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7월 14일 월요일. 참을수 있는 더위 .

다림영 2008. 7. 1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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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산에 올라 책을 읽었다.

수필 몇편을 소리내어 읽은 것이다.

막걸리 한사발 둘이 걸치고 조금 머물다 가자고 그가 멍석을 깔고 누워버렸는데

잠이 오질 않는다고 하여 나는 그의 옆에 바짝 붙어 앉아 글을 읽기 시작했다.

목이 따끔거릴때까지 읽어주니 그가 잠에 빠지는 것이다.

지나는 이들이 우릴 쳐다 보았을 것이나

나는 개의치 않고 그가 잠든 후에도 혼자 취해 읽어나갔다.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

 

'산에 올라 책을 읽다니..'

어느이가 나를 지나고 조금 후에 옆사람에게 얘기하는것이 내게 들려왔다.

나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다음 휴일에도 그가 잠이 안온다고 하면 읽어줄 예정이다.

 

일렁이는 바람에 나뭇잎은 소근거리고 나도 그에게 작은 소리로 책을 읽어주고..

 

그곳은 우리가 휴일마다 가는 자리이다.

친구를 두엇 사귀었으나 두어번 만나 즐거웠는데 그들이 어느날 부터 나타나질 않았다.

나는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들의 자리를 빼앗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의 위안이 되어주려고 짊어지고 간 작은 여러가지 음식들이 그들을 부담스럽게

한것은 아니었는지.

우리는 별것은 아니지만 다만 나누고 싶었을 뿐이었고 건네고 싶었다.

우리도 친구가 그리웠고

그들 또한 친구가 필요해 보였다.

두번은 얻어먹으면 한번은 무언가 대접하여야 한다는 것이 인사이지만

그런것을 바라는 마음은 추어도 없었다.

그냥 그자리에 가면 그들과 얘기하고 막걸리 한잔 나누고 싶었을 뿐...

그들이 나타나지 않자 남편은 우울해 했다.

나도 그랬다.

 

6시가 넘어 우리는 산에서 내려왔다.

집에 돌아와 어머님이 끓여주는 감자 칼국수를 온식구가 땀을 흘리며 먹었다.

다시 휴일을 기다리는 남편 그리고 나.

오늘은 월요일이고 어느새 창을 닫아야 할 시간이 되었고

조수미의 가곡에 젖어 하루를 마감한다.

괜찮은 시작이었다. 조용히 출발하는 한주의 첫걸음..무사히 한주를 마감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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