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노신선집1권 <소설.수필>

다림영 2008. 7. 2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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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p653나 되는 분량의 책이다.

간신히 읽었다.

중간에 그냥 덮어두려 했으나 도서카드를 잃어버린탓으로 마저 읽기로 했다.

두주에 걸쳐 다른 책을 보면서 읽은 책이다.

다시 볼수 있게 될지 모르겠다.

그의 수필을 만난적 있다.

그땐 참 재밌게 보았는데

이렇게 분량이 많고 오래전 얘기를 읽으려 하니 숨이 막히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이다. 여전히 비가 쏟아지는 오늘 결국 나는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4권까지 있으나 당분간 나는 읽지 않을 것이다.

1권을 다 읽어낸 것 그 하나로도 족하다.

생각이 바뀐 어느날 날렵하게 집어 들지도 모를일이다.

 

 

 

견해를 밝히는 방법

 

나는 꿈에 소학교 교실에서 작문을 짓기 위해 선생님에게 의견을 말하는 방법을 물어 보았다.

"어렵지!" 선생님은 안경 너머로 나를 흘끔 바라보고 나서 말을 이었다.

"내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마.

어떤 집에서 아들을 낳고 온집안이 기뻐서 어쩔줄을 몰라 했단다. 애가 달이 차니 안고 나와 손님들한테

구경시켰지. 축하의 말이나 들으려는 생각에서였지"

그러자 한사람은 "이 애는 장차 부자가 되겠구려" 하고 말했지 그래서 그는 고맙다는 말을 들었단다.

그런데 한사람은 "이애는 앞으로 벼슬을 하겠구려"하고 말했지. 그래서 그는 치하를 받았단다.

그런데 한사람은 "이 애는 앞으로 죽겠구려" 하고 말했지. 그래서 그는 모두에게 호되게 얻어맞았단다.

죽을 것이라고 한 것은 사실대로 말한 것이고 부귀를 누리겠다고 한것은 거짓말일 수도 있지. 하지만

거짓말을 한 사람은 대접을 받고 사실대로 말 한 사람은 매를 맞았단 말이다. 그러니 넌..."

 

"저는 거짓말도 하지 않고 매도 맞지 않고 싶은 데요 그러자면 선생님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러자면 넌 이렇게 말해야 하지.

"아! 이얘는 정말 ! 얼마나....어이구! 하하! 헤헤! 헤헤헤!"

 

 

오리의 희극

 

러시아의 소경 시인 에로센코는 기타를 가지고 북경에 온 지 얼마 안되어 나한테 하소연했다.

"쓸쓸하군, 쓸쓸해. 사막에 사는 것같이 쓸쓸하군요!"

정말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느껴본 적이 없다.나는 북경에 오래 살았으므로 지란이 피어 있는 방에

오래 있으면 그 향기를 모른다는 말처럼, 나는 그저 몹시 소란스럽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내가 말하는 소란스러움이

바로 그가 말하는 쓸쓸함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북경에는 봄과 가을이 없는 것 같이 느껴졌다.  북경에 오래 산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땅기운이 북쪽으로 옮겨온 탓인지

이전에는 날씨가 지금처럼 포근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나는 어쩐지 봄과 가을이 없는 것 같이 느껴졌다.  늦은 겨울과 초여름이

꼬리를 물고 있어 여름이 가면 이내 겨울이 다시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늦은 겨울과 초여름이 바뀌는 어느날 밤 나는 우연하게 여가가 생겨 에로센코를 찾아갔다. 그는 줄곧 중밀네 집에 유숙하고

있었다. 내가 찾아 갓을 때 그 집식구들은 모두 잠들어 집안은 사뭇 조용했다. 그는 자기 침대에 홀로 누워 있었는데 긴 금발 사

이로  높은 눈두덩이찌푸려져 있는 것이 보였다. 지난 날 다녀온 적이 있는 미얀마를, 미얀마의 여름밤을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러한 밤이면 미얀마에서는 어디서나 음악이 흐르지요 방에서나 풀밭에서나 나무 위에서나 어디서나 벌레들이 울고 있답니다.

여러가지 소리들이 한데 어울려 합주하는 정경은 정말 신기합니다. 그 여러가지 소리들이 섞여  '쉭쉭'하는 뱀의 울음소리도 간간

이 들려오죠 하지만 그 소리도 다른 벌레들의 울음소리와 서로 조화를 이루지요.."

이렇게 말하고 난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마치 그때를 돌이켜 보기라도 하려는 듯이.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신기한 음악을 나는 북경에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는 비록 눈은 멀었지만 귀만

은 밝았던 것이다.

"북경에선 개구리 울음소리조차 들을 수 없군요.."

그는 한숨을 지으며 말했다.

