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젊은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라이너마리아릴케/이동민옮김

다림영 2008. 7. 1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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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동안 역에 책판매점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장사가 잘 안되는 탓인지 정리세일을 하였고

나는 오천원을 주고 장장 다섯권의 책을 장만 한것이다.

종이가 누런것을 보면 십년은 족히 되었을 것이다.

오래된 책에서 맡을 수 있는 그 냄새가 진동한다.

글자가 워낙에 작아서 읽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조금씩 그의 편지를 읽어 내려갔고

아름다운 이름 릴케의 '말테의 수기'를 다시 한번 들여다 보아야

하겠따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남은 몇권의 책..

모두 옛책이고 고전이다. 잘 읽을수 있을지 의문이다.

8월에 살 책.. 나쓰메소세끼의 책 3권을 미리 주문해 버리고 말았다.

벌써부터 그것을 읽을 생각으로 들뜨는 마음이다.

 

....

 

게이르트루트 이솔트에게

1905년 7월 베를린에서

....나의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가 않군요. 나의 마음속에는 아련한 파도 소리와 파도와

같은 어떤 움직임이 있다오

정원을 같고 싶소. 당신에게 꽃과 과일을 보내고 싶어서요. 그리고 내가 부자라면

당신께 나의 애완견을 보내드려서 그 개가 당신을 쳐다 보며 당신곁에 있게 하고 싶소.

그러나 나는 가난하니 어쩌겠소.

안녕!

 

                                                                                  라이너

 

1924년 2월 11일 뮈조트성에서

 

그렇습니다. 나로서는 굉장한 기적이라고 생각됩니다. 부인의 전전 편지를 받고 이번 것을 받아보니

그 편지는 마치 그동안 지나간 빛을 한데 모은 즐겁고 조그만 거울 같더군요. 그 빛들이 너무나 올바

르게 보여서 빛의 진행이나 밝은 세계로 나가는 것에 대해 내가 거의 생각할 필요조차 없을 것 같

습니다. 그래도 나는 날마다 부인을 생각하고 있으며, 부인이 그 빛의 영향밑에 올바르게남아서 새로운

하늘의 눈짓을 따라갈 능력을 갖추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어떤 운명의 형태를 받아들이고 완성되

고 열린 미래 속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해서, 부인이 너무나 순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까?

 

이렇게 쉽게 따라 갈 수 있는 것은 수줍으면서도 대담한 자연의 운명이 희생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한가지 형식을 채우려는 이런 모험이 바로 인생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런 형식도 언젠가는 새로운 힘에 의해 망가져서 변화된 모습으로 동일한 세계 안에서 마술적인

존재와 자유로이 친해지는 것이 아닐까요? 그와 같이 순박하고 가치있는 일을 끝마치고 겸손하게

어떤 순수한 가능성을 기다리고 있는 부인 같은 분에게 어떻게 옳지 못한 얘기를 하거나 꺼낼 수

있겠습니까? 저는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R.M.R

 

 

아델하이드 폰 마르비츠에게

 

1919년9월 11일 쏘리오에서

 

당신의 편지가 내게 준 즐거움은 여러가지였습니다. 우선 그중에서 몇가지라도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중

하나는 우리가 지금 무엇보다도 상대방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려준다는 즐거움입니다. 사람들은 어디에

서나 그들의 마르지 않은 마음과 신념과 최선의 노력으로 삶을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외로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은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강하고 맑은 자연속에서 마음의 준비를 갖추고 미래를 향해

발전해 나가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변화시킬 뿐만아니라 과거까지도 우리 내부에서 변화

시키고 슬픔으로 녹아 없어지게 합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들은 그 슬픔의 정체가 어떤 것이며 우리들의 혈액속에

얼마나 녹아 있는지 모릅니다.

죽음이란 결코 살아남의 자에 대한 삶의 어떤 방해가 아닙니다.  죽음의 본질은 결코 우리들과 대립적인 것이

아니고 오히려 눈에 보이는 순간을 살고 있는 우리들보다는 아는것이 많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언제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죽음은 그것이 갖는 두려운 압력으로 해서 한가지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그 죽음을 뛰어넘어 보다 수확이 많은 삶을 살아가도록 우리들로 하여금 삶의 심오한 깊은 곳까지 내려

갈 수 있도록 해야 할 임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일찍이 이런 경험을 얻었으며 그런 경험은 나로 하여금 괴롭지만

다음과 같은 사실을 다시 믿도록 했습니다. 즉 이 세상에서의 삶은 우리에게 한번만 주어진 것이며, 우리가 원

하지 ㅇ낳은 것인데도 강요된 것이다. 우리들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변화 시켜서 삶과 새롭게 가까워져야

하며 그것을 믿어야만 한다....

