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의 만남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바로 이사람에게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과거의 이런저런 얽
매임은 다 잊고 또 다시 만나게 될 것이란 생각도 말고, '지금, 여기'에서의 만남에 최선을 다해야한다.
그러한 마음 자세가 바로 일기일회 一朞一會 라고 생각한다. 이는 본래 다도에서 쓰는 말이지만 불교의 선사들이
제자들을 지도 할 때 자주스는 말이기도 하다. 일기란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를 가리키고
일회란 한 스승밑에 한번 모인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일기일회란 평생 단 한번 만나는 것을 가리킨다.
단한번 은 여러번 되풀이 하지 않는다는 엄숙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 기회를 헛되이 보내지 말고 치열
하게 구도에 전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옳은 말이 아닌가. 우리는 언제나 지금 여기밖에는 살수가 없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이외에 우리에게 다른 삶이란 없다.
"안달하는 마음
신란 성인은 '자연법이自然法爾'라는 말을 했다. 이것은 '있는 그대로' 라는 뜻이다. 우리가 만약 좋은 일을 해야지 하고 생각
했을때는 이미 내 마음이 거기에 붙들려 있는 것이다. 또는 자신이 이러이러한 일을 했으니 당연히 상대방도 기뻐해주겠지
라고 생각했을때 거기에는 이미 타산이나 계산이 들어가 있다.거기에는 이미 타산이나 계산이 들어가 있다.
그 역시 얽매이고 붙들려 있는 마음인 것이다. 신란 성인은 종교의 경지란 바로 그와 같이 얽매인 마음이 아닌, 보다 자연
스러운것, 있는 그대로의 마음이라 생각한 것이다.
도겐선사의 '안횡후직 眼橫厚直'이라는 것도 같은 의미일 것이다.
우리 인간의 눈은 양옆에 붙어 있다. 그리고 코는 똑바로 세로로 서 있다.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그것이 그대로 깨달음의
세계이다.
'선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어떤 고승은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잠이 오면 드러눕는다'고 대답했다. 그렇듯 평범하고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 바로 선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누구나가 할 수 있다. 나는 매일 그렇게 산다고 주장하고 싶겠
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점심시간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밥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ㄱ ㅡ리고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자 얼른 더 먹어. 더 먹지 않으면 키가 크지 않는다구'하면서 어떻게든
자식에게 더 먹이기 위해 애를 쓴다. 사실은 아이들이 더 정직한 편이어서, 배가 고프면 누가 더 먹으라고 하지 않아도 열심
히 무엇이든 먹으려고 한다. 아이가 먹으려고 하지 않는 것은 아직 배가 고프지 않는 증거이므로. 그럴때는 그냥 놓아두는 것
이 좋다. 어떤 면에서는 아이들이 부모보다 더 선승의 경지에 가까이 가 있는지도 모른다.
졸리면 잔다. 이것이랴 말로 더욱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잘 안되기 때문에 수면제가 팔리는 것이다.
'아 벌써 12시잖아. 빨리 자야지. 일났네. 어서 빨리 자야 하는데'라는 걱정으로 인해 우리의 눈은 점점 더 말똥말똥해 진다.
배고프면 먹고, 잠이 오면 잔다. 선이란 이렇듯 평범하면서도 있는 그대로의 것이다. 우리의 애면글면하는 마음, 언제나
내일을 걱정하는 마음 속에는 선이 있을 리 없다. 선도, 불교도, 종교도 "계산하는 마음' 과는 정 반대의 경지인 것이다.
매사를 적당히 하라.
대학졸업식에서 총장이 졸업생들에게 주는 축사가 때로 신문에 실릴 때 가 있다. 그 가운데는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멋진 말들이 있는가 하면, 너무 내용이 없어서 실망스런 이야기들도 있다. 후자에 속하는 것 중에서도 '작은 친절'이라는
말이 나에게는 가장 득기 거북하다. 이때의 작은 친절이란 대게 독선적인 친절이기 십상이다.
이는 상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대에게 행하는 일방적인 친절이며,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도 태평한 친절이다.'그런
친절을 베풀 바에야 차라리 무시하거나, 오히려 적의를 드러내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작은 친절, 크나큰 민폐 ,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참으로 그럴듯 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졸업할 대 총장님이 이 작은 친
절의 제창자였다. 나는 그만 흥이 깨져서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근처 찻집에 들어가 커피를 마셨다.
