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기다리자

다림영 2008. 7. 16.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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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수요일 쏟아지던 비 저녁에는 그치고

 

 

내가 권한 것도 아니고 몇며칠 긴시간 고심 끝에 그녀는 가벼운 물건 몇개를 주문했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물건 두개만 계산하여 가져가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놓아두고 다음날 오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결국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불편하고 힘든 마음 며칠 지속되었다.

 

계산기를 제아무리 두드려 보아도 타산이 맞을 수 없었다.

계산은 해서 무엇하나 싶었다.

보통의 것과는 다른것이지만 진열해 놓으면 되는것이었다.

이 불경기에 누가 보통것과는 너무도 다른 것을 사갈까 싶기도 했다.

그래 그러면 말자. 이정도쯤이아 아무것도 아닌것이다 하며 서둘러 체념을 했다.

상자에서 꺼내어 진열을 하려다  그냥 놓아두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오늘  쏟아지는 비를 뚫고 우산을 들고 나타난것이다.

계면쩍은 웃음을 지으며..

흰얼굴이 왜 그렇게 예뻐 보이던지...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반가이 맞아주었다.

 

밤사이 난 나도 모르게 참 좋은 꿈을 꾸었나보다.

몇며칠 그것때문에 사실 가슴 한쪽이 꽉 막혀 있었다.

가쁘게 온듯 하여 에어컨을 켜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주니 참 고마워 한다.

이렇게 마음 선하게  먹고 나타나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계산을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잠깐 나누니

들어올때보다 좋은 얼굴이 되어 느닷없이 내게 많이 말랐다는 인사를 한다.

 

<난 참 많이 말랐나 보다. 보는사람마다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면.

얼굴에만 복스럽게 살을 찌울수는 없는 일인지 >

..

 

무슨일이 생기면 너무 긴 시간, 늦게까지는 안되겠지만 기다리는 습관을 들여야 하겠다.

그냥 앞서 험한 생각으로 내달리지도 말고 조용히 마음을 토닥이며 기다리는 습관을 길러야 하겠다.

화가 치밀어 오를때에도 눈물이 날만큼 서운할때에도  급할때에도

조금만 시간을 흘려 보내고  조용히 한걸음 내디뎌야 하겠다.

 

어느새 밤이 깊어간다.

오늘 하루도 얼마 남지 않았다. 죽음앞에 한발자욱 더 다가섰다.

맑고 고요한 내가 되는데에 공을 들여야 하겠다.

종일 앙드레가뇽의 ' 클라라에게 보내는 편지' 에 몸과 마음을 담그고 있었다.

어제보다 한뼘 조용한 내가 된 듯하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차이코프스키의 말씀을 적어본다.

"느리게 빠르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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