 

삶을 이해하고 죽음을 없애려면 우리는 도대체 어디로 몸을 돌려야 하겠습니까 그리고 신에 의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찬미해야 할 의무를 우리가 어떻게 피할 수 있겠습니까. 만일 내가 당신의 즐겁고 활기에 찬 말들을 이런 의

미로 이해한다면, 나는 그 속에서 당신을 완전히 알게 되었다고 하는 즈거움을 갖게 된 것입니다. 나는 이미 오래

전에 당신이 그런 놀라운 발전을 이루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런 놀라운 발전이 나타났

습니다.

 

이제야 나는 자랑과 만족감을 갖습니다.  당신이 예전엡 ㅗ냈던 편지들 속에서 이미 나는 당신이라는 사람을 옳게

알아보았다는 자랑입니다. 상신이 이제 오랜 세월의 어린 시절과 젊음을 통해서 고향처럼 된 곳에서 새롭게 살아

갈 수 있는 땅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땅위에서 의무감으로 자기가 원했던 일을 하게 되면서  다시 행복

을 느낀다는 사실, 일상 생활의 따뜻함으로 숨 쉬는 생명감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은 대단한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모든 일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계속되기를 친구로서 바랄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일입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계속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당신의 젊음과 당신의 순수한 의지로 당신이 그토록 용감하게 시

작한 그 길의 자연 스러움이 그것을 보장하고 잇습니다. 그런 극복이야말로 가장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용기였기 때

문입니다.ㄱ ㅡ리고 다인은 이미 당신의 내부에서 보답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계십니다.

 

당신의 얘기를 통해서 나도 공감할 수 있었으므로. 이제 나의  영혼을 통해서 그것을 되돌려 드림으로써 거기에

보답하려고 합니다.상신에게 모든것을 주며 또 당신에게서 모든것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모르겟습니다.

 

나의 일은 여전히 부진합니다.  작년에 덮인 흘ㄷ더미에서 나의 새로운 싹과 잎이 돋아나지 못하는 것은 오로지 나의

잘못입니다. 어디에선가 싹이 돋아나기는 하겠지만 곁에는 여전히 쓰레기와 황무지 뿐입니다. 나는 어디에서라도 당

장 다시 시작해야만 하겠는데 그렇게 되지를 않습니다. 내가 지금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독특한 도움을 약속한

다고 해서 내가 까다롭게 구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조그맣고 낡은 정원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런 곳이라면 자연과 또 과거의 소리를 내는 몇가지 사물들과 더불어

숨어 있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도움이 없이는 나의 내부에 숨어 있는 자연에서 나타나게될 영감도 솟아나지 않

을 것이며, 또 그 속에서 새로운 샘물이 솟아나지도 않을 것입니다. 당신의 오빠이신 바니와는 그런 필요성에 대해

가끔 서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가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에 놀랐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여건이 허락할 때까지 나는 이곳 스위스에 있겠습니다. 다시 편지를 주십시오. 지금의 주소로 하면

됩니다.

 

                                                                                                                        릴케

 

 

 

...

 

마음을 주고 받는 편지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허물없이 주고 받는 그러한 편지는또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늙어가면서 다만 한 사람이라도 나를 얘기하고 너를 듣는

영혼의 교류를 이룰 수 있는 단 한명 의 친구라도 있다면

성공한 인생일 것이다.

끊임없이 나를 끌어올리는 작업에만 몰두해야 할 것이다.

비는 잠시 멈추었고 날씨는 더욱 무더워 지고 있다.

다만 선풍기에 의지한채  김희정의 호수에 나는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무더운 7월을 견디고 있다.

내일이른아침이 기다려진다.

도서관에 달려가 신중히 책을 골라야 할 것이다.

릴케처럼 누구에겐가 끊임없이 마음을 배달하는 편지를 쓰는일도 시작해야 하겠다.

나 에게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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