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다시읽는 정호승의 위안

다림영 2008. 7. 14. 13:35
728x90
반응형

 

 


 


너무나 사소한것에서 폭삭 무너져 버린 마음을 추스르지 못할때가 있다.
이럴때 나는 위안을 필요로 한다. 

휴일아침 아파트 옆에 다소곳이 자리잡은 조그만 도서관은 나에게 각별한 위안이 되어주는 곳이다.
아마도 먼곳이었다면 달려가지 못했을 것이다.
쉽게 빼어들수 있었던 '위안'
다시한번 내게는 위안이 필요했다. 
종일 집안의 잡다한 일속에서 식탁위에 펼쳐져 나를 인도하고 '위안'은 산행까지 함께 하게 되었다.

어느남자가 나를 지나친후 옆사람에게 전하는 말소리가 들려온다.
'산에 와서 책을 읽다니...'
그러나 좋은 말일 것이라 생각한다.

 

밤새 내린 비로 하여 계곡은 강원도의 깊은 계곡처럼 물이 넘쳐 흘렀고
이름모를 벌레소리와 사람들의 건강한 소리 간혹 불어오는 깊은 여름의 근사한 바람
그리고 나뭇잎들의 소근거림과 새들의 지저귐...
이 모든자연은 아물지 못하고 있는 삶의 상처에 위안이 되어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책 '위안' 과 함께.

 

 

"나는 아침마다 사막을 묵상하면서 내 존재의 참 모습을 느낀다. 나는 사막의 모래 한 알보다 못한

존재다. 그동안 내 가슴이 기름진 옥토였기 때문에 오히려 고통스러웠다. 나도 선한 눈을 지니고

사막을 건너가는 야생낙타가 되고 싶다. 인생은 언제 어느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을

굳게 믿으며, 사막의 물이 되면 더 좋겠다.  그러나 사막의 신기루는 되고 싶지 않아다. 젊을때는

산을 바라보아야 하고, 나이가 들면 사막을 바라보아야 한다."

 

"자신이 무척 불행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지금 서울 교대역에 모이는 맹인들을 한번 찾아가보라.

그들은 우리를 위안하는 위안의 성자다. 곰곰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나의 불행이 남을 위로하는 일보다

남의 불행이 나를 위로하는 일이 더 많았다.  불행한 이들에게 많은 빚을 지면서 오늘을 살고 있는 셈이다."

 

"내가 누구의 손을 잡기 위해서는 내 손이 빈손이어야 한다. 내 손에 너무 많은 것을 올려 놓거나 너무

많은 것은 많은 것을 움켜쥐지 말아야 한다.  내 손에 다른 무엇이 가득 들어 잇는 한 남의 손을 잡을 수는

없다.  소유의 손은 반드시 상처를 입으나 텅 빈 손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

그동안 내가 빈손이 되어 다른 사람의 손을 얼마만큼 잡았는지 참으로 부끄럽다. 내가 처음 아버지가 되어

아기의 손을 잡았을 때 아기는 내 손가락 한 끝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나도 그러한 아기

의 손을 지니고 싶다."

 

"책은 한 인간의 일생과 영혼의 모습을 결정짓는다. 우리는 책을 통하지 않고서는 아름다워질 수 없다.

인간은 책을 읽을 때가 참으로 아름답다.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인간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면

책을 읽는 노인의 모습 또한 아름다운 모습이다. 햇볕이 따스한 뜰에 나와 손자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슬그며니 의자에 앉아 돋보기 안경을 끼고 책장을 펼치는 노인의 모습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지금까지 나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못할 때 외로움을 느껴왔다. 진정으로 누가 나를 사랑해 주지않을때

외로움을 느껴왔다.  사랑하는 사람한테서 가장 많은 상처를 받듯이 사랑하는 사람한테서 가장 많은

외로움을 느껴왔다. 그렇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을 때 외롭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을 때 혼자이고 , 혼자

일때 바로 외로움을 느낀다. "

 

"봄은 꽃을 피우기 위해서오고,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 핀다. 봄이 오지 않는데 꽃 피는 법 없고, 꽃이피

지않는데 열매 맺는 법 없아. 추운 겨울을 이기고 견뎌낸 매화나무만이 아름다운 매화를 꽃 피운다. 하늘을

바라보는 자만이 별을 바라볼수 있듯이 꽃을 피우고 싶은 자에게만 봄은 찾아온다."

