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5일 화요일 /요즘들어 가장 더위를 느낀 날
아직 어둠이 오지도 않았는데 나는 일기를 쓴다.
종일 손님이 없었다.
이래가지고 식구들을 먹여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말은 오늘 안되면 내일 될것이고 내일 안되면 모레 잘될거라고
가벼운목소리로 가족에게 전하지만 내마음은 마음이 아닌지 오래 되었다.
그러나 예전처럼 그렇게 쿵쾅거리는 느낌은 사라졌다.
책을 가까이 하고 가끔 절에 나가 기도를 하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마음다스리는 일에 열중하고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맑게 조그맣게 살아야 할 것이다. 쉬운일은 아니겠지만.
어려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
종일 손님이 없는 가운데
알수없는 탁발 스님 한분과 연탄까스로 잘못되었다는 장애우가
나의 오늘의 손님이었다.
막된장에 달랑 밥을 비벼 먹었다.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점심 저녁 두끼를 도시락을 싸온다.
오늘은 챙기기가 싫어서 그냥 된장만 달랑 들고 왔다.
참으로 귀한 건강식 일것이다.
감사하게 먹어야 하리라.
오늘은 '아목동아' 에 젖어 있다.
부산에서 이사온 젊은 새댁이 홀연히 들어와 환하게 웃으며 카페인줄 알았단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친구라도 만난듯 밝은 모습으로 그녀가 즐거워 하니 나도 금새 가벼워졌다.
잇속이 되는 손님이 아니면 어떨까
이렇게 몇며칠 관심을 주고 지나다가 불현듯 들어와 친구처럼 환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막내 녀석이 오늘은 두번이나 집에 다녀갔다.
7시 20분에 학교를 가는 녀석이다.
문앞에서 내내 잊은것 없느냐 물었건만..
시험점수에 부모 확인 받아야 하는 것을 잊어 달려온것이다.
그러나 아뿔사, 그 용지를 그만 또 학교에 두고온것이다.
이 더운날 아침 그렇게 왔다 갔다 하니 녀석의 등이 흠뻑 젖었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 '요즘은 초등학생도 살기 힘들어' 하면서 다시 달려가는것이다.
내일은 녀석에게 쓰는 편지에 저녁에 차분히 앉아 챙겨두자고 해야 하겠다.
제일 마음이 놓이는 녀석이다. 언제나 열심이다.
제 영어공부를 엄마가 도와 주어야 한다고 신신 당부를 한다.
말하기 시험을 본다고 한다.
노트에 한글로 적어 놓다가 잘모르는 단어 하나가 있었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을 듯하여 인터넷에 찾아보라 했는데 ...
늦게 낳아 버겁기 이를데 없지만
그러나 나는 언제나 녀석 때문에 웃게 된다.
정말 손님은 안오시려는지..
근래들어 가장 덥게 느낀 하루였다.
저녁이면 나의 가게는 더 더워진다.
조명이 몇개 더 켜지고 창문은 없으니.
신청한 나스메소세끼의 책이 드디어 날아왔다.
읽던 책은 접어두고 고요히 그의 글에 젖어 들어야 하겠다.
'아목동아' 속에서..
아무래도 오늘은 손님이 오지 않을 모양이다.
모기들은 설쳐대고 여기저기 물어뜯기며
나스메소세끼의 인간적인 마음을 따라 책장은 넘어간다.
어느새 아홉시 삼십분이 되어간다.
너무 더워 에어컨을 살짝 켰다.
계속 이렇게 있고만 싶다.
사치다!
모기물린 자리가 부어오른다.
자꾸 가는 손을 어쩔 수 없었다.
내일은 괜찮은 날이 될 것이다.
부곡양화점이 드디어 헐렸다.
스물시절에 들락거리던 곳이었다.
헐릴 곳은 마땅히 헐려야 하겠지만
마음한쪽이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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