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새옹지마

다림영 2008. 7. 2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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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일 토요일 . 여전히 비는 내리고...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는 한다.

만약에 오늘 천원짜리 물건을 팔았다고 치자

그것은 원가가 있을 것이고 이익이 차지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은 따지지 않고

다만 그래 난 오늘 천원을 벌었어 라고. 후후...

 

 

은빗으로 머리를 빗어내린다.

그리고 가지런히 모아 핀을 꽂아 머리카락을 고정시켰다.

옛여자들처럼 나는 꼭 비녀꽂은 모습이 되고만다.

더위가 시작되면서 부터 머리를 이렇게 하고 다닌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정갈하게 한올도 흐트러짐없이 빗어 넘기고 핀을 고정하니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차분해지고 고요해지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 머리를 고수해야 할 모양이다.

너무 많이 말라버린 요즘의 얼굴 조금 그렇지만

정숙해지는 마음, 걸음걸이, 깊어지는 생각이다.

몸도 마음도 머리모습에 따라 이렇게 고요해 질 수가 없는 것이다.

슈만의 '피아노와 클라리넷을 위한 로망스'에 참 잘 어울리는모습이다.

 

 

 

클라리넷은 비와 참 잘어울리는 것 같다.

너무 긴시간 슈만의 '피아노와 클라리넷을 위한 로망스'에 잠겨 있다.

지속적으로 내리는 빗속의 요즘처럼

낮고 우울하고 알수 없는 깊이가 있다.

이제 비는 그쳐야 할 것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비이지만

더이상 내린다면 우울증에 걸릴지도 모르겠다.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가끔 착오를 일으키는 나다.

한가지 생각에 골몰하다가 돈을 덜 받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한숨나오는 매상에 사소한것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다니..

우리막내 과자 두어개 사들고 들어가면 얼마나 좋아했을터인데...

한숨을 흘리며 속쓰려 하는 나를 보고

남편은 한마디 한다. 

 '그렇게 늦게 고쳐 주고서는 더받으려고 하다니' 한다.

늘 내 애간장을 태우는 사람이 사람스러운 말을 한다.

그래서 오늘은 그에게 인심을 쓰기로 했다.

그가 먹고 싶어하는 것을 사주기로 했다.

그는 얌전한 고양이처럼 시계를 들여다 보며 기다린다.

그를 뒤�는 <술을 함께 하자고..>

동네 할아버지가 가게앞을 기웃거려도 고개를 숙이고

신문을 보며 모른척 한다.

참 별일이다.

오늘은 서울에가서 무엇을 배우고 온 것일까?

 

 

나는 또 옥수수를 먹고 있다.

이건물 옆 포장마차에서 늘 옥수수를 삶아 파는 것이다.

호떡도 찹쌀도너츠도 팔지만 그런것은 해로우므로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매일마다 한개씩 먹다가 이상해 지는것아닐까?"

남편이 또 한마디 던진다.

"옥수수 몸에 좋아"

할말이 없다.

 

 

몇천원 더 받지 못한 것을 가지고 오랜시간 생각하는 나이다.

그런데 사람일이라는 것은 가만 보면 참 알수가 없는 것이다.

남편은 내게 줄곧 이런말을 하곤 했었다.

'엄마 아버지에게 돈을 드리면 돈이 생겨'....

그냥 그러거니 했다.

 

난 오늘 무슨 착한 일을 한것일까?

손해를 보았다고 내내 생각하고있었는데

안받아도 되는데 돈을 주고 가는 손님도 있는 것이다.

새옹지마의 가르침을 생각하는 오늘이다.

 

 

옥수수를 물고 시하나를 읽는다. 신문에서..

 

사이-박덕규

 

 

사람들 사이에

 

사이가 있었다 그

 

사이에 있고 싶었다

 

양편에서 돌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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