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친구아들, 절에 들어가다

다림영 2008. 7. 25.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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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5일. 불규칙한 비

 

러시아 사람

 

어쩌다 한번 들리는 러시아 사람이 있다.

난 처음 그의 인상이 험악해서 바짝 긴장을 하고 대했다.

이제 그를 세번쯤 보았다.

그는 이곳 어느 조그만 회사에 다니는 모양이다.

여자와 함께 나왔나보다.

오늘은 예전에 내게서 샀던 것에 대해 의심의 눈빛으로 묻는다.

한국것을 파느냐 아니면 다른 나라것을 파느냐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국 것 외엔 아무것도 팔지 않는다 하니

그래도 이런저런 이유를 얘기하며 서견치 않아한다.

어떠한 방법으로 확인을 시켜주니 고개를 끄덕이며

아내와 발음강한 러시아 말로 주거니 받거니 한다.

도대체 무슨얘기를 하는것일까

나는 감도 잡을수가 없는것이다.

온통 미심쩍은 일들 뿐인가 보다.

무조건 대고 큰 금액을 깍으며 사려한다.

오늘은 물어만 보고 나간다.

러시아 말은 영 듣기가 그렇다.

그들이 말을 하지 않고 있으면 러시아 사람인줄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여자는 어쩌면 그렇게 한국 사람같은지.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할 모양이다.

 

하루종일 비가 쏟아져서 도무지 손님의 발길이 없었다.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할 모양이다.

다른곳을 단골로 둔 손님께서 그곳이 문을 닫았다며 내게까지 오게 된 것이다.

참 다행이다.

전기료도 못벌고 가는 줄 알았다.

감사한 일이다.

오늘 책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난다.

'영원한 단골은없다'

깍듯이 인사를 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배웅을 했다.

 

 

친구아들 절에 들어가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아들은 올해 고삼이다.

방학을 맞아 학교수업을 하지 않겠다고 당당히 선생님께 선언하고 절에 들어갔다.

학원도 다니지 않고 고삼의 신분을 잊은채 다른 것에 더 마음을 주던 녀석이었다.

심심산골의 절이라 한다.

인터넷도 되지 않는곳이라 한다.

그런데 노트북을 들고 들어갔단다.

그냥 가지고 가고 싶다고 짐에 넣었단다.

엄마가 일주일 후에 얼굴보러 오겠다 하니 두주일 있다가 오라 하였단다.

일주일 후에 보면 엄마를 따라 나설 것 같다고..

그러더니 어젠가 그제는 엄마 오면 안되냐고 물었단다.

절에 스님과 보살님이 안계시면 그렇게 전화를 한다고 한다.

어찌해서 그가 절에 들어갈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공부은 그만두고서라도 참 대단한 결정을 내렸다.

그는 인생에 있어서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있으리라.

 

녀석은 떠날때 제 누나에게 엄마를 지켜달라고 했단다.

웃음이 났지만 얼마나 대견하고 근사한 녀석인지

나의 큰놈은 대학이학년임에도 녀석을 따라가려면 너무도 먼것 같다.

친구가 부럽기만 했다.

공부가 대수인가 싶다. 그 든든하고 마음 깊은 아들이 있으니 무엇이 부러울까 싶다.  

나는 잘 모르는 녀석이지만 그녀석은 뭔가 해 낼 것 같기만 하다.

혼자사는 엄마는 눈물이 나올것 같은 모습으로 내게 이렇게 아들얘기를 전했다.

녀석은 잘 견딜 것이다.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

 

 

갈 준비를 해야 할 모양이다.

엄마가 눈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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