송나라 때 선승 가운데 법연이라는 분이 잇다. 5조 법연이라 불린다. 그느느 자신의 제자가 한 절의 주지가 되어 나갈 때
제자에게 4가지의 계를 주었다. 그것을 읽다가 나는 고개를 갸우뚱 한 적이 있다. 그 계라는 것이 모두 통속적인 말들뿐
이었기 때문이다. 법연이 말한 4계는 다음과 같다.
1.복을 다 받지 말라. 반드시 재앙이 따른다.
2. 기운을 다 쓰지 말라. 모두 쓰게 되면 반드시 욕됨을 당한다.
3. 말을 다하지 말라. 모두 말해버리면 기밀機密해지지 못한다.
4. 규칙을 다 행하려 하지 말라. 이를 모두 행할 때는 더불어 살기가 어렵다.
일일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듯하지만, 그래도 사족을 달아보기로 하자.
우선 복을 다 받지 말라는 것은 철저히 추구하지 말라는 뜻이다. 복을 다 받는 것은 곧 행복위에 다시 행복을 구하는 일이 된다.
너무 지나치게 구하다 보면 재앙을 불러온다. 즉, 행복이 넘치면 오히려 불행을 부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별히 행복을 추구한 것도 아닌데, 어떤 경우 행운이 겹치는 수가 있다. 그것은 말하자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그렇게
되는 것인데. 두번 째 교훈도 어쩌면 그것을 이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기운이나 혹은 기세라는 것을 다 써버려서는
안된다. 어떤 기운이나 흐름을 지나치게 타다보며 그만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다. 지나치게 거기에 경도되다 보면 남에게
속임을 당하거나 모욕을 당할 수도 있다.
말이 너무 많은 것 역시 한번 쯤 생각해 볼 일이다. 말 한 마디가 더해져서 낭패를 겪는 일도 적지 있다. 말을 너무 많이 하다
보면 그 말이 엉성해질 수 밖에 없다. 말이 너무 많아지다 오히려 그 진정한 뜻이 애매해져 버리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 적
이 있을 것이다.
끝으로 규칙은 지나치게 엄밀하지 않은 것이 좋다. 규칙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조밀해지다 보면 사람이 기를 펴지 못하게 되고,
또 거기서 달아나고 싶어진다. 그런 지도자 밑에는 사람들이 두루 모이지 않는다. 지도자가 될 만한 사람은 그 저변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이 전체를 한마디호 한다면 '매사를 적당히 하라' 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선승의 말씀치고는 너
무 틀에 박힌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거듭해서 읽어 볼 수록 그 깊은 뜻을 되새기게 된다.적어도 '작은 친절'보다는
훨씬 윗길이라 하겠다. 이 말에는 넉넉한 인간미가 담겨 있으며 차분하게 가라앉은 어른의 말씀인 것이다.
이렇게 평범한 말들을 제자에게 주는 법연이라는 인물이 어느새 매우 좋아지게 되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무엇을 하지요?"
"돈을 벌지!"
"돈을 벌어서 무엇을 하지요!"
"돈을 많이 벌면 나무 그늘 아래서 여유롭게 낮잠을 잘 수도 있지."
"어르신 죄송하지만 저는 방금 전까지 나무 그늘 아래서 낮잠을 자고 있었는대요."
그러니 마음껏 게으름을 부리라는 뜻은 물론 아니다. 우리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모두들 머릿속으로 열심히 계산을 해 가면
서 일에 쫓겨 정신없이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생존경쟁과 입시지옥, 입신 출세.. 때로는 이런 것들을 잊어
버리고 유유자적 살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그런 삶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선승의 깨달음에 관한 글중에 日日是好日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중국 당대의 선승인 운문선사가 한 말이다. 위에서 예로 든 일화와는 다르지만, 매사에 긴장한 채 늘 걱정만 하면서
일밖에 모르느느 사람에게는 일일시호일의 정신을 가끔 떠올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초등학생이든 중학생이든 대학생이든
샐러리맨이든,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그리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첫번째 관심사가 되어야 하지 않을 까."
