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오늘 너는 무엇을 배웠나?

다림영 2008. 7. 23. 17:18
728x90
반응형


그분은 70세이시다.

언제나 고운 웃음으로 조용히 말을 건네신다.

아들내외가 잘못되어 손주 둘을 키우면서도 항상 부드러운 모습 행동에서 우러난다.

70부터는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며 즐겁고 잘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늘 가게 앞을 지나면서 눈이 마주치면 나보다 먼저 고개를 숙이시고

활짝 웃으며 어느때엔 손까지 흔드시는 것이다.

난 오늘도 고개숙이는데 한발이 늦고 말았다.

오늘은 밤도 되지 않아 이 사실을 잊을 까 일기를 미리 쓰는 중이다.

 

그분은 자식때문에 가슴에 온통 멍이 들으셨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것은  간데 없고 온기가 마냥 새어 나온다.

 

오늘도 친구와 함께 수영장에 다녀오시는 길이셨을 것이다.

참 멋지게 사시는 분이다.

70이란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뵙는 순간마다 나는 더불어 환해진다.

그분의 손주들은 불우하기도 하나  따뜻한 사람으로 자랄 것이 분명하다.

그러한 아름다운 할머니가 계시므로.

 

항상 먼저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

항상 환하고 온기가 새어나오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

 

문득 류시화의 인도여행기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떠오른다.

날마다 그가 호텔을 나설때 혹은 돌아올 때 그 주인은  잊지 않고 묻는다.

"오늘은 무엇을 배울예정입니까? 오늘은 무엇을 배웠습니까?"

아침마다 저녁마다 그러한 얘길 들어서 귀에 딱지가 앉고 어느때엔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지만

어느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나는 오늘 무엇을 배웠지?' 하고 돌아보게 된다는 그 말씀이 떠올랐다.

 

난 오늘 나이가 들어도 먼저 인사하는 사람이 아름답다는 대단히 간명한사실과

어떠한 고통이라도 수용하고 긍정적으로 生을 이끌어 가고 또한 더없이 자신을 사랑하고 가꾸는 사람은

그 내면의 성찰이 몸밖으로 저절로 흘러나온다는 것을 배웠다. 

반응형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구아들, 절에 들어가다  (0) 2008.07.25
동요를 듣다가  (0) 2008.07.24
화를 내는 것은 연극배우나 할 일이다.  (0) 2008.07.22
행복의 철학  (0) 2008.07.21
사소한 여행  (0) 2008.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