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오늘 나는 무엇을 배웠나?

다림영 2008. 8. 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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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궁금하다.

 

가끔 내게 책을 빌려주는 그녀가 오랜만에 나타났다.

이곳에서 친정 부산에 다녀왔단다.

언니네 식구랑 즐거웠단다.

그녀는 언제나 얼굴이 환하다.

목소리도 '라' 정도이고

눈은 항상 웃음이 담뿍 담겨 있다.

집에서 나올때 항상 한권의 책을 들고 나오며 내게 빌려주고 간다.

오늘은 아주 '따끈따끈' 한 책이라며 내민다.

다른날보다 많은얘기를 주고 받았다.

그녀의 친정얘기며

나의 휴일얘기

그녀는  꽃처럼 활짝열려서 내얘기를 받아들인다.

다음엔 그녀 나이를 물어봐야 하겠다.

아직 그녀가 빌려준 책을 열지 않았다.

오늘 저녁 집에 가져가 읽어야 하리라.

그녀가 궁금하다.

 

 

푸른잔디

 

깊은 여름이었다.

굴밤나무 그늘밑이었을 것이다.

나는 늘 아이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곤 했다.

'풀냄새 피어나는 잔디에 누워~'..

이 노래.. 나는 푸른잔디를 좋아했다.

그리운 어린날

나는 요즘 매일 동요에 젖어 마음을 씻는다.

오늘은 푸른잔디에 누워 있다.

언제 노래방에 가면 동요를 불러 보아야 하겠다.

 

전화가 왔다.

 

전화가 왔다. 가까운 친구였다.

내가 아는 친구가 죽었단다. 자궁암이었다고 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사를 하고 헬쓰기구를 들여 놓았느니 씽크대를 바꾸었느니

하며 즐거워 했다고 한다.

자궁근종이었다고 했다는데 알고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죽음을 전하는 친구의 목소리는 한없이 밑으로 주저 앉는다.

그녀의 남편도 몇년전 하늘로 갔다.

이 좋은 세상에 그 짧은 생애를 마치고 가다니..

그녀는 불현듯 남편을 생각했을 것이다.

'아이들 공부때문에 너무 뭐라 하지 말자!'

나는 그녀에게 그렇게 주절 거렸다.

'내일일은 아무도 모른다'

사진을 뒤적여 보았다.

죽은 그녀가 배시시 웃고 있다.

악동같이 재밌고 즐거운 친구였는데...

 

 

남편은 아들이다.

 

남편이 전화가 왔다. '엄마가 밖에서 밥 먹고 오래, 밥이 없대'

어머니는 매우 피곤하신가보다.

하루 종일 고생한 아들에게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실까 생각해 보았다.

힘드셨을테지 , 그래 그러셨을 것이다.

 

나는 돈을 줄터이니 좋아하는 고기 한근 사가라고 했다.

다만 엄마에게 밥만 해 달라 전화하라 했다.

그러니 아이처럼 조금 기운이 나는 목소리다.

 

내일은 나의 일이 밀려 있어 남편이 해주어야 한다.

나는 그에게 잘 보여야 한다.

요즘은 그래도 많이 착해졌다.

집에서 밥을 먹으려고 하는 것을 보면.

 

저 좋아하는 것을 사준다 했으니 참 신났을 터이다.

남편은 아들이다.

우리집 막내 아들이다.

나는 잘 다둑이며 거두어야 할 것이다.

샛길로 빠지지 않도록..

 

 

이상한 사람들

 

드디어 아이 등록금 고지서가 날아들었다.

남편은 아뭇소리도 안한다.

자신은 아무 책임이 없다는듯

아들도 아뭇소리도 안한다.

다 이상하다.

나도 아뭇소리도 하지 말아야 하겠다.

8월 22일까지다.

 

 

감사하다

 

공장들은 모두 휴가인데

나는 그동안 줄창 문을 열었다.

휴가를 가장 많이 간 시기였을 것이다.

그래도 손님의 걸음이 있었다.

너무나 감사하다.

발을 들여놓은 모든 분들께 좀더 고개를 숙이고

겸손한 마음이어야 할 것이다.

어느새 9시가 되어간다.

 

 

오늘 나는 무엇을 배웠나

 

동요를 들으면 어린아이처럼 착하고 순해진다는 사실을 배웠고

일기를 써야 하루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내가 된다는 사실을 또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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