 

"물을 난주고 학대하면 꽃이 핀대, 너무 사랑하지 말고 한번 홀대를 해봐"

형은 사랑도 지나치면 사랑이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다시한번 꽃이 핀 춘란 곁에 앉아본다. 못난 내가 그지없이 아름답다. 인간이 꽃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 아니라

꽃이 인간을 아름답게 한다.

...

내 마음과 정성이 들어가야 꽃도 보다 아름다워 보인다.  성공도 남이 만들어 주는 성공은 성공이 아니다.

성공에는 실패를 통한 자신의 노력과 정성과 눈물이 들어 있어야 한다."

 

"나는 벗의 말대로 오후서너시쯤 배가 촐촐할 때 맛있게 깎아 먹을 요량으로 고구마를 비닐 봉지째 그대로 깊숙

이 서랍속에 넣어두었엇다. 그리고는 그만 고구마를 까마득히 잊고 말앗다. 새해가 되고 설날이 지나서야 무심코

서랍정리를 하던중 검은 비닐 봉지를 발견하고 속에 무엇이 들어있나 하고 들여다 보다가 무슨 큰 나쁜짓이라도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그속엔 고구마가 들어 있었다. ..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고구마엔 연보랏빛 싹이 제법 굵게 돋아나 잇엇다. 유독 그고구마만 그런가 하고 다른 고

구마들을 살펴보자 다른 고구마들도 다들 연보랏빛 싹을 틔우고  저마다 수줍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

내가 만일 그 고구마의 상태에 있었다면 어떻게 되엇을까. 고통을 견뎌내지 못하고 모든 것을 포기한 채그대로

죽음만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을까.  나는 지금도 생고구마 한봉지를 선물로 준 벗이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다.

견디기 힘든 고통이 나를 찾아올때마다 절망의 순간에도 싹을 틔우던 그 고구마의 성실한 인내와 용기를 생각한다."

 

"왜 첫눈이 오면 그토록 기뻐하는 거일까. 왜 첫눈이 오는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아마 그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과 같은 세상이 두 사람 사이에 늘 도래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은 첫사랑과 같은 것인가. 다시 첫눈이 오는날 만날 약속을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첫눈이 오는날 만나고 싶은 사람이 단 한사람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창밖을 본다. 거리의 나뭇가지마다 켜켜이 눈이 쌓여 있고 하늘은 더욱 푸르다. 첫눈이 내렸을 때 만나고 싶은 사람,

그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오늘 이겨울밤, 당신들은 생각해 보라. 당신이 어린날 만들었던 그 눈사람을. 고사리같이 어린 손으로 한 웅큼 뭉쳐

서 굴리기 시작한 그 거대한 눈덩이를. 어린 날의 그 순수함과 순결함을. 지금은 누가 한말인지 잊었지만 눈덩이와

관련된 격언 하나가 생각난다.

'거짓말은 굴리는 눈덩이와 같다. 굴리면 굴릴 수록 더 커지기 때문이다.'

나는 그 격언을 이렇게 바꾸어 본다.

'사랑은 굴리는 눈덩이와 같다. 굴리면 굴릴 수록 더 커지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물질에 대한 실패가 나에게는 오히려 정신의 풍요를 가져다 주었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비록 돈은 벌지 못한 가난한 아버지였지만, 그 가난 때문에 아버지 당신은 고통스러우셨겠지만, 그런 아버지를 통해

배운 삶의 교훈은 참으로 값진 것이 아닐 수 없다.

나의 아버지는 돈 대신 이 세상을 스스로 살아갈 용기와 인내를 나에게 듬뿍 주셨다. 오랫동안 내 집 하나 없이 떠도는

아버지는 언제나 나의 집이었으나, 이제는 내가 아버지의 집이 되어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결코 버릴 수 없다. 신이 인간을 사랑하는 방법은 고통의 방법이다.

어차피 우리에게 주어진 고통의 십자가라면 이제 엄마가 아기를 껴안듯 껴안고 가자. 불가에서도 내안에 부처가 있다고

말하지 않는가. 어쩌면 나 자신이 바로 내가 껴안고 가야 할 가장 고통스러운 십자가인지도 모른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