"개구리 울음소린 드을 수 있지요!" 그 한숨소리를 듣고 나는 도리어 부쩍 기운을 얻고 항의조로 말했다. "여름에 큰비가 온후에는

개구리 울음 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어요 개구리들은 도랑속에 있지요 북경에는 어디가나 도랑이 있으니까요"

"그래요"

 

 

며칠 후에 내말은 증명 되었다. 에로센코가 올챙이 여남은 마리를 사왔던 것이다. 그는 올챙이를 사오는 길로 그것들을 창문밖

마당 복판에 있는 작은 연못 속에 놓아주었다. 중밀이 연꽃을 심으려고 판, 길이가 석자, 너비가 두자 밖에 안되는 연못이었다.

그 연못에서 연꽃이 피는 걸 한 번도 본 일이 없지만 개구리를 기르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올챙이들은 무리를 지어 연못 속을 헤엄쳐 다녔다.에로센코도 늘 연못가에 와서 구경을 하곤 했다.  어느날 아이가 그에게 알려

주었다.

 

'에로센코선생님, 올챙이에게 발이 생겼어요"

에로센코는 기뻐서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하지만 연못속의 음악가를 양성하는 것은 에로센코에게는 심심풀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자기의 노동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여자는 가축을 길러야 하고, 남자는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친한 친구를 만나면 마당에 배추

를 심으라고 권고했으며, 중밀 부인에게도 가끔 벌이며 닭이며 돼지며 소며 낙타를 기르라고 권고했다.

그 후 중밀의 집에는 정말 병아리가 많아졌다. 병아리들은 온 마당을 뛰어다니면서 채송화의 여린 싹들을 죄다 쪼아먹었다. 이것

은 아마도 에로센코가 권고한 결과였으리라.

 

그후부터 병아리 장사를 하는 시골 사람이 자주 드나 들었다. 올 때마다 병아리를 몇마리씩 사곤 했다. 병아리들은 걸핏한면 소화

불량이나 더위를 먹어 오래 사는 놈이 별로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한마리는 에로센코가 북경에 머무르는 동안

쓴 유일한 소설 <병아리의 비극> 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했던 것이다. 어느날 오전에 그 시골 사람은 뜻밖에도 오리새끼를 가지고

왔다.  오리새끼는 �� 울어댔다.  그러나 중밀 부인은 사지 않겠다고 햇다. 이때 에로센코가 달려 나왔다.  그들은 그의 손에 오

리 새끼를 놓아 주었다. 오리 새끼가 얼마나 귀엽던지 사지 않고선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한 마리에 팔전씩 주고 네마리

를 샀다.

 

털이 노란 오리 새끼들은 정말 귀여웠다. 땅에 놓으니 어기적 어기적 걸어 다녔다.  그것들은 �� 서로 부르면서 언제나 몰려다녔다.

모두들 의논 끝에 내일 미꾸라지를 사다 먹이기로 했다. 그말을 듣고 에로센코는 이렇게 말했다.

"그돈도 내가 내지요"

이렇게 말하고 그가 강의 하러 가자 다른 사람들도 헤어졌다. 얼마후 중밀 부인이 오래 새끼에게 먹이려고 찬밥 덩어리를 가지고

나오니 멀리서 찰싹거리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으로 달려가 보니 오리새끼 네마리가 연못속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그것들은

물속에 곤두박질해 들어갔다가는 무엇인가 먹고 있었다. 부인은 오리새끼들을 마당을 쫓아냈다. 연못은 벌써 흙탕물로 변했다.

반나절이나 지나서야 물이 맑아졌는데 진흙속에 가느다란 연뿌리 몇대가 보일 뿐 발이 달린 올챙이는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에로센코 선생님, 없어졌어요. 개구리 새끼가."

저녁무렵에 에로센코가 돌아오는 것을 보자 그 중 제일 나이 어린 아이가 다급히 말했다.

"뭐, 개구리가?"

중밀 부인도 나와서 오리새끼들이 올챙이들을 다 잡아 먹어 버린 사실을 말했다.

"어허..."

그는 중얼거렸다.

 

오리새끼들이 노란 솜털을 벗을 무렵에 에로센코는 느닷없이'어머니러시아'가 그리워 총총히 치타로 떠나갔다.

여기저기서 개구리 울음 소리가 들려올 무렵이 되니 오리 새끼들도 자라서 두마리는 흰빛으로, 두마리는 알록달록한 빛으로 변했다.

이젠 �� 우는 것이아니라 "꽥꽥 '울어댔다. 연못도 이젠 오리들이 놀기에는 좁았다. 다행히도 중밀네 집은 집터가 낮으므로 여름

비가 한줄기 내리기만 하면 마당에는 물이 질퍽하게 고이곤 했다. 오리들은 그곳에서 좋아라헤엄치고, 자맥질하고, 날개를 퍼덕

거리면서 꽥꽥 울어댔다.

지금은 또 늦은 여름이 가고 초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에로센코한테서는 소실 한장 없다. 대관절 그는 어디에 가 있는가?

오리네마리만이 아직도 사막과 같은 마당에서 꽥꽥 울고 있을 뿐이다.

 

 

..

나는 그의 소설보다 그의 수필이 마음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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