"불교는 본질적으로 중도의 가르침이다. 극단적인 방만을 경계하는 동시에 과도한 긴장 또한 피하라고 가르친다.극단
에 치우치지 않은 중도를 유유히 걸어가라고 권한다. 그것이 바로 세존의 가르침이다. 불교의 기본이념은 바로 중도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목적지가 아니다. 한걸음 한걸음 앞을 향해 나
아가고 있는 발걸음, 매일매일의 생활 자체가 우리에게는 절대적인 것이다. 샐러리맨은 샐러리맨으로서, 주부는 주부
로서, 병이 들었다면 병자로서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 한다. 매일매일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람직한 우리 인생의 모습이다."
"사바의 연이 다해서' 라는 말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말이다.그렇다면 우리는 최대한 이 사바세계에매달려 있을 수 밖에
없다. 집착하고, 헤매고 매달리고....그것으로 족하다. 그것이 바로 사바세계의 삶의 방식인 것이다.
"그리고 사랑은 늘 집착을 불러온다. 사랑하는 대상을 자기것으로 영원히 묶어두고 싶은 마음-사랑이 있는 곳에 필연적으로
집착이 있다. 불교에서는 이른바 망집으로 화하는 그런 사랑을 '갈애渴愛'라고 한다.
보트를 타고 망망대해를 표류하던 자가 너무도 목이 마른 나머지 바닷물을 마셔버린 상태이다. 바닷물은 목마름을 달래주
기는 커녕 더욱 갈증을 불러온다. 그결과 그는 죽음에 이를 때까지 계속해서 바닷물을 마실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갈애이다. 불교 용어인 사랑은 바로 이러한 갈애를 일컬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결과들은 결국 자신이 지어낸 원인에 대한 결과이며, 한번 그 원인을 만들면, 반드시 결과가 있음을 잊어서
는 안된다. 그것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불자의 삶인 것이다."
1. 보시- 남에게 재물을 베푸는 일
1. 지계- 계율을 지키고, 자기반성을 행하는 일
3. 인욕- 남에게 받은 박해나 성가심을 참고 견디는 일
4. 정진- 부단히 노력하는 일
5.선정- 정신통일. 마음을 안정시키는 일
6.지혜- 진정한 지혜를 지니는 일
이것이 육바라밀이다. ..
..거기에 얽매여 사고팔고<四苦八苦..생로병사의 사고와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고통, 구하여도 얻지 못하는
고통, 원수나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는 고통. 오온五蘊이 성한고통등 8가지 괴로움을 아울러 이르는말-옮긴이>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얽매이지 말아라. 불교는 언제나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
"1.이것이 있으면, 저것도 있다.
2.저것이 없으면 , 이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런 간단히 이치를 망각하고 남자 <또는 여자>를 절대적인 것이라 믿어버리고, 그 사실에
집착해서 살고 있다. 참으로 바보스러운 일이 아닌가.
사실대로 말한다면 남자도 여자도 없다. 그저 인간이 있을 뿐이다. 인간을 그저 편의적으로 남자와 여자로 구분한 것
뿐이므로, 언제까지고 거기에 얽매인다면 그 또한 우스운 일이다. 무엇인가에 얽매여 있으면 어느새 가장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기 일쑤이다.
..사실 더 깊이 말하면 인간 또한 없는 것이다.
..우리는 꽃에 날아드는 나비를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낟. 반면 부엌에 출몰하는 바퀴벌레를 보고는 미간을 찌푸린다.
하지만 곤충 그 자체에는 익충도 해충도 없다. 그것은 바라보는 쪽에서 마음대로 붙인 차별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이 만든 차별에 얽매여서,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우리 범부들이다. "
"지금 커다란 근심거리의 한복판에 있으면서 , 마음은 10년뒤의 상대에 놓아둘 수 있다면..즉, 지금 근심에 쉽싸인 마음
을 자유롭게 해방시켜주는 것이다. 10년뒤의 입장에 마음을 놓아 둘 수만 있다면 마음의 얽매임이 사라지게 된다.
마음이 매인 데 없이 자유로워지는 것, 그것이 바로 공이다. 그것은 곧 근심을 근심으로 오직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해결법인 것이다.
의반야바라밀다고依般若波羅密多故 心無괘애.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는 까닭에 마음에 막힘이 없다.
참으로 멋진 말이 아닌가"
"마호메트의 기적을 보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그러자 마호네트는 군중을 앞에두고 산을 향해 외쳤다.
"산이여 , 이리로 오라!"
