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노자 그다음부터

다림영 2008. 7. 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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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공 시절에 정치라는 밥상에서 실세들의 군침을 흘리게 했던  요리가 있었다.  이른바 차관이란 요리

였다.  차관은 국민을 담보로 하고 외국으로부터 빌려오는 빚이다.  그렇게 빚낸 돈으로 하룻밤 사이에

재벌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시대였다. 빚을 얻어오는 칼자루를 권부의 실세들이 쥐고 있었다. 그래서 재벌이 될 사람들은 다투어 빌려온 돈 중에서 얼마를 잘라내 상납 한다는 눈치를 보냈고 권부의 실세들은 냄새를 맡고 칼질을 하게 되었다.  외상이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실감나게 한 사건이 터졌다.

카린밀수 사건이 그것이다. 비료공장을 짓는 데 천원이 든다고 해서 천원을 빌렸는데 이놈저놈이 칼질

을 해 빌려온 빚을 잘라 챙겨먹고 나니 축낸 돈을 보진하려고 사카린을 밀수해다 국민에게 팔자는 잔꾀였다.

 

도둑은 저절로 잡히지 않는다. 장물을 나누다 몫 다툼이 일어나야 잡히는 법이다. 사카린 밀수 사건도

감추어지다가 못먹을 밥에 재나 뿌리는 자는 측에서 누설해 지방 신문에 터지기 시작했다. 도둑질 탓

으로겹으로  당하게 된 국민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전국이 벌집을 쑤신듯이 웅성거렸고 권부가 흔

들렸다.그러나 훔쳐 먹었던 것을 토해낸 놈은 한놈도 없었고 공장을 짓겠다던 재벌만 손을 털고 망신을

당했다.

차관을 떡으로 생각한 일도 있었다. 차관을 관장하는 부처의 장이 떡값을 받아 땅투기를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결국 그 소문이 청와대 맨 윗분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맨 윗분은 장을 불렀다.

불려간 장은 시치미를 떼지 않았던 모양이다. 떡값을 왜 받아 챙겼느냐고 묻자 장은 떡값이 아니라 떡

고물이라고 구실을 달았다고 한다. 떡을 만들다 보면 고물이 손에 묻게 마련이라고 아첨을 떨었다는

것이다. 맨윗부분은 솔직하다는 판결을 내리고 눈감아 주었다는 소문이 장안의 입질에 올랐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유행어가 바람처럼 불고 다녔다.  도둑질 하다가 들키거든 떡고물이 좀 묻었다고

만 해라.

정치가 썩게 되는 것은 안 될 일을 마구 해치우는 억지 때문이다. 이러한 억지는 국민이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이 원하는 것만을 택해 다스리는 것을 무사의 정치라고 한다. 무사는 일을 꾸미지 않는다.

치자들이 훔쳐먹고 똥을 싸면 천지는 뒷간처럼 되고 천하는 구린내로 진동한다. 백성은 코를 막고 살아

야 하므로 숨통이 막히게 된다. 그렇게 된 세상을 난세라고 부른다. 난세를 빚어내는 다스림을 유사의

정치라고 한다. 유사는 일을 꾸며 사달을 낸다.

 

정으로 나라를 다스려라. 정이란 무엇인가. 바른길이다. 정치에서 그길은 백성이 원하는 대로 내면 트인

다. 정치가 국민을 속이고 샛길을 트는 것을 사도라고 한다. 특권층만 그 길을 걸어가고 백성은 가시 밭

길을 걷게 된다. 계략으로 군대를 써라. 계략은 부득이할 때만 필요하다. 막다른 골목에서는 쥐도 고양

이를 공격한다. 이것이 쥐의 계략이다.  군대는 빼앗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지키기 위해 있을 뿐이다.

군대가 빼앗는 맛을 들이면, 중이 고기맛을 알면 절간에 파리가 남아나지 않는다는 속담을 방불하게 한

다. 그래서 군사정부는 결국 백성의 몰매를 맞게 된다.

무사로 천하를 취하라. 무사는 일을 하지 마라는 것이 아니다. 그릇된 짓을 하지 마라는 것이다. 민심은

천심이므로 백성이 원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일을 하라는 것이 노자의 무사이다. 권모술수는 백성을

살피는 자에게는 쓸모가 없다. 당리당략도 백성을 무서워 할 줄 아는 치자에게는 한푼의 가치도 없다

정치를 정도로 하라. 계략으로 군대를 써라. 그리고 무사로 천하를 취하라. 왜 이렇게 노자는 절규 했을

까?  노자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세상에서 횡행하므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고백했다.

 

세상에 못하게 하는 법령이 많으면 많을 수록 백성은 더욱 가난해진다. 백성들에게 편리한 물건들이

많으면 많아 질수록 도적은 더욱 많아진다.

