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비우니 향기롭다/박범신

다림영 2008. 7. 4.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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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말하지만, 나는 평생 주기적으로 '혁명'을 꿈꾸었다.  누군들 그 렇지 않겠는가.

내게 혁명이란, 세계를 송두리째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험적으로, 혹은 환경이나 습관의 축적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느끼는 일상속의

나를 통째로 뒤빕어 변화시키는 일이다.

나를 근본적을 변혁시키지 않고선 세계가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운것들은 아직도 너무 멀고 높은 데 나의 실존은 여전히 너무도 가깝고 낮은 것이

나의 문제이며, 곧 '우리의 문제이다.

사는게, 이대로 좋은가. 괜찮은가. 충만하고 향기로운가. 인생에서...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가.

혹시 맹목적인 경쟁을 통해 달콤하고 안락한 살만을 좇아 '사색'하고 '사랑'할

겨를도 없이, 내 발의 물집조차 굽어볼 틈도 없이 허위허위  달려오느라,

더 드높은 어떤 것들은 내다 버리지 않았던가. 이를 테면 나의 영혼과 나의 우주와

나의 속깊은 사랑. 나의 눈물. 나의 목숨에 깃들어 있는 숨은 꿈같은 것들."

 

 

 

"내가 본것은 속도를 다투지 않은 수많은 길과, 본성을 잃지 않은 사람과, 문명의 비겟덩어리

를 가볍게 뚫고 들어와 내장까지 밝혀주는 투명한 햇빛과 바람, 그리고 만년빙하를 이고 있

어도 결코 허공을 이기지는 못한 설산들을 보았습니다. 또 감히 고백하자면, 행복하고 충만

되기 위해서 내가 이미 너무도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 했으며, 행복해지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찾을 수 있었습니다. "

 

"공자님은 산을 좋아하는 이를 인자라고 했습니다. 산이 좋아 산으로 가려는 사람들에겐

가진것으로서의 오만과 편견이 없습니다. 먼산에서 굽어보면 세상에서의 섣부른 키재기는 아

무 의미도 없다는 걸 저절로 느끼기 때문입니다. "큰산은 높은 덕이 솟은 것과 같다"<팔만

대장경>고 하지 않습니다?"

 

"정상이란 산의 꼭대기가 아니다. 정산은 하나의 종점이고 모든 선이 모여드는 곳이며

만물이 생성하고 모습을 바꾸는 지점이다. 종국엔 세계가 모두 바뀌는 곳이며 모든 것이

완결되는 곳이다."-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

"그렇습니다. 정상엔 모든것이 '무'로 바뀌는 허공만 있을 뿐입니다."

"나는 비로소 눈물겹게 확인합니다.

불멸의 주인은 에베레스트가 아니라는 것을. 오르고 또 올라도 허공을 넘어 설수 없다는

 것을. 모든 길은 허공에서 시작되고 갈라지고 끝난다는 것을요. 그리고 존재하는 모두가

슬픈것 역시 존재하는 것 스스로 허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히말라야를 여러 날 걷고 있으면 누구나 자신만의 '숨결'을 지켜 볼 수 있는 은혜로운 기회를

만날 수 있습니다. 숨결은 곧 생명의 소리이며 성령과도 같습니다. 붓다는 산스크리트어로 '프라나'

라 불리는 숨결을 가리켜 '마음을 실어나르는 수레'라고 했다 합니다. 숨결을 능숙하게 조절

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는게 쇼갈 린포체의 말입니다.

나의 숨결소리가 들립니다.

쇼갈 린포체의 말처럼 나는 나의 '숨쉬기'와 나를 일치시키려고 애쓰며 걷습니다.

단 몇분도 숨쉬기를 하지 않고 산적이 없었을 텐데 이렇게 정밀하게 나의 숨결을 스스로 느낀

적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한시간 쯤 걷고 났을 때 나는 어느덧 털모자를 벗고 나와 일치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 그때가 바로 무념 무상의 상태입니다. .....

머릿속은 텅비었습니다. 걷고 숨쉬는 일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마치 내가 그냥 가만히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

 

 

"바르도는 '거구로 매달린 틈' 입니다.

거꾸로 매달린 어느 틈이란, 곧 삶의 극적인 전환점, 혹은 과도기를 말하는 것이지요. 히말라야

고산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깊이 믿고 있는 티베트 불교에선, 끝없이 윤회하는 우리의 삶을

네가지 바르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시간을 일상의 바르도라고 하고

일상의 바르도가 끝나면 죽음의 바르도가 찾아오며, 죽은 뒤엔 잠깐 가장 빛나는 본성과 만나는 '

다르마타'의 바르도가 있고, 이후엔 새로 태어나는 탄생의 바르도가 이어집니다.

어떤것은 시작되고 어떤것이 죽으면 어떤것은 새로 태어납니다.

모든것이 카르마에 다라 반복 됩니다. 시간의 주름살은 단지 사람들의 자의식 속에 있을 뿐입니

다.  생로병사의 존재론적 순환도 그럴진대, 수많은 욕망에 의해 왜, 우리가 내둘려야 되느냐,

라고 티베트 불교에선 가르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부터 심지어 천둥과 폭풍등의 자연현상까지

실재하지 않는 환상에 불과 하다는 것입니다."

 

 

"세가지 길에 의하여 우리들은 성지에 도달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사색에 의해서다. 이것은 가장 높

은 길이다. 둘째는 모방에 의해서다. 이것은 가장 쉬운길이다. 그리고 셋째는 경험에 서다. 이것은

가장 고통스런 길이다. 공자님 말입니다."

 

"사색은 달리는 자에겐 머물지 않습니다. 머물러 서서 먼곳을 볼 겨를이 없으니 사색은 내게서 점

점 멀어지고, 그다음엔 세상이 만든 습관과 관성에 따라 달려가면서 악을 쓰다가, 어느 순간 문득

멈추어 뒤돌아 보면, 삶의 어느 지점에서부터 사색하는 걸 잊어버린 것인지, 원래의 그 자리조차

찾을 길 없는 것이 바로 50대의 내가 살아온 세상이었습니다."

 

"이제 삼매에 드니

여전히 명백하게

존재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있음이 존재하는가.

어떤 없음이 존재하는가.

그것이 있다. 없다고 생각하는 건

누구인가?"

 

 

 

히말라야에서 그는 매순간 눈물겨워 하였다.

그는 카트만두에 내려와 다만 더운밥과 따뜻한 물과 침대 하나로 충분한 부자가 되었다고 했다.

 

무엇을 가져야 나는 행복해 질수 있는 것일까.

내내 작가를 따라 히말라야를 여행하면서 그 소중한 말씀들을 새겨넣었다.

그러나 나는 곧 잊으며 세속에 찌든 삶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제보다 한뼘정도는 달라졌을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눈부신 길이 한뼘 가까워 졌다.

 

후회 하지 않을 삶, 한번 밖에 없는 삶...

그 충만한 삶을 느끼긴 위해 나도 혁명을 일으켜야 하는 것은 아닌가.

...

이것도 혁명인지 모른다. 아주 작은... 아주 작은 혁명..

세상 근심을 접고 또 접어 주머니에 넣어두고

나는 부지런히 책장을 넘겨야 하리라.

그가 느낀 그러한 숨결.. 자연과 하나가 되는 나...

자연속의 나무처럼 바람처럼 구름처럼

그 모든 자연처럼

깊고 환한 얼굴을 지니게 되는 그러한 나로 존재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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