하지만 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다시 한번 외친다.
"산이여 이리로 오라!"
두번째에도 산은 움직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놀란 얼굴을 하고 있다. 아니,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부분은 나의
상상이다.
그러자 마호메트는 다시 한번 외쳤다.
"산이여 이리로 오라!"
하지만 산은 여전히 요지부동,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군중들의 얼굴에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히 드러나고 있었
을 것이다. 자신들이 마호메트에게 속았다고생각했거나, 아니면 마호메트를 가짜 예언자라 경멸했거나, 그런 군중들을
향해 마호메트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나는 산을 향헤 세번 외쳤습니다. 그렇지만 산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내가 산을 향해
걸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그러면서 마호메트는 산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
참으로 멋진 이야기가 아닌가. 우리가 산을 움직이려고 필사적일 수록 산은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 산을, 더더욱
필사적이 되어 움직이려 하는 것이 우리 범부들의 방식이다.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어리석음 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산다. 산이 움직이지 않으면, 내 쪽에서 움직여간다. 그것으로 족한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분명 산은 움직이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당신 곁에 산이 와 있을 테니까."..
..
누구에게나 미워하는 상대가 있을 것이다. 얼굴조차 마주하기 싫은 사람말이다. 그럴 때는 억지로 성인 군자인척 할
필요가 없다 . 그것이 범부의 본래 모습일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미워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얼굴도 마주하기 싫은 상대에 대해, 당신은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다. 언젠가 그와 화해 하고 싶다고, 그리고
상대를 움직이게 하는 기적을 기대한다. 그렇지만 불교에는 기적이란 없다.
당신이 "어서 나에게 고개를 숙여. 나에게 용서를 빌라고!" 라고 외치면 외칠수록 , 오히려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런 기적을 바라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하지만 불가사의는 존재한다. 불가사의란 인간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을 말한다. 그런 불가사의한 일이 손쉽게
일어날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그것이 가능할까
그것은 바로 당신쪽에서 먼저 숙이고 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산이 움직이지 않을때, 당신 쪽에서 먼저 산을 향해 걸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배를 멈추게 하라
ㅇ어느책에선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스님 몇분이 선방에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창밖으로
는 멀리 바다가 바라다 보이고, 범선 한 척이 파도를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 그 광경을 발보던 한 스님이 공안을 냈다.
"누가 저 배를 멈추게 해보시지요."
그러자 한 스님이 그에 대한 답으로 얼른 눈을 감아 보였다. 과연, 눈을 감아버리면 그것은 공이다. 공의 세계에서
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
즉 존재하지 않는 배가 파도에 흔들릴리 없다. 멋지게 배를 멈추게 한것이다.
그러자 다른 한 스님이 벌떡 일어나더니 얼른 창문을 닫아 버렸다. 대상을 눈앞에서 지워버린 것이다. 이 역시 공이다.
분명 이로써 배도 멈춰 있다.
"과연 멋진 대답들이다. 하지만 나라면.."
내가 읽은 책의 저자는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나도 그와 같이 생각이 같았다. 아마도 염불자의 입장에서 이
공안에 도전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의 이야기는 이어지고 있었다.
"나라면 눈을 감거나 창문을 닫아버리거나 하지 않겠다. 나라면 내 마음을 배와 일치시키겠다. 즉, 나도 배와 함께 위아래
로 오르락내리락거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배도 멈춰있게 된다."
참으로 멋진 대답이 아닌가!
이 역시 공이다. 나는 이것이 바로 보는 자와 보여지는 자의 분리 대립이 없어진 상태라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일체의 차별
이 없다. 이것이야말로 '색즉시공 공즉시색'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공에는 참으로 여러 방식이 잇다. 이것이 공이라고 한 가지 방식에만 집착하는 것 또한 공을 잘못 이해하는 것
이리라. 그와 같이 공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태도야 말로<반야심경>이 가장 경계하는 점일 것이다.
즉 공이란 철저한 자유이다. 최고의 자유인 것이다.
....말하자면 깨달은 마음이란 곧 무심이다. 일단은 번뇌에 물든 마음이 번뇌를 지니면서 다시 무심해 질 수 있다.
바로 여기에 불교의 깨달음이 있다. 그렇다면 깨달음의 마음인 무심과, 더러움을 모르는 순진무구한 동심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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