물질을 풍요하게 하는 정치보다 정신을 풍요하게 하는 정치를 노자는 설파하고 있다.  도덕 정치는 이제

는 사라져 가고 경제 정치가 셀계를 온통 사로잡고 있다. 이러한 세상에서 위와 같은 노자의 목소리는

설득력을 얻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이미 물욕의 노예가 다 되어 버린 셈이고 탐욕의 덫에 걸려

들어 빠져나오기가 어렵게 되어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물질의 풍요를 구가하는 세상에서도 못먹고 헐벗는 군상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배부른 자와 배고픈 자가 따로 있는 세상보다는 다같이 배고픈 세상이 낫다. 물질의

풍요가 빈익부부익부로 치닫는 현실이 지속되는 한 노자의 절규를 낡았다고 흘릴 것이 아니라 새삼스

럽게 따져 봐야 할 것이다.

세상에 기휘가 많으면 백성은 가난해진다.

이말은 틀림이 없는 말이다. 기휘란 무엇인가. 백성이 원하는 바를 못하게 하고 원치 않는 바를 억지로

하라는 짓이다. 자유의 탄압이 곧 기휘이다. 자유로운 세상일 수록 백성이 잘살고 부자유의  세상일수

록 백성이 굶주린다는 것은 이념의 냉전이 빚어낸 뒤끝이 잘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백성에게 편리한 물건들이 많아지면 나라가 혼미해진다.

이말도 틀림없는 말이다. 남의 밥에 있는 콩이 더 커보인다는 심사가 백성의 의식 속에 틀을 잡으면

나라는 바람에 팽팽하게 든 풍성처럼 된다 상대빈곤이 백성을 설치게 하고 날마다 새로운 모델이 쏟아

져 나와 멀쩡한 물건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백성들은 돈돈 하면서 물욕에 정신이 나가 허세와 허영

이 판을 친다. 그리고 졸부들은 돈자랑을 하면서 세상을 서글프게 하고 나라는 거품경제로 곪는다.

이것이 바로 국혼의 징후들이고 나라의 망조인 셈이다.

인간에게 기교가 많으면 기물을 낳는다.

이 말 또한 옳다. 기교란 무엇인가. 기술과 재주이다. 기물은 무엇인가. 병주고 약주는 사물이다. 기교의

절정이 첨단기술이다. 첨단 기술이 만들어 내는 물건들을 보라. 몸을 편하게 해줄 수는 있지만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물건은 하나도 없다. 그러고 곰곰히 따지고 보면 문명의 이기는 흉기로 둔갑하기도 한다.

그렇게 빚어진 후유증을 공해라고 한다.  인간의 기교가 빚어낸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환경되찾기의 짐

을 지고 있다.

 

법령이 많을 수록 도적이 끓는다.

이 말 역시 옳다. 썩은 세상일 수록 법률이 잘 정비돼 있다. 그래서 법은 거미줄 같아 벌레만 걸리고 새

는 차고 나간다는 것이다. 법이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면 세상은 썩는다. 좀도둑은 남의 집 돈

을 훔치지만 큰도둑은 나라를 훔친다. 좀도둑은 잡히면 감옥에 가지만 큰도둑은 잡혀도 옥살이를 하지

않는다.  큰도둑은 감방의 열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을 앞세운 도둑들이 부정부패의 큰도둑들이다. 법에는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고 큰 도둑들은 자신하고 법을 먹어치운다.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노략

질을 잘하면 유능하고 못하면 병신이란 풍조가 세상을 뒤덮는다.  뇌물, 횡령, 착복, 뒷돈, 수수료, 급행

료 등이 법을 비웃는 도적들의 장물이다.  그래서 백성들도 법을 피하는 도심을 갖게 되어 세상은 도적의 소굴처럼 되어 버린다.

위와 같은짓들이 일어나  백성을 아프게 하고 천하를 병들게 한다. 그래서 노자는 정치의 무사를 주장

한다.  노자의 무사는 무엇인가?

백성의 몸을 묶고 입을 막는 짓을 일삼아, 백성을 궁하게 하지 마라. 이것이 노자의 무사이다.

물질의 풍요를 앞세운 미끼로, 나라가 허욕의 거품질에 놀아나 난장이 되게 하지 마라. 이것이 노자의

무사이다.

인간의 기술과 재주가 자연을 농락해 공해 로 천지를 썩게 하지 마라 이것이 노자의 무사이다.

법령을 버젓하게 꾸며놓고 그것을 등쳐서 도둑질하는 세태를 이루지 마라. 이것이 노자의 무사이다.

무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무위로 이루어진다. 부덕한 짓을 결코 하지 않는 것이 무위이다. 일단 사

욕을 멀리 하려고 하면 무위에 가깝게 된다. 그러므로 물질 문명에 살고 있다는 현대인일지라도 다음과

같은 옛성인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내가 무위하면 백성은 저절로 잘되고 내가 일을 벌리지 않으면 백성들도 저절로 부유해지며 내가 허심

을 좋아하면 백성들은 저절로 정직해지고, 내가 무욕하면 백성은 저절로 순박해지며, 내가 사사로움에 빠지지 않으면 백성들은 저절로 맑아진다.

