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이럴수가

다림영 2008. 8. 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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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일이었다.

버스에 올라  줄곧 눈을 감고 창에 기대어 있었다.

왜그렇게 눈이 무겁게 내려앉던지 그저 그러고 있었다.

버스를 타게 되면 좋아하는 詩를 외우곤 하는데 다 접어 버렸다.

어느만큼 갔을까 불현듯 눈을 뜨고 옷깃을 여미는데

아뿔사!

옷안에 있어야 할 솔기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위에 걸친 얇은 옷을 뒤집어 입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황당한 일이 있는 것일까

기가막혔다.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혼란스러웠고 얌전히 앉아 있을 수밖에

잘못되었다고 여태껏 입고 앉아있던 윗도리를 벗어 다시 뒤집어 입을수는 없었다.

뒷꼭지가 뜨거웠고 얼른 내릴곳에 다다르길 기다리는 수밖에...

항상 미리 나가 벨을 누르고 내릴 준비를 하던 나였다.

그것조차 할 수 없었고 버티고 앉아있었고

버스가 정류장에 서기 직전에 재빠르게 카드를 대고 펄쩍 뛰어내려야 했다.

아하 이무슨 낭패인가 모르겠다.

마음 닦는다고 정신을 어디다 놓아두고 이런 황당한 일을 벌리는 사람이라니..

 

언젠가 일이 떠오른다. 잊은 것이 있어 집에서 뛰어나가다가 엘레베이트를 탔는데

엘레베이터에 비친 내 옷솔기가 환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대부분 사람만나기 어려운 시간에 드나드는 나였는데

그날따라 몇명의 사람과 함께 탔고 나는 맨 앞에 있었던 것이다.

아직도 그일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런데 그러한 일을 또 저지르다니 ...

 

정신없이 책을 읽다가 아마도 퇴근시간을 조금 놓치고 나는 바삐 출발했으리라.

어둔불조차 없는 컴컴한 정류소에서 버스를 한참이나 기다렸지만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아직도 얼굴에 열이오르는듯 하다.

버스를 갈아타는 곳에 내려 와서야 서둘러 옷을 뒤집어 입었다.

그 많은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은채...

 

아.. 상표도 버젓이 밖으로 보이고 앉아 있었다니

내 뒤의 사람은 얼마나 웃었을까 싶기만하다.

아니다. 워낙에 얌전하게 머리를 말아 올린 모습이어서

원래 그런 옷인가 했을 지도 모른다.

나는 이렇게 혼자 위안을 했다.

어쩌겠는가. 지나버린 일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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