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를 듣다가
반달, 뜸북새, 나뭇잎배, 섬집아기, 등대지기...
맑기만 한 동요를 듣고 있다.
그런데 마음에는 잔잔한 슬픔의 파문이 일어나고
그 옛날 아버지의 얘기가 잊혀지지도 않고 떠오르는 것이다.
언젠가 마악 학교를 나와 사회에 첫발을 내 디딜때이다.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때만되면 나는 훌쩍거렸다.
어느때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심하게 들썩거리며 긴시간 눈이 붓도록 울기도 했다.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엄마 아버지가 옆에 있는데 뭐가 그렇게 걱정이냐, 힘들면 다 관두어라"
..
지금 생각해 보니 울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하는 일마다 왜그렇게 어렵고 힘에 부치던지 ...
요즘 살아가는 것이 그때처럼 그렇게 힘에 부친다.
어느때엔 나를 동여맨 밧줄들을 다 끊어버리고 달아나버리고 싶은 마음까지 드는 것이다.
한고개를 넘고 보면 또 앞을 가로막는 높은 生의 고개들...
비가 이렇게 쏟아지고 어떤 음악을 들어야 위안이 될까 하고 살펴보다가
그옛날 내가 입에 달고 살았던 '등대지기' 가 눈에 들어와 클릭을 했다.
예쁘고 착한 동요에 삶에 지친 마음을 달래며
어린 마음 착한 마음 순한 마음이 되어지고자 했지만
그 시절 이불을 들썩이고 심하게 울먹일때
머리맡에 앉아 내 아픔이 그대로 아버지에게 건너가며
걱정말라 염며말라 하시던 그 말씀이 귓가에 멤돌며 슬픔이 차오른다.
가난했지만 부모의 따뜻함으로 하루하루가 저물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기만 하다.
내 앞에, 내 뒤에, 내 옆에 떠억 버티고 서서 큰일도 모두 작아지게 하고
작은 일은 안개처럼 사라져버리게 하던 나의 부모님 그늘.
아버지의 따뜻한 그 말씀으로 이불을 젖히고 벌떡 일어나 앉아
언제 그런일이 있었느냐 하고 금새 생기를 찾는 나의 옛 모습이 떠오르며
오늘은 긴 시간 동요에 마음을 달래며 마냥 부모의 보호를 받는 그런 아이가 되고만 싶은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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