넉넉해야 어디든 모실것이다.

얼마전 아버님생신에도 전화한통 없던 형에게 전화를 넣었다는데 휴일에 내려오겠다고 남편은 전한다.

잘난 아들을 몇이나  두면 뭘할까 싶기만하다.

잘난아들은 사돈집 아들이란 말이 분명 맞는것 같다.

 

 

아버님은 늘 마음껏 드셨다. 배불리 잡수셨다. 짜고 맵고 늦은 밤이든 언제든 많이 먹는 그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것은 아니다 말씀드렸으나 노인은 거부하셨다.

결국 불을 보듯 뻔한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생활이 병을 불러온 것이다.

남편에게도 매일마다 이르지만 그역시 아버지와 같은 생활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나는 두렵다.

나혼자 건강을 지켜서 무엇하겠는가

가족 모두를 지켜내려고 애쓰는 날들이지만 매일마다 무너지는 나의 성이다.

 

젊은시절 그렇게 호탕하게 보내시고 주머니에 돈 가득하셨으면 무엇할까 싶다.

혼자 자유를 누리셨겠지만 이제 병을 얻고 이제 자신의 몸조차 제맘대로 가누지 못하는 환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생로병사란 말이 있으나 지혜롭게 사는 노인들이 주변에 많다.

그저 입에 단 음식만을 찾는 어리석을 짓을 턱없이 누렸던 아버님...

빈주머니와 병마만을 지닌 부모를 누가 좋다 할 것인가.

 

며느리 넷이지만 나는 늘 딸 입장에 있다.  이십삼년을 시부모님과 함께 생활했다.

언젠가 부터 잘사는 집에서 모셔온 두 형님은 도무지 만날길이 없다.

시집을우숩게 보는 것이다. 아마도 부모님이 돈이 없는 탓이리라.

나는 가난한집 맏이였다.

며느리는 조금 낮은 집에서 들여오고 사위는 조금 높은 집에서 맞으란 말또한 틀리지 않다.

 

자식을 기르는 사람들이 어찌 그리 사나 싶기도 하지만 나는 평하고 싶지 않다.

 

오늘은 시동생이  지방에서 올라왔다고 하는데 무슨얘길 하고 갔는지 모르겠다.

 

종일 장자를 읽었다. 죽음이란 그저 자연인 것이라 했다.

그러나 나는 탈없이 병없이 어느날 갑자기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

나는 남편에게 다시 내마음을 전해야 하겠다. 어찌 늙어가야 하는가를 ..

 

다행스럽게도 큰아이가 방학중이어서 어머니 혼자 감당해야  할 일을 거들고 있다.

 

지금도 근근히 살아가는 나는 어찌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 것인가.

다만 매일마다 빠지지 않고 하는 운동과 몸에 해로운 음식을 멀리하는 것이 나의 노년에 대한 준비 전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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