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사는것은 다 그런것일 테지

다림영 2008. 7. 29.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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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만 들어가면 그래도 알아서 잘 살리라 생각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풍경이 내 앞에 날마다 펼쳐지고 있다.

나는 늘 좋은 생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돌리려 해도 뒤돌아서면 가슴이 답답하고 울화가 치민다.

그녀석과는 얘길 하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도무지 좋은 모습이라고는 볼래야 볼수가 없다.

언제 철이 들까 고뇌하지만 쉽게 바뀌어질 것 같지 않다.

일어나면 게임이요 그것도 지루하면 길게 누워 영화고 동생들을 우격다짐으로 잡아놓는 모양이다.

제 등록금에 병원비로 정신이 아찔한 엄마를 도울 생각은 눈꼽만큼도 하지  않는다.

내 스물한살을 기억하니 눈물이 핑 돌기만 한다.

서울로 어디로 나는 일자리를 얻기위해 얼마나 헤메였던가...

 

 

짧은 편지 속에 그저 내마음 몇자 적어놓고 나오지만 녀석이 그 편지를 읽어보는지도 의문이며

오늘은 그나마 적어놓고 나오지도 않았다.

하루종일 10시간 이런저런 마음고생을 하며 들어가 눈에 들어오는 일이 그러한 모습이니

나는 상종조차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늘 믿어주고 희망을 버리지 말라 하지만 도무지 내마음이 다스려지지 않는다.

어제 친구의 아들이 군대에 간다며 다녀갔다.

녀석의 깍듯이 인사하는 모양을 보니 너무 부러웠고 남의 아들이지만 참으로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웠다.

나의 녀석은 밖에 나가 인사나 제대로 하고 다닐지 모를 일이다.

 

이제사 무언가 깨달은 나도 있는데 하며 마음돌리지만

다른 친구들의 아이들얘기에 귀를 기울이니 나의 아들은 부모인 내게 매일마다 조그만 돌맹이를 얹어

놓는 일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그에게서 어떤 마음이든 떨어뜨리려 나는 노력한다.

특별한 어떤 베품도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다.

 

 

엄마는 막내동생때문에 매일마다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렇게 착실하고 열심으로 사는 녀석인데 그저 장가를 못가고 제 형편이 되지 못하니 엄마는 내내 한숨이다.

내가 볼때는 녀석처럼 괜찮은 녀석도 없는데 엄마입장에선 늘 불안하고 부족하고 모자라는 모양이다.

어쩌면 나도 그러한 것인지 모르겠다.

아이셋을 기르면서도 어쩌면 그렇게 셋이 모두 다른모습인지 알수가 없다.

열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다지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녀석이 너무 밉고 싫기만 한것이다.

 

나의 막내 반만 따라가도 걱정은 없을 것이다.

초등학생임에도 새벽같이 일어나고 열심히 운동하며 어른같은 깊은 생각으로 하루를 일구어 나가고

엄마의 고생을 알아 늘 맞아주러 달려나오고 나를 안아주며 엄마를 살핀다.

참으로 이렇게 다른 형제가 있는지 모르겠다.

 

알수 없는 나의 큰놈..

군대다녀오면 철이들겠지 하고 말지만

참으로 앞길이 걱정이 아닐수 없고 나는 어떤 마음으로 얼굴로 말로써 대해야 할지 막막하다.

어른들의 말씀이 하나도 그르지 않다.

어릴때 그 어릴때 엄마가 회초리를 들며 야단을 치던 그때가 좋을 때라는 그얘기가 얼마나 옳았던 것인가.

자식에게 배반을 당하면서 부모는 몇년씩 한꺼번에 늙어가나 보다.

부쩍부쩍 마음이 푹푹 늙어가니 몸도 따라 늙는 모습 확연하다.

 

세월이 두렵고 자신감이 상실되어간다.

나로인한것이라면 달게 받겠지만 이렇게 내가 아닌 모든 주변으로 부터 나는 하루하루 가지가 부러지고 연약해지고 있다.

마음이 평화롭자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지 또 수양을 해야 하는 것인가.

모든 것은 공이고 아무것도 아닌 것인데 집착을 버려야 함을 알건만 나는 이렇게 오늘 또 애가 타며 지쳐간다.

 

오늘 집에 돌아가면 나의 막내는 또 달려나와 나를 맞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의 얼굴을 살필것이다. 그러며 이런말을 할지도 모른다.

"엄마 왜 그렇게 힘이 없어보여!"..

..나는 그 한마디에 다시 힘겨운 하루가 녹아들고 아이에게서 파릇한 영혼의 기를 받게 될 것이다.

사는 것은 다 그런것일테지 그래 그런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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