옛성인은 정치를 향해 왜 이렇게 말했을까?

정치를 하는 자들이 무위를 버리고 술수를 부려 죄없는 백성만 궁하게 되는 까닭이고, 백성들이 물질의

풍요에 놀아나 나라의 얼이 허물어지는 까닭이며 백성들이 기술과 재주만 믿고 과시하느라고 공해가 세

세상을 썩게하는 까닭이고, 법을 악용하는 무리들이 도적질을 하는 세상을 만들어 내는 까닭이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통치자는 옛성인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임금이 든 대통령이든 수상이든 가릴 

것 없이  통치자라면 이와 같은 성인의 말을 살펴 몸소 실천하려고 해야 한다. 그러나 성인의 말을 경

청하려는 통치자가 없다. 그래서 항상 인간의 역사는 피눈물로 얼룩진다.

 

<원문의역>

바르게 나라를 다스려라. 계략으로 병사를 써라. 그리고 일을 내지 말고 천하를 취하라.

나는 어떻게 해서 위와 같은 것을 알게 되었는가. 다음과 같은 사실 때문이다. 세상에 못하게 하는 법령

이 많으면 많을 수록 백성성은 더욱 가난해진다. 백성들에게 편리한 물건들이 많으면 많아질 수록 나라

는 더욱 혼미해진다. 백성들에게 기술과 재주가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기묘한 물건들이 다투어 나타난

다. 법령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도적은 더욱 많아진다. 그러므로 성인은 다음처럼 말했다. 내가 무위

하면 백성은 저절로 잘 되고 내가 일을 벌리지 않으면 백성은 저절로 부유해지며, 내가 허심을 좋아하면

백성들은 저절로 정직해지고, 내가 무욕하면 백성은 저절로 순박해지며, 내가 사사로움에 빠지지 않으

면 백성들은 저절로 맑아진다.

<도움말>

제 57장은 법치가 아니라 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을 통치자는 간직해야 함을 밝히고 있다. 정치 현실이 비단 법으로 운영된다 해도 치자의 저인은 도덕에 두어져 있어야 함을 밝히고 있다. 제 57장은 정치

철학의 근본을 말하고 있다.

이정치국의 정은 정도를 뜻한다. 정도는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며 덕의 실천을 가까이 하는 것이다.

이기용병의 기는 계략을 뜻한다. 계략은 만부득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짓이다.

기휘의 기는 행동의 자유를  막는 짓이고 휘는 언론의 자유를 막는 짓이다. 백성은 이러한 금지령을

꺼리고 싫어한다.

이기는 편리하게 하는 물건들을 뜻한다.

기교의 기는 인간의 기술을 듯하고 교는 인간의 재능과 재주를 뜻한다.

자창의 창은 번창하는 것을 뜻한다.

자화는 스스로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이다.

아호정의 정은 도덕을 잊지 않고 살피는 마음, 즉 허심의 경지를 뜻한다. 도에 돌아가는 것을 정이라고

한다. 자박은 사치따위를 멀리하고 수수하고 순박해지는 것을 뜻한다. 박은 잘난척않고 눈에 드러나지

않게 겸허한 것이다.

 

제 58장 명암은 따로 있지 않는다.

 

인간이여! 착각하지 마라

선은 항상 선이고 악은 항상 악인가?

누구나 살인자는 사형대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인은 악한 것이라고 단정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그 사형수가 교수대에서 목을 매며 사죄의 마지막 눈물을 흘릴 때 누구나 안타까워 한다. 악을 지은 몸

에서 흘러내리는 마지막 눈물은 선한 것이라고 여기는 까닭이다. 그래서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죄를 멀

리 하라고 했다.

죄란 무엇인가? 잘못을 법하면 비롯되는 것이다.

왜 잘못을 범하는가? 치우쳐 단정하는 까닭이다.

악이라도 뉘우치면 선이 되는 것이고 선이라도 자랑하면 악의 씨앗이 되는 것이 사물의 인과이다.

도가에서는 치우침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무사하라라고 한다.

사람은 고생을 사서 하고 일을 만들어 탈을 낸다. 왜그렇게 된단 말인가. 행복만 바라고 불행을 원치

않는 탓이다. 그러나 행복만을 추구하고  비는 것이 곧 불행이란 것을 인간은 모른다. 정치는 이러한

인간의 약접을 구실 삼아 그럴듯한 청사진을 내걸고 소몰이꾼처럼 세상몰이를 하려고 한다.

폭정과 학정 그리고 독재는 그렇게 해서 생겨난다. 노자가 앞 장에서 일을 내지 말고 정치를 하라고

한 것은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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